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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속으로]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우리의 인생은 수많은 조우의 연속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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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3.10.10 17:43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김 창 견 시인

말 그대로 생동하는 봄날이 엊그제 같았는데 어느새 24절기 중 17번째 절기인 한로(寒露)가 지났다. 이슬이 찬공기를 만나 서리로 변하기 시작한다는 뜻으로 가을이 무르익어간다는 시기다.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 가을이 되면 각 방송매체에서 어김없이 선곡하는 가을노래 ‘가을편지’다.

지금부터 40 여 년 전 시인 고은의 시에 ‘아침이슬’의 김민기가 곡을 붙인 ‘가을편지’는 오늘날 들어도 듣는 이로 하여금 서정의 세계로 이끌어가니 과히 가을을 대표하는 명곡임에 분명하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시인과 대중예술인의 조우는 이렇게 시대의 강을 뛰어넘어 많은 가수들에게 리메이크되는 명불허전(名不虛傳) 명곡을 탄생시킨 것이다.

‘가을편지’가 가을의 서정을 얘기한다면, 대비적으로 동장군이 물러가고 봄빛 실바람이 불어올 때면 “하얀 목련이 필 때면 다시 생각나는 사람~”이라 노래한 양희은의 ‘하얀 목련’은 봄의 서정에 잠기게 한다.

이 두 노래는 성하(盛夏) 또는 엄동(嚴冬)이라는 극한의 계절에서 새롭게 변화하는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우리의 감성을 노래한 공통점이 있다.

이런 공통점에도 ‘하얀목련’이 지난 시간을 회상하고 특정인과의 재회를 희망한다면 ‘가을편지’는 다가올 시간에 ‘누구라도’라는 새로운 만남을 희망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만남의 깊이를 더해주고 있다.

 

▶ 공상 속 미지와의 만남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과 도전은 인류의 보편적 특성 중 하나가 아닐까한다. 특히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 미지와의 대면일 경우 치열한 경쟁을 통해 누군간 그 성취를 이루게 된다.

1909년 북극점에 도달한 미국의 피어리, 1911년 남극점에 도달한 노르웨이의 아문센, 1953년 에베레스트산을 등정한 뉴질랜드의 힐러리 등 모험가들이 그들로, 미답(未踏)의 세계와 조우한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얻은 사람들이다.

보통의 사람들의 모험적 미지와의 만남은 영화라는 장르에서 대리만족을 얻을 수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1977년 영화 ‘미지와의 조우’를 통해 우호적인 외계인의 모습을 투영시켰다.

그로부터 5년후 스필버그는 ‘ET’라는 캐릭터로 친근한 이미지의 외계인을 우리에게 조우시켰다. 문화적 만남이다.

 

▶ 우호적 선택, 정치적 만남

우리는 흔히 모든 일은 우연히 이뤄지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연한 만남 즉 조우는 우리 일생을 풍요롭게 하는 가을걷이 같은 수확이 아닐까 한다.

7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내년 6월4일 지방자치 선거 또한 우리가 염두에 둬야할 만남이다. 속속 예비후보자들이 출마선언을 하고 있는 가운데, 그 나물에 그 비빔이란 다소 냉소적인 반응일지라도 우리는 원하든 원치 안든 출마 후보자들의 아우성 중 누군가 한 사람은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치적 만남이다.

이렇듯 우리의 인생은 사람이거나 사물 등을 대상으로 한 수많은 조우의 연속이 아니던가. 명곡과 명화가 세대를 초월한 공감이라는 이끌림으로 우리에게 와 닿듯, 정치적 만남도 시대 흐름에 따라 우리와 조우하고 있는 것이다.

이래저래 우리는 지금 2013년 가을과 조우하고 있다.

영국의 시인 던(Donne)은 “나는 가을의 용모보다 더 우아한 봄의 아름다움과 여름의 아름다움을 본 일이 없다”고 그의 시 ‘가을’에서 찬양했듯, 가을은 단순히 자연 그자체로도 아름다운 풍광을 감동으로 자아낸다.

여기에 추수동장(秋收冬藏)의 여유로움과 함께 사색의 깊이가 더해진 조우로 우리 인생의 한 조각에 파스텔 색채로 칠해 보길 희망해 본다.

우연히 서로 만난다는 조우(遭遇)야말로 생을 풍요롭게 하는 새로운 에너지로 다가설지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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