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충청포럼]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에 대한 진실게임

“대통령에 대한 공세로 정권의 중간평가로서 지방선거의 유리한 교두보로 활용하겠다는 철저한 정략적 발상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입력 : 2014.02.03 18:08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최 진 혁 충남대학교 자치행정학과 교수

제18대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박근혜후보가 그동안 문제시되었던 지방선거에서의 중앙정당관여로 인한 지방자치의 심각한 폐해를 직시하면서 내놓게 된 기초선거 정당공천제폐지공약이 집권 1년이 지나면서 민선6기의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 내부사정이 있었던 것인지 없었던 일로 말을 바꾸게 되는 겸연쩍은 모양새가 되어버린 것 같다.

당시의 여야정치권은 정당공천제의 폐해를 국민으로부터 심하게 질타받고 대권도전에 급한 나머지 대다수 국민의 여론에 부합하는 정당공천제의 폐지를 당론 내지 공약사항으로 만들어내기에 급급하였다. 이는 그동안의 지방선거가 중앙정당의 정당별 지지에 따른 소위 연계투표가 이루어짐에 따라 지방자치가 중앙정치에 철저하게 예속되는 상황을 연출하였던 데에서 비롯되고 있다.

즉, 지방선거가 지역사회의 비전과 정책논점을 중심으로 치뤄져야함에도 불구하고 ‘대선의 전초전’ 내지 ‘현정권에 대한 중간평가’의 의미를 부여해 중앙정당의 대리전으로 지방선거를 왜곡시키거나 실종시켰다는 점에 무거운 책임감의 발로(發露)였다고 보여진다. 거기에는 지방선거후보자들이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행사하는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공천연줄을 대기위한 처절한 경쟁에서 정당공천제는 이미 공천과정과 당선 후 임기 중에 태생적으로 각종 비리, 부패의 산실로 비쳐질 수밖에 없었다.

유력한 당의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등식을 만들어냄으로써 후보자가 본질적 가치관으로 가져야 하는 지역주민에 대한 봉사정신은 수박겉기식의 흉내정도만 낼뿐이었고, 오직 공천권을 가진 국회의원(또는 지구당위원장)에게 무조건적 충성을 맹세하는 것이 자치단체장, 지방의원의 절대적인 충원시스템이었던 것이다.

더구나 철저하게 지역주의에 기생해온 정당공천으로 단체장 소속정당과 의회의 다수당이 동일한 1당지배체제를 연출하고 있는 지방선거는 자치단체장(집행부)에 대한 지방의회의 견제와 균형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하여 그만큼 지방자치의 효율성을 상실하게 하였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제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이와 같은 정당공천의 폐해를 직시하면서도 2003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상기시키면서 광역자치단체장, 의회의원을 선출하는데는 정당공천이 가능하고, 기초자치단체장, 의원선거에는 정당공천이 불가한 것으로 하는 것은 지방자치의 민주성의 기능에 비추어 평등성 내지 형평성에 심각한 하자(당시 헌재는 공직선거법 제84조 ‘기초의원 선거 후보자 정당 표방 금지’ 조항에 대해 “후보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며 유독 기초의원 후보자만을 다른 지방선거의 후보자에 비해 불리하게 차별하고 있어 평등 원칙에 위배된다”며 위헌 결정)를 보이는 것으로 헌법위반사항으로 비춰질 수 있기에 정당공천제를 그대로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 모양이다.

여기에는 또한 정당공천을 폐지하는 경우 검증되지 않은 후보들이 난립하면서 지방정치의 질을 떨어트릴 가능성이 크다고 하는 점과 지방토호세력들이 지방정치를 장악하고 오히려 돈 선거가 은밀하게 부활할 것이란 우려도 작용하고 있다. 특히 여성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정계진출이 그만큼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비판적 상황도 한 몫 하였다.

이에 야당인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정당공천제폐지안을 철회하는 안을 속으로는 쾌재를 부르면서도 표면적으로는 박근혜대통령의 공약파기에 대한 책임추궁으로 박근혜정권 흠집내기에 좋은 호재를 만난듯이 신바람나게 전력투구를 하고 있다.

실제로 여야국회의원 모두 정당공천제가 폐지될 경우 그들이 지역에서 누린 절대권력으로서 활용할 수 있었던 기초단체장, 의원 등의 선거자본력(선거일꾼)이 상실되는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당공천제 폐지가 되지 않을 것을, 아니, 되어서는 아니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6·4지방선거를 앞두고 대통령에 대한 공세로 정권의 중간평가로서 지방선거의 유리한 교두보로 활용하겠다는 철저한 정략적 발상인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지금상황과 뒤바뀌어 논쟁을 벌였던 여당인 민자당과 야당의 평민당(민주당전신)이 주는 교훈을 뇌리에 떠올리게 한다.

역시 ‘1992년 대통령선거전에서의 유리한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한 정략적 접근으로 당시 야당인 평민당은 정당공천제를 주장하였고, 여당인 민자당은 정당공천제를 채택하면 거대여당에 대한 반발심리가 작용하여 호남은 물론 서울 등 대도시에서도 야당이 득세할 것이며, 특히 서울시의회를 야당이 장악하게 될 경우 우리나라 정치공학상 통치자체가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는 정략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었음을 잘 알고 있다.

이렇듯 지방선거가 국회의원들의 정략적 판단에 놀아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기초선거 정당공천제의 폐지, 철회 운운은 또 다시 국민들에게 정치의 불신만을 가중시키게 하여 그 어떤 묘약으로도 해결되지 못하는 위중한 상황으로 몰아갈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국회가 이제 진정으로 변해야 하는 이유이다.

 

저작권자 © 충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충청신문기사 더보기

하단영역

매체정보

  • 대전광역시 중구 동서대로 1337(용두동, 서현빌딩 7층)
  • 대표전화 : 042) 252-0100
  • 팩스 : 042) 533-7473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천규
  • 법인명 : 충청신문
  • 제호 : 충청신문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6
  • 등록일 : 2005-08-23
  • 발행·편집인 : 이경주
  • 사장 : 김충헌
  • 「열린보도원칙」충청신문은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 노경래 (042-255-2580 / nogol69@dailycc.net)
  • Copyright © 2024 충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ilycc@dailycc.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