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이 충분하다면 보편적 무상복지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증세가 불가능하고 현실적으로 재원의 한계가 있음을 인정한다면 보편적 무상복지 정책은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 교육감들은 누리과정에 대한 국가의 지원을 요구하기 전에 먼저 보편적 무상급식을 선택적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할 필요가 있다. 또 중앙정부도 무상급식 문제를 지적하기 전에 누리과정 지원을 선택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국가와 지방이 서로 네가 먼저 조정하라고 말하기 전에 스스로 먼저 조정하는 모습을 보여줘라.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누리과정을 비롯해 고교무상교육, 초등돌봄교실 등 무상복지를 공약했다. 또 시·도 교육감도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무상교복 등 무상복지 확대를 공약했다. 하지만 증세를 하지 않는 상태에서는 정부가 수용하기 어려운 상태다. 유일한 해결책은 재검토다.
4년 전 무상급식에서 시작해 무상보육까지 확대된 무상복지 문제가 지금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지금은 장기적인 경제 불황으로 지방과 중앙정부의 재정 상태가 좋지 않아 일부 지역에서 잇달아 무상급식 예산지원의 중단이 선언되는 등 절박하게 됐다. 보편적 무상복지 시행 후 지방에서 감당할 수 없게 된 원인이 무엇일까? 그래서 혹간에는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트린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외환위기에 휘말려 IMF 관리체계 하의 고통스러운 시기를 생각해 보자. 보편적인 무상복지 실시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이제 무상보육,노인기초연금 등 백화점식 무상복지 공약을 남발한 정치권은 책임을 느껴야 한다. 복지 문제가 이처럼 선거의 이슈가 되자 정치인도 국민도 모두 흥분에 휩싸여 실현 가능성이 한계에 도달했는데도 이성적 안목을 잃었던 게 현실이 됐다. 복지는 스스로를 도울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진짜 도움이 필요한 약자들을 돕는 것이 정의다.
그렇다면 정치판에서 점점 판을 키워 온 보편적 무상복지를 깊이 들여다 볼 때 결코 현실적인 것도 아니고 정의로운 것도 아니었다. 우리나라와 같은 사회구조 속에서는 원칙적으로 선별복지가 훨씬 이성적이고 정당한 복지인 줄 안다. 소모적인 복지정쟁은 이제 접고 정부와 지방정부, 정치권 등은 무상복지 정책 전반을 놓고 구조조정에 합의해야 한다.
부잣집 아이도 돈 안 내고 밥 먹고 돈 안 내고 어린이집을 이용하도록 하는 잘못된 보편적 복지를 선별적 복지로 바꾸는 방안을 모색할 때가 됐다. 파국이 와야 움직이는 것은 잘못이다. 이런 와중에 죽어나는 건 국민이기 때문이다. 엉터리 공약에 표를 준 대가라고 생각하기 전에 모두가 반성부터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