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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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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3.08.28 18:30
  • 기자명 By. 충청신문
▲ 한진걸 전 대전서구의원

“선거때 유권자 향하여 공약했던 일들을 생각하면 과연 쉴 틈이 있겠는가 무한 봉사를 약속하면서 ‘하한’을 말할 수 있는가”

여러분께서는 공직자의 일처리에 있어서 3불론(三不論)이란 말을 혹시 들어 보신 적이 있는지를 여쭙고 싶다.

새로운 사업(특히 주민복지와 밀접한)을 제안 하거나 또는 기존사업의 개선을 주문할 때마다 돌아오는 답변의 공통성을 집약하여 표현한 것으로, 추진할 수 없는 이유로 제시하는 근거(?)라고 한다.

‘우선 법적근거가 없다. 그리고 예산이 없다. 무엇보다 선례가 없다’는 항변이라기 보다는 하소연에 가까운 답변을 듣게 되면 때로는 화가 나기도 하고, 때로는 안타까운 생각이 드는 한편으로 법적근거는 필요성에 공감한다면 의회를 설득하여 제정 또는 개정을 하면 될 일이고, 불요불급한 예산에 대한 조정을 통해 확보되는 세금만 잘 활용해도 상당부문을 해결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의 선례에 대해서는 말 그대로라면 영원히 일을 할 수 없을 것이다. 누군가는 일을 해야 그것이 선례가 되지 않겠는가? 조금은 다른 예시겠지만 공직자의 자세에 대한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자면, 예전에 시민단체 실무자로 일할 당시의 기억하나를 떠올리게 된다.

그해 연말은 대통령 선거가 예정되어 있었는데 유력한 후보가 타고 다니는 승용차의 번호판이 화제가 됐다. 바로 대선을 치르는 년도와 동일한 숫자로 인함이었는데 번호판 발급을 담당했던 공무원의 인터뷰 내용의 신선함이 여전히 새롭게 다가온다.

“우리는 접수 순서에 따라 차례로 번호를 발급하기에 유력인사라 할지라도 특정번호를 임의로 발급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하지도 않는다. 만약 특정번호를 위해 타인의 번호를 보면서 접수 순서를 조작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 또한 우리 관내에서는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담당자가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 기억에의 의존이라 적확하지는 않겠지만 이러한 내용이었다.

공직자의 근무기강을 말하면서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복지부동’이라는 표현은 이처럼 자신의 직무에 대한 긍지와 소신이 분명한 공직자 앞에서는 설 자리가 없을 것이고, 더 이상은 ‘공무원에겐 영혼이 없다’는 식의 비하 발언은 누구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오히려 명예훼손으로 처벌 받아 마땅할 것이다.

이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지역의 단체장이 내년도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기자회견이 예정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아직은 기자회견을 하기 전이고, 내막을 알 수 있는 입장도 아닌지라 섣불리 예단할 수 없겠으나, 들리는 말처럼 남은 임기동안 공약사업의 착실한 이행과 선거를 의식하지 않고 소신대로 마무리 하겠다는 의지에서 내린 결단이라 믿으며 그러한 의지가 현실로 확인되기를 기대해본다.

공직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반드시 짚어야 하는 또 한쪽은 의회의 기능일 것이다. 민주주의의 근간이라 할 삼권분립의 정신에 충실하자면 집행부의 독주를 견제하고 감시할 의회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토록 중요한 역할에 얼마나 충실한지 스스로 돌아볼 시점이라 생각한다. 상반기 정례회가 끝나고 다음회기까지의 요즈음 같은 시기를 언론에서는 하한정국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지방의원들이 때마다 비판받는 해외연수(?)가 집중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선거기간 동안 유권자를 향하여 공약했던 그 많은 일들을 생각하면 과연 쉴 틈이 있겠는가? 하물며 무한봉사를 약속하면서 스스로 하한(夏閑)이란 표현을 쓸 수 있는지 의문이다. 회기 동안 의회에 몰입하느라 미쳐 챙기지 못한 지역사정과 민심을 살피고 그를 토대로 입법발의 자료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특히 비례대표로 선출된 의원들의 초심회복이 절실한 시점이다.

관행적으로 비례는 한번만 하는 연유로 재선을 위해서는 지역구를 선택해야 하기에 마음이 온통 그쪽으로만 쏠리기 쉬운 시기이겠기에 초심으로 돌아가길 권유하는 것이다. 덧붙이자면 내년도 선거에서부터는 선거 공보물에서 단체장 후보와 함께 찍은 사진이 더 이상 보이지 않았으면 한다.

정당공천이 있는 상태에서 같은 정당의 후보자끼리 동반효과를 기대하며 실은 자연스런 선거기법(?)이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의회는 집행부와의 균형도 필요하나 우선적으로 견제의 기능이 더욱 큼에 동의한다면 시작부터 스스로의 본분을 깊이 생각하지 못한 처사라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음을 헤아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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