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쪽 작업대가 만드는 골목의 박자, 성심당 샌드위치 정거장
[기획 연재] 입터진 기자의 한입 Pick
[충청신문] 김미영 기자= 차가운 바람이 골목 모퉁이를 돌아도, 대흥동 성심당 거리엔 따뜻한 향이 먼저 스민다. 햇살이 낮게 깔린 초겨울, 본점을 지나 샌드위치 정거장까지 이어지는 골목은 오늘도 사람들의 발길로 뜨겁다.
샌드위치 정거장은 이름처럼 잠시 들렀다 가는 정류장 리듬 같다. 그 리듬은 매장 안에서 더 또렷해진다. 문을 열면 길게 뻗은 복도형 구조가 시선을 끌고, 공간 전체가 한 방향으로 흐르듯 움직인다. 왼쪽에서는 구워낸 빵을 손질하고 속재료를 준비하는 과정이 이어지고, 오른쪽 작업대에서는 막 분할한 반죽 덩어리들이 톡톡 떼어져 성형을 기다리고 있다.
직원들은 그 사이를 자연스럽게 오가며 일정한 속도로 리듬을 만든다. 향긋함은 매장을 가득 채우고, 초겨울 공기 속에서도 이 작은 ‘정거장’은 따뜻한 온도를 유지한다.
◎ 성심당 샌드위치 정거장의 대표 메뉴, 이렇게 맛봤어요!
가장 먼저 맛본 건 ‘루꼴라 샌드위치’다. 크루아상 안에 햄과 치즈, 토마토, 루꼴라가 차례로 들어가 한입에 재료의 조화가 또렷하다. 바삭한 크루아상의 결이 먼저 부서지고, 치즈의 고소함과 루꼴라의 쌉싸래함이 뒤따라 이어진다. 마지막에 토마토의 산뜻함이 입안을 정리해 전체적으로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 완성된다.
두 번째로 맛본 ‘야끼소바빵’은 따끈하게 볶아낸 면발이 넉넉하게 들어 있고, 사이사이 씹히는 큼지막한 햄이 식감의 재미를 더한다. 한입마다 면의 탄탄함이 살아 있고, 마지막엔 은근한 매콤함이 남아 여운이 길다. 샌드위치가 부담스러운 날, 든든한 한 끼로 고르기 좋다.
색다른 빵을 원한다면 ‘시칠리안 살시차’가 잘 맞는다. 통살시차 소시지가 중심을 잡고, 한입 베어 물면 짭조름한 육향과 머스타드의 산미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향신료가 은근하게 퍼져 이국적인 풍미를 만든다. 쫄깃한 빵 결이 소시지를 잘 붙잡아줘 끝까지 묵직한 맛이 유지된다.
빵순이 기자의 최애 Pick은 단연 ‘파스트라미 월넛’이다. 파스트라미의 짭조름한 풍미가 먼저 와닿고, 뒤이어 생토마토와 구운 토마토가 서로 다른 식감으로 맛을 쌓아 올린다. 카라멜라이징된 양파는 자연스럽게 단맛을 더하고, 월넛이 씹힐 때마다 고소함이 또렷하게 살아난다. 소스에 기대지 않고 재료 자체로 맛을 내는 샌드위치라 먹을수록 깊이가 느껴진다.
◎ 이런 점이 좋았어요
양쪽 작업대에서 이어지는 손길이 골목의 리듬을 만든다. 샌드위치를 채우는 손끝과 반죽을 성형하는 동작이 포개지며, 이곳 전체가 오직 샌드위치를 위해 존재하는 공간이라는 느낌이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골목과 매장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는 점도 좋다. 샌드위치를 들고 나오면 바로 옆 테라스치킨이나 성심당 문화원에서 곧바로 맛을 볼 수 있다. 빵을 고른 순간의 기대가 바로 먹는 즐거움으로 이어진다. 이 짧은 동선 속에서 성심당 골목이 왜 특별한지, 왜 다시 찾게 되는지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 빵순이 기자의 한마디
초겨울 골목을 따라 걷다 샌드위치 정거장에 닿으면, 왜 성심당이 ‘거리 자체가 하나의 결’이라는 말을 듣는지 금세 알게 된다. 빵이 만들어지는 순간과 그 맛을 바로 확인하는 흐름이 이 골목의 매력이다.
◎ 성심당 샌드위치 정거장 가이드
영업시간: 오전 8시 ~ 오후 8시 (매일)
대표 메뉴: 잠봉뵈르, 야끼소바빵, 루꼴라샌드위치 등
주차: 전용 주차장, 우리들공원 주차장, 현대 주차장, 정오 주차장
추천 방문 시간: 오픈 직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