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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포럼] 만델라와 김대중

“소수라고 절망하지 않고 행동하는 양심으로 각성한다면 다시 민주주의는 일어설 것이고 사회정의는 꽃 피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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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3.12.23 18:03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송 용 길 대전김대중기념사업회 운영위원장

지난 5일 넬슨 만델라가 세상을 떠났다. 평생을 관통한 ‘자유를 향한 긴 여정’이 막을 내린 것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그의 나이 서른 살 때 치러진 남아공 총선에서 아프리카너(네덜란드계 백인)들이 주도하는 국민당이 승리하면서부터 악명 높은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가 시작되었다. 만델라는 당연히 저항하였고 운명처럼 모진 탄압과 수난이 기다리고 있었다.

1962년 수감 후 1964년 반역죄로 종신형을 선고받은 만델라는 케이프타운 앞 바다 로빈섬에서 17년을 비롯해 총 28년간 감옥살이를 하였다. 국제사회는 석방 운동을 벌였고, 남아공에 대한 금수조치를 취했다. 그 결과 1990년 2월 데클레르크 대통령에 의해 석방되어 1994년 남아공 최초로 흑인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대통령이 된 그는 다인종·다민족이 공존하는 ‘무지개 국가’를 슬로건으로 삼아 인종차별의 상흔을 치유하는데 온갖 노력과 정성을 다하였다. 특히 과거사 규명에 착수하면서 ‘잊지는 않지만 용서한다(forgive without forgetting)’는 원칙을 내걸고 ‘진실화해위원회’를 만들었다.

그는 특별히 1997년 5월 김대중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되었을 때 그의 셋째 딸 진드지 만델라를 서울에 보내 낡은 손목시계 하나를 선물로 보냈다. 그가 28년 동안 종신형을 받고 옥살이를 할 때 차고 있던 바로 그 시계다. 뿐만 아니라 퇴임 후 2001년 3월 12일 청와대를 방문하여 김대중 대통령과 감격적인 만남을 가졌다.

이 때 자신을 ‘무지개 공화국(The Rainbow Nation)’ 출신이라고 소개하면서 김 대통령의 햇볕정책에 대해 “내가 이기고 남이 지는 것이 아닌 상호간에 호혜적으로 이루어지는 과정”이라고 평가하였다. 김 대통령은 만델라를 가리켜 ‘20세기의 위대한 양심,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것을 고난 속에서 입증한 분’이라고 진정어린 경의와 찬사를 표했다.

돌이켜 보면 두 분 사이에는 닮은 점이 매우 많았다. 한 분은 종신형을 선고받고 긴 감옥생활(그 중 18년은 독방생활)을 하였고, 또 한 분은 6년간의 감옥생활, 사형선고, 납치, 망명, 연금 등 모진 탄압과 고초를 겪었다.

만델라는 자신을 감옥에 보낸 백인 대통령과 화해하고 감옥소 소장을 오스트리아 대사로, 백인을 부통령으로 임명하였고, 김 대통령은 평생 그를 탄압했던 박정희 대통령과 사후 화해를 하고 기념관 건립을 전폭적으로 지원하였으며 영남출신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임명하였다.

이처럼 흑백통합, 동서남북통합을 위해 몸소 실천한 두 분은 국제사회의 찬사 속에 노벨 평화상 수상자가 되었다. 일생동안 정의의 편에 서서 평화와 인권,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쉬지 않고 노력한 세기의 위인들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만델라 사후 남아공은 어떠한가. 정부는 부패하고, 경제는 추락하고 있다. 공식 실업률만 25%가 넘고, 일부 아프리카너들이 흑인정권에 맞설 무장투쟁 캠프를 만드는 등 또다시 인종 갈등의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또한 어떠한가.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 이후 조성되었던 평화공존, 경제교류, 화해협력 무드가 한순간에 무너지고 이제는 대립과 갈등의 대결국면으로 접어든 지 오래다. 더욱이 정의로운 국민들의 피와 땀과 눈물로 이뤄낸 민주주의가 근간부터 위협받고 있다.

역사 발전의 동인은 소수에 있다는 게 나의 소신이다. 무기력한 다수, 현실에 안주하는 다수는 역사의 방관자일 뿐이다. 소수라고 절망하지 않고 행동하는 양심으로 각성한다면 다시 민주주의는 일어설 것이고, 사회정의는 꽃을 피울 것이다.

밝음보다는 음습한 기운이 한반도를 드리웠던 2013년 한 해가 저물어가는 이즈음 두 분 지도자가 새삼 그리워진다. 새해에는 우리 모두 정신 바짝 차리고 역사발전의 씨알들이 되어 보기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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