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속으로] 가을, 자전거 여행의 계절
김종윤 시인
2025-11-03 충청신문
가을이 오지 않을 것처럼 더위가 기승을 부리더니, 가을로 접어들 때쯤 여름 장마처럼 비가 연일 내렸다. 급기야 며칠 전부터는 새벽 기온이 뚝 떨어져 영하권 가까이 머물고 있다. 단풍이 붉게 물들어야 할 양지바른 산은 여전히 푸르고, 그늘 쪽이나 계곡 아래 나뭇잎들은 갈증 앓듯 말라가고 있다.
아침의 서늘한 기온이 사라진 후 자전거를 타고 보문산 둘레길에 들어섰다. 이 길은 대전의 ‘행복숲길’로 알려져 찾는 사람이 많은 곳이다. 산과 계곡의 경치가 파노라마처럼 이어져 보기에 좋고 걷기도 좋고, 자전거를 타기에도 좋은 길이다. 총거리 13㎞로 보문산을 넓게 두르고 있어 중구의 경치를 모두 조망할 수 있다. 비포장도로를 조심스럽게 오르고 내리다 보면 곳곳에서 자전거를 타고 힘겹게 임도를 오르거나 길옆 쉼터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시내 가까운 곳에 이처럼 깨끗하고 청량한 운동 코스가 있다는 것은 인근 시민들의 복이라 할만하다.
자전거를 타고 여행한 지 20여년이 됐다.
충남의 중·고교 교원으로 근무하면서 5년 주기로 근무지가 바뀔 때마다 주변을 자전거로 여행하곤 했다. 예산·서산·금산·부여 등을 자전거로 여행하면서 그 지역의 지리도 쉽게 익히고, 지역에 대한 친밀감도 빠르게 형성됐다.
자전거 여행의 절정은 금강 종주였다.
금강 자전거 여행의 처음 시작은 부여다. 부여 백제보를 출발해 강경·웅포·나포를 지나 군산의 금강하구둑을 돌아 다시 강을 거슬러 올라오는 하루 코스였다. 주변이 어두워진 금강 옆 숲길을 따라 느리게 돌아오는 귀갓길은 힘들고도 가슴이 벅찬 여정이었다.
금강 주변 자전거 여행을 계속하면서 점차 그 영역을 넓혀 금강 종주 자전거 여행을 하게 됐다. 장수의 수분리를 출발하며 진안·무주·금산·옥천·세종·공주·부여·강경·서천에 이르는 400㎞, 천 리 길은 아름다운 비단강을 가슴에 품는 서정이기도 했다.
자전거 여행은 여행 만족과 운동 만족을 함께 준다.
자전거 운동은 심폐 기능 향상, 체중 감소, 근력 강화 등 다양한 이점을 제공한다. 규칙적으로 자전거를 타면 심박수가 증가하고 혈액 순환이 개선돼 심혈관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 또 하체 근육을 강화해 노화를 억제하고, 스트레스 해소에 효과적이다. 무엇보다 자연 속에서 자전거를 탄다는 건 자연과 동화되는 만족감을 준다.
사람의 힘으로 움직이는 두 바퀴 자전거는 자동차보다 더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최초의 자전거는 1790년 프랑스의 콩트 드 시브락이 발명했다.
나무 바퀴 두 개를 목재에 연결하고 그 위에 사람이 올라타 발로 땅을 차면서 이동하는 형태였다. 귀족의 오락기구로 목재의 앞부분을 사자, 말 등 다양한 모양을 깎아 만들었다.
그 후 자전거의 개선은 꾸준하게 이어졌다. 19세기 초, 독일의 카를 폰 드라이스는 방향을 전환할 수 있는 ‘드라이지네’를 개발해 특허를 취득했다. 프랑스의 피에르 미쇼는 드라이지네에 페달을 달아 대량생산 시대를 열었다. 자전거는 바퀴가 나무에서 고무로 바뀌면서 대중화됐는데, 자전거의 몸체 또한 목재에서 철, 알루미늄 합금, 카본 등으로 바뀌는 변화를 겪었다.
요즘 자전거는 이동 수단에서 스포츠용, 여가용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모양에 따라 산악용 자전거인 MTB, 스탠다드형 로드 바이크, 앉아서 타는 리컴번트, 작은 바퀴의 미니벨로 등 다양한 자전거가 등장했다. 부품 성능도 발전하고 무게도 경량화해 사람들 취향에 따라 자전거를 선택하고 즐길 수 있게 됐다.
가을은 자전거를 타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다.
공기는 맑고, 하늘은 깊게 푸르고, 하천은 깨끗하게 흐르고, 산과 계곡은 단풍으로 울긋불긋 아름답다. 가까운 곳이든, 먼 곳이든 자전거를 타고 문밖을 나서면 그곳부터가 여행이다. 주변 경치를 감상하면서 서로 스치는 사람들과 가볍게 인사를 나누다 보면 스트레스는 어느새 사라진다. 가을의 자연 속으로 자전거를 타고 들어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