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AI 시대의 시간관리 전략
김용민 대전대 혜화리버럴아츠 칼리지 교수
2025-11-09 충청신문
결국 답은 명확하다. 반복적 업무는 AI에 위임하고, 인간은 판단·협업·소통이라는 본질적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 조직의 방향을 정하고, 복잡한 문제를 해석하며, 사람을 설득하고 움직이게 하는 일은 기계가 대신할 수 없다. 이는 단순히 “AI를 활용하자”는 기술적 주장에 그치지 않는다. 인간의 시간과 에너지를 어디에 쓸 것인가에 대한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식의 재구성이다.
우리나라 조직의 많은 업무가 아직도 내용보다는 형식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도 문제다. 보고서 형식 맞추기, 수치 재검증, 형식적 회의 등은 AI가 더 잘할 수 있는 영역이다. 인간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감정과 사고의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반면 AI는 24시간 착오 및 실수 없이 동일한 수준의 정확도로 반복 작업을 수행한다. 기계가 잘하는 일에 인간의 시간을 쓰는 것은 조직이 감당해야 할 가장 큰 손실이다.
그렇다면 실천은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가? 첫째, 자동화할 수 있는 업무를 과감하게 떼어내 AI에 맡기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는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조직 차원의 필수 과제로, 하드웨어적 변화와 소프트웨어적 혁신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확보된 시간을 사람 간 협업과 의사결정에 재배치해야 한다. 부서 간 조율, 갈등 조정, 장기 전략 수립 등은 조직 성과를 좌우하지만 정작 바쁘다는 이유로 뒤로 밀려온 업무 영역이다. 셋째, 개인 역시 자기 성찰의 습관을 가져야 한다. “이 일은 내가 해야 하는가, 아니면 AI가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새로운 시간관리의 기준이 될 것이다.
AI는 인간을 대체하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시간을 더 가치 있는 곳에 쓰기 위해 등장한 기술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AI의 능력이 아니라 우리의 시간 배분 방식이다. 반복적이고 기계적인 일은 AI에게 넘기고,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문제 해결과 관계의 영역에 집중할 때 비로소 AI 시대의 진정한 생산성이 완성될 것이다. 기술혁신의 마지막 종착점이라 불리는 AI 시대, 이제는 “인간의 시간”을 재설계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