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포럼] 늘봄학교 코딩 특강
정현용 대전대학교 혜화리버럴아츠칼리지 교수·국립공주대학교 글로벌인공지능융합연구소 공동연구원
2025-10-30 충청신문
필자가 공동연구원으로 참여한 국립공주대학교 글로벌인공지능융합연구소는 논산계룡교육지원청 관내 11개 초등학교에서 늘봄학교 대상 1, 2학년 학생들에게 매주 1회 로봇 조립을 수업하였다. 그리고 필자는 각 학교를 1학기와 2학기에 각 2회씩 방문하여 1,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2시간씩 특강 형태로 스크래치를 이용한 코딩 수업을 하였다.
스크래치 프로그램은 2007년 MIT(Massachusetts lnstitute of Technology)의 미디어랩과 UCLA(University of California at Los Angeles)가 미국과학재단의 지원을 받아 만 8세 이상의 아동들을 위해 개발한 프로그램으로 전 세계의 학교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스크래치 프로그램은 명령어를 암기하고 직접 입력하는 부담감이 없고, 직관적인 파악이 가능하다. 그리고 실습을 통해 프로그래밍의 개념을 쉽게 익히고, 프로그래밍에 흥미를 느끼며, 재미있게 학습할 수 있다.
필자는 학교당 4번의 방문을 통해 놀이 중심의 수업 설계와 현실감 있는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코딩에 대한 거부감을 줄여주기 위하여 마우스 잡는 방법과 사용법, 코딩의 의미 등 코딩교육을 위한 기초와 스크래치 프로그램의 기초 사용법, 게임 프로그램 작성을 통한 응용과정을 순차적으로 강의하였다. 강의 대상이 초등학교 1, 2학년이기 때문에 학생 수에 따라 보조강사 2~4명이 추가되어 강의를 보조해 주었다.
늘봄학교에서 운영된 초등 1, 2학년 대상의 코딩 수업은 학생들의 흥미와 참여도 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보였다. 그렇지만 실제 수업의 운영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드러났다.
교육 공간과 기자재의 한계가 있었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컴퓨터실이 아닌 늘봄교실에서 코딩 수업을 진행해야 했기 때문에 노트북과 크롬북을 외부에서 대여해 보조교사가 설치·수거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멀티탭을 책상 사이에 배치하여 전원을 공급해야 했는데, 학생들이 이동하면서 전선에 걸려 넘어질 위험이 있었다. 또한 일부 학교에서는 무선 네트워크 속도가 느리거나 연결이 불안정하여 크롬북 활용에 어려움이 발생하였다.
교수·학습 환경의 제약이 있었다. 수업을 지원하는 전자칠판이나 TV 모니터의 환경이 학교마다 달랐다. 어떤 학교의 전자칠판은 터치 기능이 잘 작동하지 않았고, 전자칠판 대신 50인치 크기의 TV가 제공된 경우, 학생들이 잘 보이지 않거나, 필자가 TV 화면에 나오는 내용을 설명하기 위하여 TV 화면으로 이동해야 하는 불편이 있었다. 이러한 제약은 수업 대상이 1, 2학년 저학년 학생들이기 때문에 수업의 집중도를 낮추고, 강사의 교수 효율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학습 도구 활용의 어려움이 있었다.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의 경우 마우스 크기와 조작 방식에 익숙하지 않아 클릭, 드래그 등 기본 동작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로 인해 스크래치 프로그램의 실행보다는 입력 도구인 마우스 조작에서 학습 시간이 지연되는 사례가 나타났다.
학생 특성으로 인한 수업 진행의 어려움도 있었다. 일부 학급에서는 문제 행동을 보이는 학생들(집중력 부족, 과도한 잡담, 바른 자세 유지 곤란, 정서·발달장애 학생 등)이 수업 진행에 영향을 주었다.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교육(코딩교육 포함)은 초등학교 5, 6학년에서 17시간 정도 한다. 외국의 경우 미국, 영국, 이스라엘, 핀란드 등의 국가에서는 소프트웨어 교육에서 코딩교육을 필수로 지정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교육에서 코딩교육을 시작하는 시기는 국가마다 약간씩 다르지만, 미국은 만 5세, 영국은 2014년부터 5세에서 16세까지 소프트웨어 교육에서 코딩교육을 필수로 하고 있다. 세계 여러 국가에서 이처럼 어린 학생들에게 소프트웨어 교육을 하는 이유는 어렸을 때부터 소프트웨어 교육을 할 경우, 새로운 경험을 통해 다양하고 복잡한 생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피아제의 인지 발달 단계 이론에 의하면 초등학교 1, 2학년인 저학년 학생은 구체적 조작기에 해당되어 전체와 부분의 논리적 관계, 특정 기준에 따라 대상을 순서대로 배치할 수 있는 능력을 습득할 수 있다. 간단하게 순서를 맞출 수 있고, 문제를 논리적으로 이해하는 수준의 코딩교육을 진행할 수 있다. 그렇지만, 초등학교 1, 2학년 학생들에게 범용적인 코딩교육을 할 경우, 학습에 대한 부담을 느낄 수 있고, 코딩교육에 대한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
늘봄학교의 맥락에서 진행된 코딩 수업이 단순히 특강의 제공에 그치지 않고, 안전한 교육 환경 마련, 학습 도구의 발달 적합성 고려, 학생 관리 체계 강화와 같은 다차원적 준비가 필요함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