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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아름다운 마무리

“사흘 후에 죽는다면 하고 싶은 일이 얼마나 많을까. 절박한 마음으로 보내는 그 사흘은 3개월 혹은 3년 이상 보람찬 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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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3.12.30 17:53
  • 기자명 By. 충청신문

엊그제 모 강의를 들었을 때의 일이다.

순서를 진행하던 주재강사가 몇몇 사람을 지목하고는 내일 모레 글피 즉 사흘 뒤에 죽는다고 가정했을 때 꼭 하고 싶은 일이 뭐냐고 물었다.

한 사람은 친구와 화해를 하겠다고 했다. 대단치 않은 일로 싸우고는 말을 끊고 지냈는데 속히 찾아가 마음을 풀고 싶다는 것이다.

또 다른 사람은 남편에게 사흘이나마 최고 대접을 해 주겠다면서 불행히 죽으면 후회될 거라고 덧붙였다.

세 번째 남자는 그간 신경질적인 상사 때문에 업무를 등한시해 왔다고 앞으로는 가족을 위해서라도 성실하게 근무해야겠단다.

말을 들은 강사는 “그렇다면 지금 시작하십시오. 내일 아니 오늘 저녁에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살면 당신은 후회 없는 삶이 될 것입니다.” 라고 말했다.

다녀온 뒤에도 한동안 뇌리에 남아 있었다. 하기야 얼마 후 죽는다고 가정하면 열심히 살 수밖에 없다. 시간적인 내일은 있지만 언제 죽을지 모르는 우리로서는 오늘이 전부고 그래서 더 분명하고 깔끔하게 살아야겠지 싶다.

사흘 후에 죽는다면 하고 싶은 일이 얼마나 많을까. 절박한 마음으로 보내는 그 사흘은 3개월 혹은 3년 이상으로 보람찬 날이 될 것이다.

삶은 늘 미완성이지만 오늘이 마지막이라면 그 삶은 보다 분명해진다. 오늘 내일 길어야 사흘 안에 끝내야 하므로 목표가 뚜렷하고 비전이 확실하다. 오늘은 믿을 수 있어도 내일은 미지수라는 걸 의식하는 까닭에 어떤 장벽도 극복하게 된다.

아무 때고 생을 마감할 수 있다는 각오로 대처하면 앞서 예로 든 것처럼 하루가 천년 버금가는 식의 보람을 느낄 수 있다. 몰라서 불안한 것도 있지만 분명히 알고 나면 오히려 담대해지고 결국 더 확실히 사는 것으로 전환이 될 수 있다.

이따금 암이나 심근경색 등의 불치병 선고를 받은 사람이 아쉬운 마음으로 그 가족과 이웃에게 최선을 다한 결과 뜻밖에 화목해지고 그렇게 마음을 쓰다 보니 병도 고치게 되면서 두루 좋아진 경우가 많다.

긴장감을 유발시키는 것 중에 카운트다운이 있다.

백이면 백 혹은 열을 설정해 놓고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사는 것이다. 보통 열을 설정하는 경향이되 특별히 다 헤아리고 마지막 다섯이나 셋 정도가 남을 때 손에 땀이 쥐어질 만치 긴장되는 걸 보면 생각이 많다.

하루하루를 곶감 꼬치 빼 먹듯 하는 형국이되 재물을 만약 그렇게 하면 낭비가 되고 감질날 것이나 시간은 오히려 절도가 있고 긴장도까지 높아져 훨씬 진취적이다.

마지막은 아니되 마지막으로 여기고 살 때라야 보다 확실한 오늘로 자리 잡는다. 오늘 못하는 일은 내일도 하지 못한다. 내일은 하루 앞서 다가온 또 다른 오늘이기 때문이다.

끝없이 도는 어제 오늘 내일의 수레바퀴는 경계가 없고 모든 시간을 오늘로만 생각해야 된다면 더 신중을 가하게 되지 않을까. 매사 완벽한 건 없지만 최대한 그런 삶을 추구하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날에 활력을 찾을 수 있다.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중요한 건 지금 이 시간이고 지금 만나는 사람이며 현재 하는 일이다. 누군가에게 잘 해 주고 싶다면 지금이 적기다.

세월은 끝없이 흐르지만 오늘 이 시간은 두 번 다시 오지 않으며 일단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삶은 미확인 지대고 현재에 승부를 걸어야 맞다. 내일은 소중해도 소망과 목표를 두기 위한 근간이 아니면 무의미하다.

지금은 한해의 끝자락, 1년을 돌아볼 때 참으로 중요한 시점이고 누구나 긴장할 수밖에 없다. 올해 끝내지 못하고 이월되는 일은 없어야 하되 미완성인 채로 남기지 않는 현재완료형 삶을 추구하고 싶다.

조금 남겨 둔 상태에서는 뜻밖에 탄력이 붙고 오랜 날 걸려도 불가능했던 일을 달성하는 걸 보면 얼마 남지 않은 절대 절명의 상황도 필요하다. 오늘이 가기 전 마무리하는 그보다 아름다운 건 달리 없을 것이기에.

이 정 희 시인·둥그레 시 동인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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