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갭니다
이수종
복날 보신탕집에 갔다
개와 닭을 파는데
주문이 반 반이다
우리는 먹기 편하게 개파 닭파 갈라 앉았다
주인장이 쟁반에 들고 와서 묻는다
‘어느 쪽이 개죠?’
‘우리가 갭니다’
시평) 복날에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더위를 잊기 위해 먹는 보양식을 놓고 오가는 대화가 참 재미있다. 스스로를 ‘개’라고 표현한 설정이 전혀 무리가 없음에도 어딘지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온다. 그런데 그 재미 안에는 언어의 펀을 이용한 풍자와 비판이 숨어있다.(조용숙/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