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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 사람 평가의 오류

“조직의 평가 잣대가 속칭 ‘짜웅’이나 ‘거시기’에 의한 것이라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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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4.01.08 17:44
  • 기자명 By. 충청신문
▲ 박 영 식 대전팝스오케스트라 ccd

요즘, 공무원들의 세계 즉 관공서는 인사철이다. 조직의 안과 밖이 뒤숭숭하다. ‘승진을 축하합니다’ ‘축 발전’ ‘건승하십시요’라고 적힌 축하 리본을 매단 각종 난 화분이 이 사무실, 저 사무실 줄줄이 들어오는 걸 보면서 인사철임을 실감한다.

승진한 사람은 어깨에 힘이 들어간 반면 한쪽 구석에서는 담배연기를 내뿜으며 한숨을 대신하는 이들이 있다. 술로 보내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인사철이 되면 꼭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과연 사람이 사람을 평가할 수 있는가? 굳이 해야 된다면, 어떠한 잣대로 해야 하는가?

어차피, 성과와 능력 등으로 평가되어 조직원의 순위가 주어진다면, 그 성과나 그 능력도, 직업이 공무원인 만큼, 고객·시민에 대한 봉사성과, 고객·시민에 대한 봉사능력으로 가늠되어야 마땅하다. 또한 조직의 평가 우선순위도 그것으로 되어야 한다.

조직 내부의 평가 잣대가 끼리끼리 어울리는 속칭 ‘짜웅’이나 주고받기 식 ‘거시기’에 의하여 순위가 결정되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무엇보다 이는 기준이나 가치가 명확하지 않다. ‘주객전도(主客顚倒)’라는 말처럼 앞뒤가 바뀐 경우이거나, 고객·시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평가 잣대를 망각하는 경우라 할 수 있겠다.

흔히 ‘인사는 만사다’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인사에 대해서는 숱하게 물을 먹어본 나는 체험적으로 잘 안다. 상식대로 원칙대로 되는 게 아니더라는 걸 말이다.

당장 생각해봐도 사람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가 문제다. 근원적으로 개개인의 개성 파악이 상당히 어렵다. 원칙대로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이 정말 직장생활을 잘 하는 사람일까. 때로는 다소 엉뚱한 사람이 세상을 유익하고, 행복하게 변화시키지 않던가. 또한 사람을 적재적소에 보내야 개인과 팀의 능력 발휘가 조직의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말, 맞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평가항목, 평가기법, 성과지표, 성과도출, 평가도구, 성과평가, 역량평가, 다면평가 등등 과연 어느 것 하나 믿을 만한 게 있는가. 인위적으로 조작이 가능하고, 겪어보면 특정한 사람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음을 피부로 느낀다.

기획력, 의사결정력, 업무추진력, 문제해결력, 협상조정력, 리더십, 소통, 변화주도력, 전략적사고, 신뢰도, 직무지식 등은 어쩌면 평가대상 항목이 아니고, 특정인을 키워주기 위한 용어의 나열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또한, ‘조직에 대한 성과’가 ‘고객에 대한 성과’나 ‘시민에게 미치는 성과’와 동일하게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물론 이것도 인위 조작이 가능하니까. 다소 엉뚱한 가설. 추론이지만, 현재 시스템에 의한 평가결과치를 완전히 거꾸로 평가하여 승진 등 인사발령을 내도 큰 무리가 아닐 수도 있다.

오히려, 거꾸로 내는 게 조직의 매너리즘을 줄이고, 신바람이 날 수도 있다. 왜냐? ‘사람 평가의 근원적 오류’를 순순히 인정하는 게 신선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제대로 된 인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순리를 따르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인사에 반영돼야 한다. 전혀 엉뚱한 사람이 툭 불거져 나와 오해를 부르는 소지는 가능한 한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 ‘인사는 만사’가 ‘인사는 망사다’가 되어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

대부분의 사람이 성실하게 일하는 삶의 터전이 되는 공간이 직장이다. 획일적인 인사, 잘못된 사람 평가보다는 신선한 모델을 여러 가지 만들어 다수가 웃는 직장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갑오년 말의 해다. 진취적인 청마처럼 힘차게 달릴 수 있는 직장이 되어야 하고, 그런 평가를 받는 조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런 직장과 조직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쉽진 않겠지만, 지혜를 모으자. 새해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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