[르포] 유성의 밤을 물들인 재즈와 맥주의 향연

'2025 유성재즈&맥주페스타' 현장에 가다

2025-08-31     하서영 기자
▲ 29일 유림공원에서 열린 '유성재즈&맥주페스타' 입구 게이트로 관람객들이 들어가고 있다. (사진=하서영 기자)

[충청신문=대전] 하서영 기자 = “퇴근길에 딱이에요. 재즈 음악 들으면서 맥주 한 잔, 완전 힐링입니다.”

29일 오후 5시 대전 유성구 유림공원은 여느 때보다 활기가 넘쳤다. 금요일 퇴근길을 재즈 선율로 채운 ‘유성재즈&맥주페스타’ 현장에는 직장인부터 가족, 연인, 친구들까지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관람객들이 성인인증을 마치고 시원한 물과 부채를 받아가고 있다. (사진=하서영 기자)

이번 축제는 전국에서 모인 브루어리와 푸드트럭, 전문 재즈 공연과 일반인 버스킹이 어우러졌다. 현장은 자유롭고 여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맥주잔을 부딪히며 웃음꽃을 피우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단연 정상급 재즈 뮤지션들의 수준 높은 공연도 돋보였다. 첫날에는 정지석 빅밴드, 유성재즈악단, 리치맨과 그루브나이스, 웅산 등 화려한 라인업이 관객을 맞아 도심 속을 재즈 선율로 물들였다. 라이브 공연을 들으며 사람들은 잔을 들며 저마다 축제를 즐겼다.

관람객들이 메인공연장 앞 잔디에 돗자리를 깔고 저마다 축제를 즐기고 있다. (사진=하서영 기자)

브루어리 앞은 저녁 시간이 되자 긴 줄이 늘어섰다. 전국에서 모인 다양한 맥주가 방문객들의 손에 들렸고 인기 메뉴는 단연 크림새우와 닭강정이었다. 고소한 향과 매콤달콤한 소스가 맥주와 어우러지며 푸드트럭마다 주문이 이어졌다.

현장에서 만난 직장인 이모(32) 씨는 “회사 동료들과 퇴근하고 바로 왔다”며 “재즈 공연을 라이브로 들으면서 맥주를 마시니까 하루 스트레스가 싹 풀린다”고 웃었다.

관람객들이 브루어리 앞에서 맥주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하서영 기자)

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 단위 방문객도 많았다. 아이들은 푸드트럭에서 파는 닭꼬치와 과일 주스를 들고 부모는 옆에서 맥주를 즐기며 공연을 감상했다. 박모(38) 씨는 “아이랑 같이 앉아서 음악 들으며 맛있는 거 먹으니까 너무 좋다”며 “대전에서 이런 축제가 자주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원 곳곳에 마련된 버스킹 무대는 연인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어쿠스틱 기타 소리와 재즈 연주가 잔잔히 울려 퍼지자 커플들은 돗자리에 앉아 서로 어깨를 기댄 채 맥주잔을 들었다. 대학생 커플 김모(25) 씨는 “재즈는 조금 어려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분위기가 편하고 좋다”며 “맥주도 맛있고 음식도 다양해서 너무 만족스럽다”고 했다.

한 남성과 아이가 함께 버스킹 피아노를 치고 있다. (사진=하서영 기자)

현장 한쪽에는 버스킹 피아노가 설치돼 누구나 자유롭게 건반을 두드리며 음악을 즐길 수 있었다. 한 남성이 연주를 시작하자 지나가던 아기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다가와 작은 손으로 건반을 두드렸다. 피아노 위로 재즈 선율과 아이의 웃음이 어우러지며 축제는 더욱 따뜻하고 생동감 있게 물들었다.

이번 축제는 친환경 실천에도 앞장섰다. 다회용컵과 다회용기를 도입해 생활 쓰레기를 최소화했고 축제 공간 역시 지역에서 수거한 폐목재로 입구 게이트와 부스, 테이블을 꾸며 독특하고 환경 친화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강모(28)씨는 “환경을 생각하는 축제라 더 의미가 깊다. 쓰레기 걱정 없이 즐길 수 있어 좋았다”며 웃어 보였다.

서편무대에서 관람객들이 돗자리를 깔고 버스킹을 즐기고 있다. (사진=하서영 기자)

밤 10시가 되자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드론쇼가 시작됐다. 700대의 드론이 공중으로 떠올라 형형색색의 빛을 뿜으며 유성구 캐릭터 유성이와 유온이, 재즈 악기, 맥주잔 등을 그렸다. 관람객들은 휴대폰을 꺼내 들고 감탄사를 연발하며 밤하늘을 바라봤다. 최모(31) 씨는 “드론으로 그림을 그리는 건 처음 본다. 너무 멋있어서 소름이 돋았다”며 “마지막까지 완전 만족스러운 금요일 밤”이라고 강조했다.

관람객들이 드론쇼를 즐기고 있다. (사진=하서영 기자)

페스타는 11시까지 이어졌다. 재즈 공연과 버스킹, 푸드트럭과 맥주 부스는 늦은 시간에도 활기를 잃지 않았다. 재즈의 감미로운 선율과 시원한 맥주, 화려한 드론쇼가 어우러진 유성의 밤, 방문객들은 “내년에도 꼭 오겠다”는 말을 남기며 발걸음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