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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로하선] ‘주저리 감’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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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3.11.04 20:02
  • 기자명 By. 충청신문

주저리주저리 감이 달린 감나무 가지를 집안에 걸어보라. 가을 정취 물씬한 인테리어 소품이 되고 연시가 되면 하나씩 따먹는 재미도 있다. 영동군이 ‘주저리 감’을 작품으로 만들어 공공기관 민원실에 홍보용으로 나눠줬더니 인기 폭발이라 한다. 둥근 장구울림판 위에 감나무 가지를 매달았는데 마치 보름달에 걸린 감나무를 보는 듯하다. 울림판은 ‘천고’를 만든 이석채 악기장의 솜씨, 여기에 향토 서예가 박경동 선생의 글씨도 올렸다니 가히 작품이라 할만하다.

▷ 박 선생이 쓴 글은 문(文), 무(武), 충(忠), 효(孝), 절개(節)로 이른바 감의 오덕(五德)이다. 단풍든 감나무 잎이 시엽지(枾葉紙), 즉 글을 쓰는 종이가 되니 문이 있고, 나무가 단단해 화살촉으로 쓰이니 무가 있으며, 속과 겉이 다르지 않고 똑같이 붉은 색이니 표리부동하지 않은 충이 있고, 이가 없는 노인도 먹을 수 있으니 효가 있으며, 또 서리를 이기고 만추까지 유일하게 버티니 절개가 있다 했다. 당나라 때 단성식이 쓴 ‘유양잡조(酉陽雜俎)’에 나오는 얘기다.

▷ 단성식의 감나무 예찬은 더 이어진다. 몇 백 년을 사니 수명이 길고(壽), 새가 깃을 들이지 않으며(無鳥巢), 벌레가 꾀질 않고(無蟲), 열매가 먹음직하고(嘉實), 나무가 단단하길 비길 나무가 없다(木堅)하여 오절을 갖췄다 했다. 또 나무가 검고(黑), 잎이 푸르며(靑), 꽃이 노랗고(黃), 열매가 붉으며(赤), 곶감에서 흰 가루가 난다(白)하여, 오색(五色) 오행(五行) 오덕 오방(五方)을 고루 갖춘 유일한 나무, 예절지수(禮絶之樹)라 칭하며 침이 마르도록 칭송했던 것이다.

▷ 고욤나무에 접붙여야만 감나무가 되기에 자신에게 부족한 것은 남에게 배워서 성장하라는 배움의 상징이기도 했으니 사람이 따를 수 없는 걸 감나무가 갖고 있는 셈이다. 영동군의 ‘주저리 감’이 이런 감나무의 덕에 스스로를 비춰보는 거울이 됐으면 한다. 감나무와 북을 조화시켜 감의 고장이자 국악의 고장인 영동군을 알리려는 아이디어가 신선하고, 요즘 옛 것에 첨단 기능을 더한 ‘하이엔드 복고’가 유행인데, ‘추억 마케팅’으로도 손색이 없는 ‘주저리 감’이다.

안순택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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