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올해보다 1조3475억 원이나 줄였다. 경기침체 등으로 국세가 적게 걷힐 것이 예상된다는 이유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376조원 규모로 올해보다 20조 원이나 늘려 편성했다. 전체예산은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리면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크게 줄인 것은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전년보다 감소한 것은 2009년 이후 6년 만이다.
시·도교육청과 일선학교는 특히 2013년 이후 심각한 재정부족을 경험하고 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증액 없이 2012년 만 5세 누리과정의 전격 실시에 이어 2013년부터 만 3, 4세 누리과정이 전면 실시됐기 때문이다. 당장 학교 운영에 필요한 학교운영비를 삭감해야 하고, 원로 교사들이 명예퇴직을 하려 해도 돈이 없어 받아주지 못한다. 심지어는 낡은 시설물 개보수 등 학교 환경 개선도 미루고 있다. 쓰고 싶어도 쓸 재원이 없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내년부터는 누리사업과 초등돌봄교실 등 국가시책사업을 교부금으로 하라고 지자체에 떠넘겼다. 지자체로는 이중의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지자체나 시·도교육청의 가뜩이나 열악한 재정 상황을 감안하면 이 같은 정부의 조치는 교육을 포기하겠다는 말과 다름 아니다. 각 시·도교육감들이 얼마 전 임시총회를 열고 “내년 누리과정 예산 2조1429억 원을 정부가 책임지지 않으면 교육청도 어린이집에 대한 보육료 예산 편성을 거부할 수 있다”며 반발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시·도교육감들은 보통교부금의 내국세 비율 상향 조정 등을 꾸준히 요청해 왔다. 20.27%에 머무르고 있는 교부율을 25.3%로 올려 달라는 주문이다. 누리과정을 비롯해 무상급식, 고교무상교육 등 지방교육재정 수요가 폭증하기 때문이다. 일련의 상황을 감안하면 상당 부분 수긍할 수밖에 없다. 더불어 누리사업을 국비사업으로 추진하는 등의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생색내듯이 시작했다가 궁핍한 지자체에게 우격다짐으로 떠넘기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빚을 내서 해결하라는 것도 너무 무책임하다.
붕괴 위기에 처한 유·초·중등교육의 정상화와 누리과정 사업의 안정적 수행을 위해 중앙정부와 국회가 하루빨리 해결책을 마련하되, 어린이집 등 보육기관은 복지부 및 시, 도에서 국비와 지방비로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국가예산 편성의 큰 틀도 조정해야 한다. 적어도 경제를 살리자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깎는 졸속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