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이야기] 숏폼과 실시간, 세대가 바뀌는 미디어 문법
오경란 한국영상대학교 방송영상미디어학과 교수
2025-11-04 충청신문
이처럼, 새로운 세대는 긴 글을 읽거나, 복잡한 댓글을 달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즉각적인 반응과 단순한 피드백이다. 짧은 시간 내에 강렬한 인상을 주는 숏폼 콘텐츠에 대한 빠른 반응은 그들의 소통 방식의 핵심이다. 15초에서 1분 내외의 짧은 영상 속에서, 그들은 빠르게 감정을 공감하고, 바로 다음 영상으로 넘어간다. 이 속도감은 과거의 전통 방송 방식과 확실히 다르다.
숏폼 콘텐츠는 단순히 영상의 길이가 짧아졌다는 차원이 아니다. 짧은 시간에 감정을 즉각적으로 전달하는 ‘감정 공감의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과거 방송에서 시청자는 정보의 수동적 수용자였다면, 현재 숏폼 콘텐츠 소비자는 감정을 표현하고 즉시 반응하는 능동적인 참여자가 된다. 이 변화는 미디어 소비 패턴의 전환을 의미한다.
실시간 스트리밍도 이러한 변화를 이끌고 있다. 유튜브 라이브, 트위치, 아프리카TV 등에서는 크리에이터와 시청자가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하나의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소비된다. 그 과정에서 시청자는 단순한 소비자가 아닌, 공동 창작자가 된다. 실시간 방송은 즉각적인 피드백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숏폼 콘텐츠와 일맥상통한다.
미디어 시장은 이제 방송국 중심에서 개인 크리에이터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방송국은 중요한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해 송출했으나, 이제는 크리에이터들이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고 유통한다. 이들은 ‘앵커’부터 ‘촬영자’, ‘편집자’, ‘송출자’까지 여러 역할을 혼자서 소화하며 콘텐츠를 만든다. 그 결과, 기존 방송국의 한계를 넘어서 더욱 다양한 시각의 콘텐츠가 소비자에게 전달될 수 있다.
특히 숏폼 콘텐츠의 인기가 급증하면서 방송 영상 미디어 시장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유튜브 쇼츠, 틱톡, 인스타그램 릴스 등의 플랫폼은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들은 15초에서 1분 내외의 짧은 영상들로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방식은 모바일 중심의 소비 패턴과 맞물려, 짧고 강렬한 인상을 주는 콘텐츠를 선호하는 현대 소비자들에게 잘 맞아떨어진다. 긴 영상보다 짧고 자극적인 콘텐츠가 더욱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방송 영상 미디어 학계는 이제 1인 미디어 시대에 맞는 실무 중심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숏폼 콘텐츠 제작뿐만 아니라 실시간 방송 기법, 플랫폼 운영 전략, 수익 모델 설계 등 다양한 요소를 다룬 교육이 필요하다. 기존의 방송사 취업 중심의 커리큘럼에서 벗어나, 개인 크리에이터들이 활용할 수 있는 기획, 촬영, 편집, 브랜딩 등의 실무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숏폼 콘텐츠가 미치는 미디어 소비 패턴 변화와 실시간 스트리밍의 영향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유튜브 노란 딱지(광고 제한) 문제나 숏폼 콘텐츠 확산이 장기적인 미디어 소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연구가 더 활발히 이루어져야 한다.
결국, 방송 영상 미디어 산업은 더 이상 대형 방송사가 주도하는 시장이 아니라, 개인 크리에이터들이 주도하는 시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학계는 이러한 변화를 정확히 인식하고,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연구하여 미래의 방송 미디어 전문가들이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