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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와 함께 사는 지혜를 배우자

충청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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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3.08.12 20:32
  • 기자명 By. 충청신문
▲ 노병일 대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논밭에서 일하는 농민을 생각하라 내가 느끼는 더위는 새발의 피인 것을”

요즈음 더위가 온 나라를 휩쓸고 있다. 온 천지에 있는 모든 것이 타들어 갈 것 같다. 집에서 조금만 움직여도 몸이 후텁지근하다.

그리고 밖에 나가 조금만 걸어도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그래서인지 모든 언론은 폭염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더위를 주요 뉴스로 내보내고 있다. 더위 때문에 몇 분은 이 세상과 영원히 작별하셨다고 한다.

이런 탓에, 더위에 대처하는 방법이 언론 매체에서 자주 얼굴을 내밀고 있다. 시원한 계곡이나 산이나 바다로 떠나라, 과일을 먹어라, 보양 식품을 먹어라 등등... 하지만 매일 이렇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결국, 더위에 멋지게 대처하는 뾰족한 방법은 없는 듯하다. 따라서 더위에 대처하는 나름의 방법을 짜야 할 듯하다. 나 자신도 잔머리를 굴려보지 않을 수 없다. 나이가 들면서 더위에 대처하는 방법으로 내 자신이 터득한(?) 방법은 너무나 소극적인 방법이다.

우선, 엄청 더울 때마다, 부모님이 겪었을 더위를 떠올린다. 아마도 부모님이 한창 나가던 시기는 지금보다 기온이 더 낮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당시는 에어컨이 귀하고 찜통 버스가 대중교통이던 시기이었다. 아련한 옛날 이만 때에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 부모님이 겪었을 더위에 비하면, 내가 느끼는 더위는 소박한 더위일 것이다.

그리고 엄청 더울 때마다, 논밭에서 일하는 농민들을 떠올린다. 집사람이 청양에 조그만 작업실이 있는데, 조그만 텃밭을 조금만 일궈도 땀으로 범벅이 된다. 그러다 보니 주위에서 일하는 농민들에게 존경과 죄송함이 항상 가슴 속에 와 닿는다.

뜨거운 햇빛 아래에서 농작물을 자식처럼 돌보는 이 분들이 만나는 더위에 비하면, 내가 느끼는 더위는 그야말로 새발의 피일 것이다.

또한 엄청 더울 때마다, 뜨거운 야외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을 떠올린다. 이 분들은 어느 때는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햇빛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온몸을 천 등으로 무장하고 일하는 이 분들이 겪는 더위에 비하면, 내가 느끼는 더위는 배부른 사치일 것이다.

그리고 더위에 대처하는 또 하나의 방법은 짜증을 내지 않는 것이다. 더우면 불쾌지수가 높아져서 싶게 짜증이 난다.

그러나 짜증이 나면 팍 더워진다. 더구나 짜증은 자신뿐만 아니라 짜증을 받는 사람에게까지 더위를 증폭시켜준다.

그러니 짜증을 내지 않는 것이 좋고, 만약 짜증을 냈으면 바로 “아차! 이러면 안 되는데..” 하고 짜증과 빨리 헤어지는 것이 나와 너의 더위 퇴치에 따봉이다.

어찌 보면 이런 방법은 유치하고 말도 되지 않는 방법이다. 그리고 부모님이나 농민이나 근로자들에게는 너무 송구스러운 방법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해보면, 이런 방법은 효과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인간이 아무리 꼼수를 쓰고 발버둥을 쳐본들, 위대한 더위님을 인간이 이길 수는 없을 것이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기후는 더 올라갈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 앞으로 더위와 전쟁을 하여 이길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을 듯하다. 더위와 한판 붙으려고 하면 할수록, 승산이 없는 전쟁에서 핏대만 더 늘어나 몸의 온도만 더 올라가는 모양새가 될 터이니 말이다.

이런 탓에, 시간이 흐르면 때를 마쳐 어김없이 방문하는 더위에게 정중히 인사한 후에, 그 분과 함께 더불어 사는 것이 아마도 가장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우리는 더위를 ‘이겨내는’ 방법이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인간이 더위를 이길 수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방법은 기다림이다. 더위가 아무리 힘이 세다고 해도, 가을이 동반하는 서늘바람을 이길 수는 없다.

서늘바람이 오면 더위도 세월의 바통을 살며시 넘겨주고 다른 나라로 슬그머니 자리를 옮긴다. 위대한 자연의 이치이다. 그러니 기다리다 보면 더위는 물러간다.

어찌 보면 삶은 단순하다. 요새 말로 삶은 심플한지라, 삶에서 겪는 어려운 실타래를 푸는 방법도 심플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것은 더위에도 그대로 적용되리라.

마침 오늘은 칠월칠석이다. 오늘 밤에는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오작교를 바라보며 더위와 심플하게 얘기 나누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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