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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포럼] ‘충청도 양반’은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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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4.10.20 18:21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김 석 붕 전 청와대 문화체육비서관

“시도지사, 시장군수는 충청의 얼을 찾고 충청도 양반의 지위를 회복하는 데 필요한 사업을 개발하고 예산을 투자해야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충청도 사람’하면 ‘충청도 양반’이라는 말을 들었다. 택리지에는 물산은 영호남에 미치지 못하나 산천이 평평하고 아름다우며, 양반이 많이 살았던 곳이라 한다. 실제로 조선시대 문과급제자의 52%가 충청도 사람이었다고 한다.

충청도 문화는 한마디로 깨끗하고 당당한 선비의 정신이며, 청풍명월의 기개와 지조라고 할 수 있다. 충청도에서 우국지사가 유난히 많이 나오게 된 배경도 이러한 선비정신과 양반문화의 토대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내포문화권의 개방성과 진취성, 조선시대 유학의 최대학파인 기호학파에 뿌리를 둔 충청도 선비들의 예의와 절제, 충효사상이 ‘충청도양반’을 만들어 냈다고 볼 수 있다. 불교는 물론 기독교, 카톨릭 등 외래종교가 유입된 곳도 바로 내포를 중심으로 한 충청도 지역이다.

‘충청도양반’이라는 표현은 말이 느리거나 속내를 쉽게 내비치지 않아서 나온 말이 아니고, 역사문화적으로 축적된 충청도의 정체성 그 자체인 것이다.‘충청도양반’은 바로 충청인의 문화이고 정신이다. 충청도 사람들은 양반문화가 배어 있기 때문에 언행에 신중하고 남을 배려하다보니, 행동이 느리고 속을 알 수 없는 사람들로 보이는 것일 뿐이다.

그런데 요즘 ‘충청도양반’이라는 소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한 방송국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충청도 사람들은 충청도 이미지를 ‘청풍명월(28%), 양반(21%)’에 대해서는 대체로 동의한다.

그러나 특이할 만한 것이 충청도 대표이미지를 양반이라고 응답한 20대는 한명도 없었다.

자긍심 고취를 위해 지역마케팅과 대표인물육성 등 지역발전에 필요한 항목이 90%에 육박하였으나, 충청도 선비정신이나 ‘얼’을 찾아야 한다는 응답은 7%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충청도사람의 이미지를 음흉하다는 응답은 타지역 출신이 충청도 출신자 보다 2배나 많았다. 이미 ‘충청도양반’이라는 대표 이미지는 충청도 내외적으로 상당한 손상을 입고 있는 현실이다. 실제로 ‘충청도사람=충청도양반’이라는 일반화된 등식도 들어보기가 쉽지 않다.

그러는 사이 최근 ‘안동양반’이 유명세이다. 1999년 엘리자베스 영국여왕 방문에 맞춰 안동의 서원을 중심으로 선비와 양반문화를 홍보하고 있다. 최근에는 안동시가 나서서 선비문화수련원을 운영하고 있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공무원은 물론 학생교육까지 연계하여 선비문화정신을 키워가고 있다.

충청도에서는 양반을 시대에 맞지 않는 개념이라고 등한시하고 잊어가는 사이에, 안동은 고택을 살리고 규방문화까지 개발하며 ‘양반쌀’을 출시하는 등 ‘양반의 고장, 안동’으로 홍보하고 있다. 이에 반해 충청도의 ‘양반’에 대한 투자는 인색하다.

뉴스를 검색해봐도 괴산의 ‘충청도양반길’, 문화재청의 양반문화 프로그램 정도에 불과하다. ‘양반’ 하면 ‘충청도’였는데, 어느 때인가부터 경북과 안동이 선비양반문화의 본산으로 자리매김하며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융합의 시대다. 미국의 힘의 원천을 다양한 문화에 대한 포용과 융합이라고 한다. 과학기술도 융합이고 사회문화적으로도 융합이 대세다.

온고지신도 융합의 한 형태이다. 충청도를 지탱해온 선비정신과 충절의 얼을 살려 ‘충청도양반’의 지위를 확고하게 다시찾고, 이를 바탕으로 충청도의 정신문화와 ‘얼’을 키워 시대에 맞게 융합시켜나가야 한다.

충청도의 개방성과 합리성에 기반하여, 다양한 기술과 산업 문화가 융합할 수 있도록 이끌어간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충청도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제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야 한다. 시도지사, 시장군수는 충청의 얼을 찾고 충청도 양반의 지위를 회복하는 데 필요한 사업을 개발하고 예산을 투자해야 한다. 내포문화 등 우리지역에 대한 연구와 역사개발이 필요한 이유이다.

남에 대한 배려, 옳은 것에 대한 충정과 자기헌신의 정신, 선거에서 보여주듯이 무조건적인 몰표가 없는 중용의 정신과 균형감, 명분과 실리를 적당히 살려내는 합리성, 이것이 바로 청풍명월과 같은 ‘충청도양반’의 기질이다. 이것이 오늘날 대한민국에 필요한 정신가치라고 믿는다.

김 석 붕 전 청와대 문화체육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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