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제나 행복하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간다. 우리가 그것을 의식하느냐에 관계없이 우리의 삶은 행복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과연 우리 삶의 중심이자 목표인 행복은 지금 우리와 함께 있는 것인가? 또 내가 생각하는 행복의 조건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얼마 전 여행 중에 비행기 안에서 영화 한 편을 아주 재미있게 관람하였다. 이미 국내에서 개봉되어 소개되었지만 관객의 주목을 크게 받지 못한 듯하다.

영화 제목은 ‘10 아이템 오어 레스(10 items or less)’였다. 영화배우인 중년 남자 모건 프리먼이 한 마트에서 10개 이하 소량계산대 (10 items or less)에서 6년 동안 일해 온 젊은 여성 스칼렛과 만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녀는 젊지만 매일 계산대에서 반복되는 일상에 무기력하면서도 세상에 대한 분노는 가득하다.

남자는 이 젊은 여성과 친해지면서 함께 인생을 논하며 움츠러든 그녀에게 세상을 향해 용기 있게 나아가도록 격려한다. 마침내 그녀는 새 직장을 얻기 위해 난생 처음 회사의 면접 장소로 향한다. 인생 선배인 늙은 남자는 젊은 그녀를 희망과 행복의 길로 인도한 것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한 장면, 영화 속 모건은 스칼렛에게 묻는다. 이 질문은 인생의 행복을 찾아 바쁘게 사는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당신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것 딱 10개만 지킬 수 있다면 그건 무엇인가?” 그녀는 대답한다. “제 낡은 차요, 내 조카, 내 토스트기, 집 뒤에 나무, 바람, 음악, 비 오는 날에 내 머리, 그리고…” “7개 밖에 없네?” 이번엔 그녀가 나이든 남자에게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한다.

“내 와이프, 내 자식들, 그들의 친구들, 새벽에 마시는 커피, 장이 편안한 것, 욕심 부리지 않기, 상아로 된 장식품, 섹스, 문어체, 통풍 잘되는 면….”

과연 우리는 인생의 행복을 위해서소유하며 지키고 싶은 것이 무엇이며 10가지 이상 있을까? 영화에서처럼 우리에게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은 의외로 많이 필요치 않고 사소해 보이고 간단한 것이며 이미 우리가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놀랍다.

우리의 문제는 이미 우리가 가지고 누리고 있는 것이 행복이라는 사실을 모르며 아직 가지지 못한 것, 아직 모르는 것에 집중하는 데 있는 것이다. 이미 행복한데 아직 행복이 멀었다고 하며 행복의 파랑새를 찾아 헤매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행복을 생각할 때 무엇보다도 경제적인 것, 즉 돈을 먼저 떠올린다. 우린 자본주의에 살고 있는 한 열심히 일을 하며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 삶의 최소조건에도 못 미치는 삶을 사는 가난한 사람은 행복을 느낄 여유도 없게 된다. 행복을 향한 모든 행위의 바탕에는 돈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행복을 위해 반드시 부자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부유함과 행복감에는 상호관계가 없음이 밝혀졌다.

다소 당연한 얘기지만 『고민하는 힘』에서 강상중 교수는 돈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가능한 범위 내에서 돈을 벌고 가능한 범위 내에서 돈을 사용하고 마음을 잃지 않기 위해 윤리에 대해 고민하면서 자본의 논리 위를 걸어갈 수밖에 없다.”

보다 중요한 사실은 사람의 행복이란 기실 그 소유의 많고 적음에 있기보다는 얼마나 자신의 처지에 자족하기를 터득했느냐에 달려있다. 욕심은 더 큰 욕심을 불러 일으켜 불행과 파멸로 이끌지만 자신을 비우고 자족하기를 배운 자에겐 소유와 영욕이 모두 일시적인 것이고 덧없는 것이므로 소위 ‘총욕약경’의 인생을 살 수 있을 것이다.

『바다의 선물』이란 책에선 우리에게 물질과 소유에 대한 태도를 가르쳐 준다. “여름 휴가철에 해변의 생활에서 우리는 우선 필요치 않은 것을 벗어 던진다. 이로부터 얼마나 많은 것으로 살아갈 수 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적은 것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느냐를 배우게 되는 것이다” 우리 인생도 그래야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