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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아웃사이더의 고품격 정신세계 대방출

한국의 조르바, 시인이자 화가 정현우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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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3.11.25 19:00
  • 기자명 By. 이용 기자

페이스북에 솔직하고 녹록하지 않은 현실을 시와 그림으로 표현하며 세상과 소통하고 있는 시인이자 화가 정현우!

이 책 ‘누군가 나를 지울 때’는 그가 페이스북을 비롯해 여기저기 발표했던 글 93편과 그림 71점을 묶었다.

삶이 주는 상처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그 안에서 아련하고 담담한 진실을 길어 올리는 작가 정현우. 이 책에서는 눈으로 볼 수 없는 것들을 포착하고 싶어 하고, 세상과 싸우면서도 끊임없이 소통하려 노력하는 순정한 영혼과 조우할 수 있다.

‘누군가 나를 지울 때’의 글과 그림 사이사이에 깃든 여백은 누군가에게는 그리움으로, 누군가에게는 자유로움으로, 누군가에게는 눈물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희망으로 읽힐 것이다.

세간의 획일화된 정의를 애써 거부하는 작가는 그렇게 우리에게 무정형의 신비한 선물을 건네는 것이다. 그만의 방식으로. 조르바처럼….

화가, 시인. 라디오 디제이, 히피, 가수, 보헤미안, 방랑자. 흔치 않은 삶의 이력 덕분에 정현우를 수식하고 그를 설명할 수 있는 단어는 차고 넘치지만 어떤 것으로도 온전하게 그를 수식하거나 설명할 수 없다.

어떤 이름으로도 작가의 전부를 오롯이 포획할 수는 없다. 천상 그렇게 그는 자유인이다.

세상의 거짓 논리에 저항하는 조르바다. 그렇다. 성공이나 주류와는 다른 삶을 살아왔던 그는 우리가 쉽게 볼 수 있는 부류의 예술가는 아니다.

예술이 상업이 된 시대에 홀로 고립을 자처하며 세상의 폐부를 날카롭게 찌르는 몽상가이다. 시대의 욕망과 갈 길 잃은 문명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유력한 수단이 예술이라고 믿는 낭만주의자이다. 어눌한 말투로 화려한 시적 수사를 거부하는 진짜 시인이다. 싸구려 술 한잔과 찬밥 몇 숟갈로도 며칠을 앓아내는 촌놈이다.

고독한 산막에서 발효시킨 그리움, 그리고 소망. 정현우는 스스로 지어 두른 고독한 산막에서 되새김질한 단상을 글과 그림에 천천히 발효시킨다. 아크릴 특유의 질감으로 표현된 담박한 그림은 독자에게 저마다의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호소하는 듯 느껴진다.

세상 가장 낮은 곳과 세상 가장 높은 곳을 두루 활보하는 작가의 자유로운 이력은 글 속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가난하지만 행복했던 한 시절의 소중한 기억이 짧고 단단한 문장 속에서 되살아나고, 오이풀 특유의 알싸한 그림 냄새가 아련한 첫사랑의 추억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러나 그의 글과 그림에는 그리움만 담겨 있는 것은 아니다. 음악이 권력이 되는 세상, 어떤 구속도 거부하며 자율과 양심만으로 살 수 있는 세상, 소비가 성장을 부추기지 않는 세상, 지금과는 다른 세상이 그곳에 있다. 그래서 그는 결코 현실과 타협하거나 물들거나 철들지 않는다. 그의 눈은 여전히 억압받는 사람들을, 주변에 낮게 머물러 있는 사람들을 향한다.

소설가 이외수는 그를 이렇게 평했다. “나의 오랜 지인 정현우는 화가이자 시인이다. 그는 이 척박한 현실 속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예술가는 아니다. 나는 그가 책을 낸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석 달 열흘쯤 술을 마시고 싶을 정도로 행복하다. 그이 진실이 토로된 책이라면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강추다” 라고.

우리 시대 마지막 보헤미안 정현우는 강원도 양구에서 태어나 여기저기 방랑하며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있다.

시화집 ‘새들은 죄가 없다’, ‘그리움 따윈 건너뛰겠습니다’, 음악에세이 ‘춘천 라디오’, 인문과학서 ‘대마초는 죄가 없다’ 등을 썼다.

1997년 ‘겨울강 건너기’를 시작으로 2013년 ‘정림리의 휴일’ 전까지 9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춘천 CBS라디오의 DJ이기도 했던 그는 매일 ‘음악’으로 망명하며 ‘크리스티아나’ 같은 예술공동체를 꿈꾸고 있다. 이 책 ‘누군가 나를 지울 때’는 그가 일상의 사색과 고독 속에서 길어낸 농익은 시와 향기로운 그림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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