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시의 구의회 폐지가 다시 논의의 장으로 떠올랐다. 대통령 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자치위)가 서울과 대전 등 6대 광역시의 구 군 단위 기초의회를 없애고 지방행정과 교육행정을 일원화한 뒤 교육감 선출방식을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기초의회의 존폐는 지방자치의 근간에 해당하는 문제다. 발표가 나오기 무섭게 논란이 거세다.
대전시 구의회들의 행태를 보면 당장이라도 폐지 쪽에 손을 들고 싶다. 구의회의 파행이 서구의회에서 동구의회로, 다시 중구의회로 널뛰듯 번지고 있다. 중구의회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의원들의 등원 거부가 보름을 넘어섰다.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자신들의 뜻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며 행정사무감사에 이어 내년도 본예산 심의도 거부하고 있다.
앞서 서구의회는 ‘감투싸움’에 82일이라는 전국 최장기 원 구성 파행을 빚었고, 동구의회는 현직 구청장을 ‘직무유기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려다 의사 진행 차질로 제동이 걸리는 웃지 못 할 사태를 벌이기도 했다. 주민들의 뜻과는 거꾸로 가는 ‘그들만의’ 의회를 과연 존속시킬 이유가 있는가.
사실 광역시의 구자치제는 문제가 많았다. 도시 행정의 특성상 구자치제의 실효성이 처음부터 의심됐던 터다. 교통 상하수도 쓰레기처리 등 주민 생활과 직결된 거의 모든 업무를 광역시가 관장하는 마당에 자치구가 독자적으로 기획하고 집행할 업무가 없었다. 따라서 구의회제도는 ‘옥상옥’이라는 비판이 주류를 이뤘다. 오죽하면 구의회가 지역 유지들의 친목회로 전락했다는 얘기가 나왔을까.
물론 안다. 구의회는 주민들 편에 서서 구청장과 구정에 대한 견제와 감시의 기능을 일정부분 담당해왔다. 주민들이 일상적 민원을 기초의원을 통해 대변하기 쉽다는 점에서 구의회의 위상을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니다. 또 기초의회 폐지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구현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일이요, 자칫 지방자치는 사라지고 중앙예속화만 강화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문제가 있으면 고쳐야지 관선시대로 돌아가자는 것이냐는 반응도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광역시 기초단체장 선거와 기초의회가 지난 20년 동안 어떤 역할을 했는지 돌이켜 보면 왜 자치위가 이런 결정을 했는지 자명해진다. 구의원들은 자치위의 결정에 발끈하기 이전에 스스로를 돌아보라. 그리고 어떤 제도든 주민 편익이 우선이다. 주민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