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포럼] “공급보다 신뢰, 완화보다 안정”-10·15 부동산 대책의 진의(眞意)
박유석 대전과기대 부동산재테크과 교수
2025-10-23 충청신문
둘째, 스트레스 금리 및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강화다. 대출 심사 시 적용 금리를 기존보다 3%포인트 높여, 금리 인하기에도 보수적 심사가 이뤄지도록 했다. 여기에 전세대출을 DSR에 포함시켜 ‘전세자금→추가대출→갭투자’로 이어지는 차입 구조를 차단했다. 이는 ‘저금리 빚투’의 재연을 막고, 금융 시스템의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한 거시건전성 조치이자 미세조정 정책이다.
정치·사회적 차원에서도 이번 대책은 분명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대통령이 “부동산 가격이 과대평가돼 있다”고 언급한 것은, 수도권 중심의 고평가 구조를 지적하며 기대 심리를 경계한 것이다. 정부는 ‘공급은 하되 수요는 통제한다’는 이중 트랙 전략을 통해 단기적으로는 시장 심리를 진정시키고, 장기적으로는 예측 가능한 신뢰 구조를 구축하려 한다. 즉, 이번 조치는 단순한 규제의 나열이 아니라 정책 신호를 정교하게 관리하는 ‘시그널 컨트롤 정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대출 규제는 지역별로 상이한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 서울과 수도권의 과열은 진정될 수 있지만, 이미 거래량 감소와 미분양 누적이 심화된 대전·세종 등 중부권 시장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대전은 향후 입주 물량이 많고 청약 경쟁률이 낮은 상황에서 대출 문턱까지 높아지면, 실수요자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져 거래 위축과 가격 조정 압력이 커질 것이다. 반면 유성·노은 등 핵심 인프라 지역은 방어력이 높아, ‘양극화의 고착’이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결국 이번 대책은 수도권 과열을 진정시키는 효과와 동시에, 지방 시장의 거래 절벽과 지역 격차 확대라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낼 수 있다.
특히 젊은 세대와 신혼부부에게 이번 대책은 더욱 냉혹하다. 스트레스 금리 상향으로 대출 가능 금액이 20~30% 줄어들고, 전세대출이 DSR에 포함되면서 ‘전세에서 매매로의 이동’이 사실상 차단됐다. 이는 주거 사다리가 한층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정부는 투기 억제와 함께 실수요 보호를 위한 맞춤형 금융지원책을 병행해야 한다. 생애최초 구입자나 신혼부부에 대한 LTV 완화, 금리 인하형 모기지, 보증 확충 등 구체적 보완책 없이는 정책의 형평성과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결국 이번 10·15 대책은 시장 과열의 불씨를 끄는 긴급 진화책이자, 정책 신뢰를 복원하기 위한 전략적 수순이다. 그러나 신뢰는 규제의 강도가 아니라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에서 비롯된다. 정부는 단기 규제에 머물지 말고, 중장기적으로 ▲금융 안정 ▲시장 심리 관리 ▲지역 균형 ▲실수요 보호의 네 축을 유기적으로 엮어야 한다. 지금의 부동산 시장은 단순한 수급의 문제가 아니라 심리와 신뢰의 문제다. 정부가 변동성보다 안정성을, 양적 공급보다 신뢰의 회복을 중시할 때 국민은 비로소 안도할 수 있다.
공급보다 신뢰, 완화보다 안정. 이 다섯 글자가 이번 10·15 대책의 진정한 핵심이다. 지금은 불안의 속도를 늦추고, 신뢰의 속도를 높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