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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속으로] 1930년대의 상하이와 대전

“역사를 살리는 원도심 개발을 역사는 그대로 지켜내는 것이 도시의 활력을 되찾는데 기여한다는 역설을 세계가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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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3.09.12 18:25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조 성 남 대전중구문화원장

중국 최대의 도시 상하이가 1930년대를 그리워한다는 소제목이 눈길을 사로잡아 ‘중국 만리장정’이란 책을 집어 들게 되었다.

동아일보 워싱턴특파원을 지낸 언론인 홍은택씨가 자전거를 타고 중국을 여행하면서 길 위에서 본 중국을 쓴 게 중국 만리장정이다.

난징, 시안 등 8대고도(古都)를 연결하는 코스 4873㎞를 자전거를 타고 겪어낸 중국이야기인데 그는 자전거라는 조금은 불편한 교통수단을 통해 또 다른 중국 대륙 이면을 보여주고 있다.

그 많은 중국이야기 중 필자의 눈길을 끈 대목은 ‘상하이는 1930년대를 그리워 하네’란 소제목이었다.

중국여행 첫 출발지인 상하이에 도착한 첫날 밤 9시쯤 저자는 런민광장을 찾았고 광장 지하로 들어갔는데 광장 지하는 1930년대의 풍물을 복원한 펑칭가(風淸街)가 긴 통로를 따라 이어졌고 소비자들로 붐볐다는 것이다. 중국 최대의 도시 상하이, 중국의 미래라 불리는 상하이가 뜻밖에도 1930년대를 그리워한다는 다소 의외의 풍경을 목격한 저자는 언론인 특유의 취재감각을 발휘해 그 연유를 풀어냈다.

저자의 분석에 따르면 1930년대 중국은 근현대사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시기였다. 그때 유일하게 환락에 취해 흥청망청했던 곳이 상하이였다. 이 시기 상하이를 무대로 만든 영화가 ‘색, 계’다.

이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 것이나 1930년대 풍물거리가 성행하고 있는 것은 상하이가 민족이나 혁명과 같은 큰 담론보다는 개인의 행복과 본능의 추구가 더 중요한 시대에 들어섰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으로 저자는 풀어내고 있다. (홍은택, 「중국만리장정」41-45쪽)

상하이가 뜻밖에도 1930년대를 그리워하는 이유로 저자 홍은택은 1930년대가 상하이는 황금시대로 이 시대는 자유, 개방, 선진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압축되면서 서방의 새로운 문화와 과학기술을 받아들이려는 개방적인 기운이 넘쳤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 대목에서 영화 ‘색, 계’에서 본 인력거를 타고 다니는 상하이 거리와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20여 년 전인 1990년 북경아시안게임 때 둘러보았던 상하이의 거리모습이 동시에 겹쳐서 떠올랐다. 그러면서 문득 지금 대전이 고민하고 있는 원도심 활성화란 현안과 이 상하이 이야기가 오버랩되는 것을 느꼈다.

물론 대전 시민은 1930년대를 그리워하지 않는다. 1932년에 준공된 충남도청이 내포신도시로 옮겨가면서 옛 충남도청 청사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 것인지의 골치 아픈 문제만 남아있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그런데 1930년대의 대전을 뒤돌아보니 당시의 대전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해 가던, 활기가 넘쳤던 신흥도시였다.

1932년 충남도청이 이전해오던 해에 발간된 호남일보가 펴낸 ‘충청남도 발전사’에 묘사된 1900년대 초 대전의 모습은 ‘거주자가 수십 호(戶)에 지나지 않는 갈대가 무성한 황량한 한촌(寒村)’이었으나 1930년대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시가지가 조성되는 등 단 시일 내 발전동력이 왕성해지면서 충남의 수도, 한반도의 중앙으로 웅비하는 도시로 성장했던 것이다.

철저하게 일인들이 만든 도시, 대전은 1930년대에 그들의 표현대로 욱일승천하는 기세로 도시의 외연을 확장했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상하이와는 또 다른 면으로 대전의 1930년대가 대전으로서는 역사적인 시대였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장황하게 대전의 옛 기억을 들추어낸 것은 지금 대전이 당면한 원도심 활성화란 현안 때문이다.

지금 대전시는 ‘원도심 활성화’ 란 정책과제를 최우선적 현안으로 내세우고 이를 위해 1000억 원이 넘는 예산은 물론 모든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시당국의 노력을 보면서 한편으로 아쉬운 대목은 원도심이 지닌 역사성과 그 역사성을 살리기 위한 소프트웨어적 성격의 발상이 원도심을 살리는 지렛대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많은 예산을 쓰면 그만큼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도시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며 사람들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사는 존재라는 점이다.

지금 세계의 많은 도시들이 과거를 통해 도시의 매력 포인트를 살리고 있고 그로인해 사람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과거를 있는 그대로 보존하는 것, 어떤 면에서 과거부터 있던 장소, 역사를 그대로 지켜내는 것 자체가 그 도시의 활력을 되찾는 데 기여한다는 역설을 세계의 도시들이 보여주고 있다.

원도심 활성화의 해답이 어떤 점에서 이외의 지점에서 도출될 수 있다는 생각을 1930년대의 상하이가 시사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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