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구직자들은 취업에 꼭 필요한 스펙 중에 으뜸은 ‘페이스펙’이라고 한숨짓는다. 얼굴(페이스)이 스펙이라는 뜻이다. 절대다수의 인사 담당자가 채용 때 지원자 겉모습이 평가에 영향을 준다고 했으니 페이스펙은 면접시험에서 당락을 가르는 결정적 요인이다. 그러니 취업 성형수술이 대유행할 밖에. 영국 BBC가 한국을 ‘외모에 미친 나라’로 묘사한 게 10년 전 일이다. 그때 우리 국민들은 단정적 표현에 발끈했었다. 하지만 주변을 돌아보라. 그때나 지금이나 바뀐 게 있는가.
▷우리나라 대학생 89.5%가 ‘외모 콤플렉스를 갖고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잡코리아가 운영하는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포탈 알바몬이 최근 대학생 1113명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다. 62.5%는 ‘외모 때문에 손해 본 적 있다’고 했고 78.3%가 ‘더 나은 외모를 갖기 위한 성형수술에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중·고등학생들도 마찬가지다. 둘 중 한 명은 ‘성형수술을 할 수 있다’고 답했다. 2007년에는 같은 질문에 부정(38.0%)이 긍정(32.4%)보다 많았는데 그새 가파르게 역전됐다.
▷우리만 그런 건 아니다. 합리적이라는 서양 사람들도 외모를 따진다. 오죽하면 아예 ‘용모자본’이란 이상한 이론까지 등장하고 있다. 미국 미시간대학 제프 비들 교수를 비롯한 연구팀이 네덜란드의 300개 광고회사 간부들에게 이른바 용모자본 개념을 도입, 평가했더니 잘 생긴 간부들이 많은 회사일수록 경영실적이 우수하더라고 발표했다. 회사 경영실적과 간부들 외모의 상관관계를 어떤 기준과 방법으로 조사했는지 몰라도 ‘못 생겨서 죄송한’ 사람들로선 분통터질 일이다.
▷내면 성숙보다 외모에 치우치는 사회에선 겉모습이 모든 평가를 뒤흔든다. 온 나라를 뒤흔든 현상수배자 검거 소식에도 사건 본질보다 여성 ‘호위무사’의 외모 얘기가 더 화제인 게 현실이다. 자연히 방학 때마다 성형외과 문턱이 닳고 닳는다. 외모가 다양한 개성을 지닌 자연스러운 생김새가 아니라 차별의 ‘이데올로기’ 혹은 집단 신경증의 대상으로 우리 사회에 깊숙이 스며들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가장 아름다운 얼굴이란 마음의 정직함이 그려진 얼굴이라 했는데….
안순택 <편집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