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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좀 뽑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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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3.08.29 18:39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유병우 씨엔유 건축사무소 대표

"우리가 무엇을 잘못 하고 무엇을 잘하는지 따지기 전에 조그만 틈새 여유를 만들어 봅시다"

1900년대 고도의 경제 성장기를 마치고, 우리의 경제가 선진국으로 진입하려 들지만, 오히려 시민 사회의 국민의식은 뒷걸음치는 듯하며, 삶의 질이 향상되었다는 것을 좀체 느끼지 못하겠다.

이와 더불어 선진정치를 요구하는 국민들의 여망에 따라 많은 제도와 법령이 지방 자치를 정착시키면서 선진사회의 문 앞에 서성이면서 우리는 혼돈을 겪고 있다.

근간을 풀뿌리 민주주의라 하여, ‘풀 좀 뽑자’고 하면 정치 사회악을 제거하자는 용어로 알아듣겠지만, 그게 아니고 우리가 살아가는 생활 주변에 무성히 자라고 있는 잡초를 뽑자는 제안이다.

도심을 지나다보면 넓게 확장된 도로의 양편과 가운데 설치한 분리대의 교목 아래로 아무런 제제도 없이 무성히 자라는 잡초를 보면 정말로 짜증이 난다. 거기다가 큰 도로 중앙 분리대는 마치 전임자가 벌려놓은 일이라고 방치하는 느낌마저 드는 것 같아서 더욱 안타깝다.

포장 한지 얼마 안 되는 도로뿐만 아니라 외곽 도로의 인도와 화단, 언덕, 제방 등 대전 시내 곳곳에서 잡초가 번창하는 여름을 우리는 지켜보고 만 있다. 자연으로 돌아가자고 주장하면서 온통 녹색으로 물들어가는 모습에 자연스러움이 있다고 홍보하면서 그까짓 잡초가 조금 있는 게 뭐 그리 큰 일 이냐고 하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길가에 자라는 잡초의 방치가 너무 지나치다.

장기간 버려진 빈터나 주차장만 있으면 이용유무 구분 없이 잡초가 무성히 자라고 있어, 언제나 우리의 주변 환경이 인간 친화적으로 유지되고, 시민 의식의 선진화를 이룰 수 있을까도 사뭇 걱정된다.

몇 해 전에 중앙분리대를 설치하고 산에 있는 나무를 뽑아다 길 가운데 억지로 심어서 일부 비난도 받았지만, 그렇다고 그 나무 아래에서 무성히 자라는 잡초는 누가 제거해야 되는지, 누구의 책임인지 답답하다.

뿐만 아니라, 중앙로의 꽃길 만들기 한다면서 가져다 놓은 플라스틱 화단 박스 옆 가로수 턱밑에 자라는 잡초는 누가 뽑는 것일까? 하상도로 뚝방의 잡초는 용역 맡은 업체가 경계선을 그은 안에만 풀을 자르고, 코앞 도로가에 무심히 자라는 잡초는 왜 방치하는지? 한밭대로변 인도에 구간 경계의 콘크리트 다리 가운데에서 연결도로 보도블록 사이로 무성히 자라는 잡초, 대전역 고속철 통과지역의 주변 정화사업을 하는 공사구간 현장까지도 잡초로 뒤엎여 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어려서부터 극일사상으로 교육을 받은 우리 세대들은 일본 자체를 싫어한다.

하지만 두려움과 설렘으로 80년대 초에 처음 일본을 방문하고 밖으로 표현은 못했지만 느낀 소감은 가는 곳 마다 모두 깨끗하다는 것이었다. 우리와 비슷한 교각이나 도로 등 공공시설 주변에 잡초가 보이지 않고 쓰레기가 아무데나 날리지 않았으며, 농촌을 지나다보면 우리같이 여기 저기 폐기물들이 널려있는 모습을 보기 힘들었다.

조금의 차이지만, 우리가 보기에는 그들은 남에게 폐 끼치지 않으려는 의식과 부지런히 쓸고 닦는 국민성이 있는 듯하여, 미워하면서도 속으로는 이러한 습관과 국민성은 배워야 우리가 이들을 극복 할 수 있다고 다짐하였다.

그나마 우리 세대들은 길가에 흘린 쓰레기를 주워야 한다는 생각과 걷다가도 잡초를 뽑아야겠다고 생각하지만 쉽사리 실천에 옮기지 못한다. 이는 어릴 때 기억으로 주말마다 통반 단위나 학교별로 조기청소 실시하여 동네화합을 꾀하여, 서로 이웃을 알고 인사하고 지내며, 공중도덕에 대한 어른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자랐기 때문일 것 이다.

하지만 지금은 주거 환경이 아파트 단위로 전환되면서 이러한 사회의 관습이 점차 사라지고 있으며, 입시 위주의 교육이 진행되다 보니까 이러한 교육엔 관심이 없어지고 살벌한 경쟁만이 남아있다.

이제 고개를 들고, 가슴을 펴고 생각해 봅시다. 우리가 무엇을 잘못하고 무엇을 잘하는지를 따지기 전에 조그만 틈새 여유를 만들어 봅시다.

그리고 주변을 살펴보고 밖으로 나가서 길가에 무성히 자라고 있는 나의 잡초가 아닌 우리의 잡초를 뽑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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