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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엽제 피해자의 고통 덜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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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3.07.16 19:37
  • 기자명 By. 임명섭 주필
▲ 임명섭 주필

평생 고통을 겪으면서도 한 가닥 희망에 매달려 살아온 고엽제 피해자들이 안타깝게도 14년을 끌어온 베트남전 참전자들의 피해소송이 사실상 패소로 끝났다. 피해자들은 고엽제 후유증에 시달리면서 미국 제조사를 상대로 낸 국내 재판 최종심에서 대부분 패소했다.

대법원은 고엽제 피해자 1만6579명이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던 원심의 판단을 깨고 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로써 참전 피해자들은 고엽제 후유증을 조금이나마 마음으로 위로받기를 원했으나 마지막 남은 한 가닥의 희망마저 놓쳐버린 셈이 됐다.

하지만 재판부가 고엽제 후유증에 대한 연구나 정보를 미국이 독점하다시피하고 있는 가운데 피해자들에게 인과관계의 입증을 요구한 것은 가혹한 잣대가 아닐 수 없다. 이번 판결로 피해자들이 미국 사법부의 판단을 받아볼 수 있는 기회마저 박탈됐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재판은 끝났어도 고엽제 피해자들은 여전히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병마와 싸워야 한다. 물론 국가 차원의 의료지원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것만으로는 너무 부족하다.

이국 땅에서 목숨을 내 걸고 싸운 것도 모자라 오랜 기간 병마에 시달리고 있는 고엽제 피해자들은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이제 고엽제 피해자들은 미국에서도 한국에서도 더 이상 하소연할 곳이 없는 만큼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때문에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해 고엽제 피해에 대한 적절한 처우와 보상을 해줄 필요가 있다. 나라의 부름을 받고 전쟁에 참여한 후유증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외면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정부의 당연한 도리다.

지금 정부가 ‘고엽제후유의증 환자지원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지원하고 있지만 아픈 상처를 치유하기에는 너무나 초라한 수준이다. 정부 차원의 적극적 지원이 뒤따라야 할 줄 안다. 당사국인 미국 정부도 피해자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고 속죄할 수 있는 길이 열였으면 한다.

하지만 대법원에서 승소가 일부 확정된 염소성여드름 환자 39명은 미국에 국제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는 됐다. 하지만 이들이 가야 할 길도 산 넘어 산이다.

전 세계적으로 고엽제 노출과 질병 간 인과관계가 인정된 첫 법원 판결인데다 미국에서는 여전히 인정되지 않고 있어 연관성을 입증하기에는 하늘의 별따기나 다름없다.

나뭇잎의 성장을 억제해 고사시키는 화학물질이 고엽제다. 고엽제 속에는 인류 역사상 가장 독성이 강한 다이옥신이 함유돼 있다.

의도적으로 첨가한 독극물은 아니지만 고엽제를 만드는 과정에서 불순물로 생성된다고 한다. 다이옥신 1g이면 2만명을 죽일 수 있다.

베트남전쟁 때 미군은 베트남 국토의 15%에 해당하는 60만에이커의 광범위한 밀림지역에 고엽제 5만t을 살포했다. 40m 상공의 낮은 고도에서 항공기로 고엽제를 뿌리면 4분 이내에 폭 80m·길이 16㎞의 정글이 완전히 말라 죽었을 정도라고 한다.

이 때 80%에 해당하는 고엽제가 한국군 작전지역에 뿌려져 피해자가 됐다. 판결과 관계없이 우리 피해자가 된 젊은이들은 전장에서 피흘린 것도 모자라 평생을 질병에 시달려야 한다. 미국 정부에 고엽제 피해자의 고통에 책임감을 갖도록 인도적 차원을 촉구하면서 미국 정부의 성의에 기대를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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