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배움의 열정… 할머니들의 등굣길

서산시, 성인 문해교육 어르신… 초등학교 1일 체험 진행
아이들과의 수업… 평생 잊지 못할 추억 쌓아

2025-09-18     이승규 기자
▲ 서산시는 17일 대산초에서 성인 문해교육 과정 어르신을 대상으로 1일 학교 체험인 '할머니 학교가유' 행사를 진행했다. <사진=서산시>

[충청신문=서산] 이승규 기자= 충남 서산시 대산읍 할머니들의 얼굴에는 수줍은 미소를 가득 담아 영락없는 어린 소녀의 모습 그대로였다.

17일 대산초등학교 교실에는 손자·손녀보다 어린 학생들과 할머니들이 나란히 수업에 열중했다.

서산시는 이날 당시 사정이 여의치 않아 학업을 할 수 없었던 어르신을 대상으로 대산초에서 초등학교 1일 체험인 '할머니 학교가유' 행사를 진행했다.

이 행사에는 대산읍 기은1리·대죽1리·운산1리·대산노인대학·종합사회복지관 대산분관 마을 학교 수강 어르신 41명이 참여했다.

17일 대산초에서 진행한 할머니 학교가유 행사에 참여한 어르신들이 손자·손녀보다 어린 학생들과 나란히 수업에 열중하는 모습.

어르신들은 뒤늦은 배움에 감격의 시간을 보냈다.

성인 문해교육 마을 학교에서 한글을 읽고 쓰지 못해 가슴 한쪽 편 짓눌린 배움의 한을 풀어냈다.

그리고 이날 어린 학생들과 함께한 등굣길은 남달랐다.

평상시 손자·손녀의 등굣길 배웅에서 함께 교실에 들어서는 순간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의 시간이었다.

세대를 뛰어넘은 학생들과의 수업은 진지했고, 아이들과의 학교 급식 체험은 신선하기 이를 데 없었다.

어르신들은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의 초롱초롱하고 자유로운 모습을 보니, 나도 정말 학생이 된 것 같아 기분이 들떴다”고 소감을 전했다.

할머니 학교가유 프로그램은 지역 맞춤형 평생학습 프로그램의 하나로 2023년부터 시작됐다.

올해는 4월 운산초등학교, 5월 부성초등학교, 이날 대산초에서 3회 차를 진행했다.

시는 19일 부석초와 11월 19일 인지초에서 각각 할머니 학교가유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완섭 시장은 “누구보다 학교에 가고 싶었지만, 동생과 가족을 돌보고 집안일을 도왔던 어르신들의 소원을 이루는 자리가 됐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한글 공부를 향한 어르신들의 열정을 응원하며, 성인 문해교육 마을 학교 운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시는 매년 성인 문해교육 마을 학교를 통해 성인 문해 시화전·평생학습 발표회 등을 진행하면서 어르신들에게 배움을 통한 사회 참여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