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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속으로] 친일·독재 결코, 묵인·미화 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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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3.09.26 18:03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최 광 임 시인, ‘시와 경계’부주간

1927년생이신 어머니는 1929년 세계 경제공항과 1939년 제2차 세계대전 여파에 이어, 1940년 일본의 태평양 진출로 인한 학도병과 위안부 징집의 위협 속에서 살아야 했다.

그 중, 1940년은 36년이란 일제 침략 기간 중 우리 민족에게 가장 치욕적이고 위험한 한 해였다. 나라 정신의 근간인 문인들이 일본의 억압에 못 이긴 나머지 줄줄이 친일파로 변절해간 해이며 민족의 미래인 젊은이들은 학도병과 위안부로 징집되어 가던 해였으니 말이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17세와 19세라는 어린 나이에 조혼하게 된 이유가 치욕적인 역사의 내력에 있는 것이다.

그 뿐만 아니다. 글을 아는 사람이 드문 당시로선 학자이셨던 할아버지가 마을·면 일을 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 이유로 할아버지는 2년여의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이어서 1950년 6·25 전쟁과 1953년 휴전. 하지만 그 후, 할아버지의 같은 죄목(?)으로 인하여 빨치산에게 부르주아로 몰린 우리 가족은 3년여 피난살이를 더 했다고 한다. 그 이후의 사회상은 어떠했던가.

그야말로 어머니는 살아있는 한국사 책이다. 사람의 오감 중에 청각은 가장 먼저 틔어서 가장 나중까지 남아있는 기관이라고 한다. “내가 이야기로 꿰지는 못하지만 텔레비전서 보거나 듣는 옛날이야기는 다 이해하고 알아듣는다. 틀린 것도 있는디 연속극인갑다 허는 것이제” 어머니의 말씀이다.

이야기의 실마리를 잡기만 하면 줄줄이 구비문학의 스토리텔러가 되고 역사의 고증이 된다는 말이다. 그러니 기득권층의 기술記述로만 역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역사란 비기득권층의 삶의 증언 또한 수렴되어야 하는 법이다. 최근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교학사 간)가 검정을 통과하면서 논란을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고등교과서 한국사 논란은 정치권의 사관으로까지 비화하고 있는 조짐이다. 또, 지난 5월엔 한국시인협회 집행부가 펴낸 한국 근·현대 인물 위주의 공적을 다룬 시집 ‘사람’(민음사)이 뜨거운 논란의 대상이 되었었다.

두 사건의 핵심은 한 가지이다. 무엇으로도 용납하거나 합리화할 수 없는 일제 침략과 독재에 대한 점이다. 친일·독재 미화·왜곡이라는 점과 오류, 비문 등 여타의 문제를 들고 있다.

또한, 친일행적으로 비판받는 인물들과 재벌 총수들에 대해 찬양 일색인 작품을 게재한 데 따른 논란이었다. 시집 ‘사람’에 수록된 시 박정희(이태수 작)의 내용은 참으로 가관이 아닐 수 없다.

“5·16은 쿠데타로 잉태해 혁명으로, 개발 독재는 애국 독재로 승화됐습니다.”, “5·16 쿠데타와 유신 독재가 없었다면 / 민족중흥과 경제 발전은 과연 어떻게 됐을 는지요.”

또, 시 이승만(이길원 작)은 “6·25가 통일 전쟁이라는 그들의 말처럼/ 만에 하나라도 이 나라 붉게 물들었다면/ 나의 손자 우리의 손녀들이/ 이렇게 맑은 웃음 날릴 수 있었을까” 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시인협회는 기증본을 제외한, 나머지 서점 유통 분량을 전면 회수하는 것으로 일단락 지었다. 출간 의도야 어찌되었든 실수야 있을 수 있다고 치자. 다양한 문헌과 시각, 체험이기에 각기 다른 입장을 표명할 수는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사실이 변할 수 없는 이상 용납은 있을 수 없다. 우리 가족이 그 역사 속에서 파란만장 했듯, 아직도 끝나지 않은 현실로 사는 이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개인이든, 문학이든, 역사교과서든 친일·독재 미화·왜곡 내용은 어떠한 경우에라도 객관화 될 수 없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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