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마지막 파행의회’라는 불명예스런 소리를 들었던 대전 서구의회가 정상화됐다. 의원 임기 시작 82일만이다. 파국을 면한 건 다행이다 싶고 새누리당이나 새정치민주연합이 협상에서 완성은 없다는 사실을 안 것만 해도 진일보로 평가하고 싶다. 하지만 감투싸움과 긴 파행에 주민들의 환멸이 깊어져 신뢰회복이라는 커다란 숙제를 안게 됐다.
서구의회는 출범부터 원구성을 놓고 파행으로 치달음으로써 한마디로 감투싸움에 민생은 아랑곳없는 지방자치의 한계를 노정시켰다. 주민의 뜻을 대변해야 할 본연의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는 식물의회로 전락했고, 의회민주주의는 큰 상처를 입었다. 대의민주주의의 근간인 대화와 타협은 실종됐고, 야합과 패거리 노름에 몰입하는 이런 의회를 방치해도 되는 것인지 주민들은 환멸을 느끼고 있다.
3개월 동안 의정활동이라곤 싸움질밖에 하지 않은 의원들이 의정비는 꼬박꼬박 챙기는 낯 두꺼운 모습에 주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이뿐이 아니다. 파행이 이어지는 동안 동료의원 간의 믿음이 깨지고 불신이 깊어졌다. 장기간 파행으로 추가경정예산안 처리가 지연되는 등 집행부 업무에도 차질을 빚었다. 우여곡절 끝에 정상화됐지만 해결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당장은 실망을 안긴 주민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는 것으로 시작해야 하겠다.
26일 개원식을 하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 무엇보다 주민들에게 사과하는 일이다. 반성과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거라는 다짐을 해야 하고 진심을 담아야 한다. 일하지 않고 챙긴 두 달 세비 문제도 풀어야 한다. 주민들이 세비 반납을 강력히 요구한 이상 어물쩍 넘어갈 일이 결코 아니다. 어떤 형태로는 풀어야 떳떳하게 출발할 수 있다. 그 다음에 ‘일하는 의회’로 존재이유를 각인시켜야 할 것이다.
다른 의회보다 출발이 늦은 만큼 날밤을 세워서라도 밀린 일들을 처리해야 한다. 정략적 셈법은 버리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 주민의 대의기구로 집행부 견제라는 본연의 역할에 더해 주민의 어려움을 살피는 ‘일하는 의회’, ‘주민을 위한 의회’의 모습을 보여야 땅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서구의회의 이번 파행은 기초의원의 정당공천 폐해를 다시 돌아보게 했다. 정치권은 책임정치 운운하며 정당공천의 당위성을 강조했지만, 이번 파행사태에 책임진 게 대체 무엇이 있는가. 의원들에게 소속정당이 없었다면 파행사태도 없었을 것이다. 정당공천제 폐지 문제를 다시 검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