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두리 양식장 물이 어느날 갑자기 빨갛다, 파랬다 하는것을 보고 언뜻 머리에 떠오르는것은 이제 큰일났다는 생각 뿐 이었습니다. 한마디로 검붉은 간장빛 바로 그것과 같았습니다.”
태안군 고남면 영목항에서 가두리 양식업을 하는 최풍우(56) 씨는 긴 한숨만 내쉬었다.
배를 허옇게 드러낸 우럭들이 물에 뜨면서 양식장 전체가 폐사직전의 아수라장을 연상시키고 있다.
서해안 첫 ‘적조’ 소식이 전해진 지 3-4일전부터 최 씨가 기르던 우럭 50~60만 마리 대부분이 폐사한 것으로 보이면서 이곳 일대는 비상이 걸린 상태이다.
이곳 영목항 일대 일부 양식장은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다.
20년 동안 가두리 양식업을 해온 현지 어민들은 “줄곧 양식업을 해왔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라며 난감한 표정이 역력하다.
우럭과 농어 가운데 치어를 중심으로 폐사가 시작됐지만 손을 쓰지 못한채 당국의 대책만 기다리고 있다.
어민들은 “올해는 치어를 50~100만 마리씩 입식한 양식장들이 많은데 다 죽어나가는 상황”이라며 “그동안 태안군과 수산사무소가 시료를 채취한다며 다녀갔지만 무슨 뾰족한 방안이 있겠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특히 올해 처음 적조주의보가 내려진 서해안 양식어민들은 피해 상황및 그에따른 보상여부는 어떻게 되는지 조차 몰라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실제로 지자체 등 관계기관들은 현미경 검경 결과 아가미가 깨끗해 적조에 의한 피해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히고 있다.
어민들은 “적조주의보 발령 전부터 물고기들 다 죽는다고 난리를 치자 인근 수산사무소에서 나와 피해상황을 조사해 갔지만 이렇다할 후속방안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면서 “가두리양식장 피해가 적조현상이 아니면 무엇때문에 우럭 모두가 폐사했는지 묻지않을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해로운 적조인지, 해가 없는 적조인지 어민들이 눈으로만 봐서 알 수 있느냐. 가뜩이나 서해안은 유속도 빠른데 이 난감한 상황을 무슨수로 풀어나갈지 그저 막막 할 뿐”이라며 납득할만한 실질적인 원인규명을 거듭 촉구했다.
한편 태안군은 12일 관내 인근 연안 및 해상에서 포클레인과 어장정화선을 동원해 가두리양식장 주변으로 45톤의 황토를 살포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서해에서 처음으로 적조가 발생한 후 태안군은 어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황토 살포작업을 펼치고 있다”며 “적조가 완전히 소멸될 때까지 피해예방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유영배기자 dailycc@dailycc.net
태안/신현교기자 shk11144@dailycc.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