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세계·예술혼 대전서 꽃피워

2007-05-03     충청신문/ 기자
전 생애에 걸쳐 한국의 역사를 온 몸으로 겪으며 예술가적 활동을 이룩한 고암 이응노 화백의 작품이 기증된 ‘이응노 미술관’이 3일 문을 열었다.

대전시 서구 만년동 대전시립미술관 옆에 지난 2005년 9월 착공해 1년 7개월만에 완공된 이응노 미술관은 지하 1층, 지상 2층, 연건축면적 1650㎡규모로 총 57억원이 투입됐다.

개관을 알리는 첫 전시회는 ‘고암, 예술의 숲을 거닐다. 파리에서 대전으로’가 오는 8월 26일까지 열리며 그의 대표작 ‘군상’ 등 문자 추상과 ‘인간’ 시리즈 등 회화와 조각, 세라믹 작품 48점이 선보인다.

또 지난 2일 ‘이응노 미술관 명예관장’으로 위촉된 고암 선생의 미방인 박인경(82) 여사로부터 기증받은 고암 작품 200여점과 유품 등도 소장돼 그 자료량만으로도 국내 최대 규모이다.

박성효 대전시장은 축사를 통해 “아무도 가지 않는 예술의 길을 개척하고 전통미술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린 거장 고암 선생의 안식처가 대전에 마련돼 너무도 기쁘다”며 “고암 선생의 뜻을 기리기 위해 앞으로 ‘이응노 미술관’을 세계적인 명소로 가꿔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박 여사는 “오늘 ‘그동안 공을 들였던 이응노 미술관’이 문을 열어 너무도 감격스럽다”며 “고암의 미술세계와 예술혼이 대전에서 꽃 피웠으면 한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변상형 이응노 미술관장은 “고암의 예술세계가 새롭게 조명될 수 있도록 프랑스 파리에 있는 이응노 미술관과 연계한 전시회와 세미나를 여는 등 각종 이벤트를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충남 예산 출신으로 인근 홍성에서 학교를 다니며 미술을 공부했던 고암은 예술의 성취가 정치적 탄압에 의해 가려져 만년을 이국땅에서 보내야 했던 비운의 화가다. 동서를 넘나드는 끊임없는 실험정신으로 유럽 화단에서 인정을 받던 그는 1967년 ‘동베를린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2년 6개월간 대전교도소에서 복역했다.

/김지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