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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작인의 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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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3.07.17 18:12
  • 기자명 By. 윤용태 기자
▲ 윤용태 부여 주재기자

땅은 발 아래에 있으되 주인 노릇은 항상 ‘윗사람’들이 해왔다. 지주는 ‘갑’이요, 소작인은 ‘을’이어서 소작인들은 농사를 빼앗길까봐 봄 농사가 시작될 때까지 가슴을 졸여야 했다.

못된 지주들의 이야기는 소설 속에도 널려 있다. 소작인을 여러 명목으로 괴롭히며 작은 행복·숨은 미소·아껴둔 여유를 빨대처럼 빨아대면서 최소한의 인간 조건조차 송두리째 빼앗아 가는 악덕 지주도 있었다.

이 때 유행하던 말이 임농탈경(臨農奪耕)이다. 풀이하면 농사를 짓게 되는 봄철에 농토를 빼앗는다는 말로 돌려 말하면 오랫동안 애써 준비한 것을 못하게 빼앗는다는 의미다.

부여군에도 임농탈경의 비애가 흐르는 일이 진행중에 있다. 로컬푸드유통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학교급식지원센터을 설립하는 공모사업이 비애다. 이 사업은 충남도에서 시행하는 사업으로 지역에서 생산된 농축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기 위한 충남형 로컬푸드유통시스템의 일환으로 학교급식을 비롯한 공공급식을 수행할 수 있는 조직과 시설을 육성 지원하는 사업이다.

학교급식지원센터 설립을 위해 지역내 학교급식커버넌스 체계를 사전에 설립해 운영해야 하고 생산자단체중 비법인이 법인으로 전환된 경우 비법이의 운영실적과 법인의 총 운영 실적이 1년 이상이어야 자격이 주어진다. 농협의 경우는 법인화를 전제조건으로 해 지역 내 학교급식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개별 농협이 단독으로 신청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는다.

또한 법인화 추진계획을 반드시 포함하되 개별투자 지분율이 25% 이상이 될 경우 인정하지 않고, 법인화 추진시 위의 생산자단체가 출자지분을 통해 정회원으로 가입할 경우 가점 부여 등 우대한다는 단서 조항이 있다. 또한 선정방법 및 절차는 서면·발표·현장평가·심사(조정)위원회 5명(유통분야 2명·위생분야 1명·전문가 2명)이 심사를 통해 선정한다.

부여군에서는 공모사업에 농협관련 기관과 몇몇의 기존 사업자가 신청했으나 농협관련 4개 기관(부여농협·규암농협·부여축협·조합공동사업법인)이 선정됐고, 이런 결과에 기존부터 학교급식을 해 오던 A업체가 크게 반발하고 나서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기타 나머지 업체는 중도포기를 선언한 상태다. 과거로 올라가 보면 학급급식은 A업체가 주도적으로 관내에서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A업체 대표의 주장에 따르면 15년동안 15명의 직원과 함께 새벽 4시부터 타 지역업체들과 치열하게 경쟁해왔는데 농협은 지역 학교급식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고 주장했다.

그는 3년전부터 학교급식지원센터 설치사업이 있다는 것을 알고 학교급식센터 설립부지 확보, 안전한 먹거리 공급을 위해 저온저장 차량 13대 구입 운영 등 사전 준비를 해 왔다고 밝혔다.

또한 지역에서 생산한 안전한 로컬푸드에 책임감을 갖고 학생들에게 제공해 왔을 때, 농협은 무엇을 했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농협이 학교급식센터 설치를 위한 신청서 자체가 현재의 학교급식 역량이 부재한 미래를 가장했다고 하면서 자체가 불공정`무원칙한 처사라고 일갈했다.

게다가 농협은 무경험자이고 무면허자다. 농협에 학교급식을 맡기는 것은 오늘날 갑과 을의 전쟁을 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것이 바로 불공정한 게임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이에 대해 농협 관계자는 적자운영이 감지되고 있는데 굳이 하려는 이유에 대해 농협은 공익을 목적으로 하고 있고 친환경 농축산물의 확대와 판로 개척을 위해 필요하며 농협이 하고 있는 본연의 일과 연계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주장했다.

개인사업자는 사익을 추구하는 부분이 있고 이 부분에서 공익과 사익이 마찰을 빚을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해 결과적으로 운영의 책임소재에 불분명함이 있다고도 했다.

이 사업과 관련 부여군 관계자는 농협에 대해 기존 급식업체와 같이 할 수 있는 상생방안으로 모색해 보라고 주문하고 있다.

충남도의 학교급식지원센터의 정책 사업이 아산과 당진에서 이미 이루어졌다. 이 두 곳은 초기 농협의 공모사업 참여로 기존 업체와 마찰을 빚었으나 현재는 안정세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충남도 관계자는 사업 참여업체는 기존 사업자와 더불어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시군 지자체에 지침을 내린 상태라고 밝혔다.

자칫 의도가 좋은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절름발이 사업’으로 굴러갈까 걱정되기도 한다. 상황을 돌아보면, 기존사업자가 농사를 짓기 위해 열심히 닦아놓은 터전을 정책보조사업의 일환으로 실행되는 것을 알고 농협이 뛰어들었다고 볼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생계의 터전을 하루아침에 빼앗기게 되었을 때 마음은 어떨까?

임농탈경에서 소작인의 비애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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