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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포럼] “참여 없는 주민예산제는 주인없는 손님들의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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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4.11.24 18:04
  • 기자명 By. 충청신문
▲ 홍 만 표 日 메이지대 시민거버넌스연구소 연구추진원·지역정책학 박사

지금까지 각국의 사례를 봐 왔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의 상황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1961년 군사 쿠데타로 중단되어 왔다. 이후 30년이 지난 1991년 지방 의회 선거가 기적처럼 부활했다. 더 나아가 1995년에는 지방자치단체수장의 직접 선거가 실시되는 등 지방자치가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법·제도적인 정비도 진행됐다. 1996년에는 지방자치를 위한 행정절차법이 제정됐다. 정부는 행정절차법을 통해 ‘행정 절차에 관한 공통적인 사항을 규정하여 국민의 행정 참여를 도모함으로써 행정의 공정성·투명성 및 신뢰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백히 밝혔다.

동시에 지방 분권 개혁도 진행되었다. 지방자치의 확립을 위해 주민 감사 청구와 정보 공개가 정비되는 등 시민 참여의 토양도 갖추게 되었다.

예산 부분에 대한 시민 참여의 폭도 넓어졌다. 아시아의 어떤 나라보다 우리는 먼저 앞서 포르투 알레그레시의 예산참여 제도를 참고해 도입·운영에 들어갔다.

주민참여예산제가 정비되던 지난 2010년 당시 관련 조례를 규정한 지방 정부는 전체 244개 자치단체 중 102개로 절반에 달했다. 주민참여 예산제도가 피하지 못할 흐름이란 것을 반증하는 수치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시민참여 예산 활동을 시작한 것은 광주시 북구다. 2003년에 처음으로 주민참여 예산 기본 조례가 제정되었다. 이곳의 주민참여 예산제는 포르투 알레그레시를 모델로 한 것이다. 북구는 이전부터 주민의 참여의식이 대체로 높고, 실제로 주민의 의사가 예산에 반영되고 있다.

광역단위 자치단체의 경우 처음으로 대전시가 도입하였다. 대전시는 지난 2006년에 조례를 제정했다. 또 추천을 통해 ‘예산 참여 시민위원회’를 구성, 예산편성 과정의 단계에 관여하도록 했다.

제주특별자치도 역시 지난 2006년 주민참여 예산 조례를 제정했다. 제주는 조례를 통해 ‘도지사는 예산 편성 과정에 주민이 공모 방식 등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못 박았다. 주민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 주민자치센터를 설치하는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조례에는 ‘예산편성위원회 설치’에 대한 의무를 비롯해 위원회 구성·운영에 관한 규정, 주민 대상 예산 연수 실시, 주민참여 예산연구회 설치 등 다각적인 제반사항도 명시했다. 자유 도시로써 제주가 새로운 지방분권 모델을 제시하여야 한다는 의지의 결과다.

충남도 또한 주민참여예산을 충실히 실행하는 광역자치단체이다. 정부가 참여 예산제를 정비하기 이전인 2010년부터 충남도는 다양한 노력을 펼쳤다. ‘참여와 소통’을 주제로 도지사가 주민 참여를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직접 현장을 찾아 도민 의견 수렴에 나섰다. 또 수렴된 의견은 정책에 반영시키려고 부단한 노력을 펼쳤다. 충남처럼 주민과의 직접 대화를 통해 정책을 마련하는 자치단체는 늘어나는 추세다.

한편 주민참여예산은 아니지만, 이와 유사한 효과를 내는 정책사례도 있다. 서울시의 경우 주민과의 직접 대화를 통해 그들의 요구를 직접 정책으로 반영하는 사업을 지난 2010년부터 진행해 오고 있다. 당시 서울시의 시민 소통 담당 부서는 각 정책마다 시민의 아이디어와 요구를 홈페이지를 통해 모집했다. 모집된 아이디어는 서울시의 검토를 거쳐 즉결 실시하는 등 행정에 대한 주민 참여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반면 주민참여예산제의 질적 성장을 위해 풀어야 할 문제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충분하고 투명한 정보 제공이 선행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인터넷 보급이 세계 최고 수준에 달하지만, 웹상에 제공되는 행정정보의 내용이 부족하다. 또 정보 제공을 위한 정부의 책임은 충분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행정 정보의 불충분한 제공은 주민들의 참여를 제한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두 번째 문제는 참가할 수 있는 주민이 처음부터 제한되어 있다는 점이다. 예산 편성에 참가할 수 있는 주민 대표는 많은 경우에 정부와 의회가 추천하는 학식 경험자나 전(前)의원 등에 한정되어 있었다. 따라서 일반 주민이 참여하는 과정을 보다 확대하여야만 한다. 이와 관련 대전시의 노력은 본받을만하다. 대전시는 지난 2008년부터 예산편성위원의 30%를 공모로 모집하는 등 주민 참여의 폭을 넓혀왔다.

주민참여는 역행 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동시에 정부의 권한을 주인인 국민에게 돌려주는 정의의 문제라 해도 무방하다. 정의의 문제는 힘을 어떻게 분배하느냐의 문제다. 주인의 목소리가 빠진 분배는 도적질과 다르지 않다. 참여 없는 주민참여예산제 또한 도적들의 잔치와 다르지 않다.

주민참여예산제가 질적 성장을 이뤄야 할 시기다. 공공의 재화가 정의롭게 분배될 수 있도록 도민 여러분이 많은 관심과 참여를 기대한다.

홍 만 표 日 메이지대 시민거버넌스연구소 연구추진원·지역정책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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