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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시각] 트램, 대전시내 달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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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4.12.18 18:39
  • 기자명 By. 충청신문
“트램은 전용노선 없이 기존 도로에 건설하기 때문에 운행횟수와 이용객 수 등에 변화가 불가피해 사업타당성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논리다”
 
1899년 음력 4월 초파일. 한성, 지금의 서울은 들썩거렸다. 전기철도, 전기거, 전거라고도 불렸던 전차가 달리기 시작한 거다. 동쪽으로는 명성황후가 모셔진 청량리 홍릉에 닿았고 서쪽 끝엔 경인철도의 종착역인 서대문역과 곧장 연결되는 노선이었다.
 
대한제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이 놀라운 근대문물의 상징은 그러나 개통 10여 일만에 운행이 중단되고 만다. 다섯 살 꼬마아이를 치어 숨지게 했기 때문이다. 뺑소니치는 전차를 시민들은 뒤쫓아 가 부수고 불태워버렸다. 소동은 사고를 낸 운전자들이 물러나고 미국인 운전자로 대체하는 걸로 마무리됐다. 운행이 재개된 건 두 달 후였다.
 
인기는 대단했다. 전차 타기를 즐기다 가산을 탕진한다는 유행어가 나오고, 한 번쯤은 꼭 타봐야 한다는 승객들이 몰려들었다. 주한 외국인들 사이에서도 큰 화제였던 모양이다. 그때만 해도 전차는 세계적으로도 보기 힘든 것이었다. 당시 이탈리아 대사 로제티는 ‘꼬레아 꼬레아니’(서울학연구소 번역, 숲과 나무 출판, 1996)에 이렇게 썼다.
“서울에 도착한 여행자들이 가장 놀라워하는 것은 전차가 완벽하게 관리되고 있으며, 그 전차들이 서울 근교의 성곽 밖에 이르기까지 주요 간선도로를 통과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전차로 말미암아 서울은 그와 같은 근대적 교통시설을 확보한 극동 최초의 도시라는 영예를 얻었다.”
 
서울이 전차를 도입한 극동 최초의 도시라는 로제티의 언급은 틀렸지만 전차 도입은 세계적으로 봐도 매우 빠른 편이었다.
 
그만큼 고종황제가 가진 근대화의 의지는 강했다. 황제는 전차에 자신의 지분을 투자할 만큼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오고감을 편리하고 빠르게 하여 백성과 나라에 이익을 주자는 뜻이 거기에 담겨 있었던 것이다.
 
전차는 1968년 운행을 멈춘다. 한때는 최첨단 교통수단이었지만 기껏해야 시속 30㎞를 넘지 못하는 전차였기에 그보다 빠른 자동차의 통행을 방해하는 애물단지가 돼버렸기 때문이었다. 하필이면 은방울 자매가 부른 ‘마포종점’이 히트를 치던 그 해였다.
 
과거를 다룬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보던 전차가 부활하고 있다. 물론 전차가 완전히 사라졌던 건 아니다. 세계 150개국 400여 개 노선에서 운영되고 있다. 땅 속으로 들어가 지하철이 됐고, 하늘로 올라가 고가철도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도심에 노면 전차를 도입하는 도시가 부쩍 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프랑스 파리와 일본 도쿄다. 파리는 2006년 트람웨 3호선을 개통했고, 일본은 2018년 개통을 목표로 긴자(銀座)-하루미(晴海) 노선을 추진 중이다.
 
시내 교통문제와 대기오염 등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자동차에서 철도로, 보행자와 자전거 우대, 도시 미관과 이미지 중시로 도시교통의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름도 전차 대신 ‘트램’으로 불린다.
 
권선택 대전시장이 도시철도 2호선을 트램으로 하겠다 발표하자 시민들이 고개를 갸웃하고 있다. “왜 또 바꾸지?”하는 피곤함과 “가능할까?”하는 의문이 겹치고 있다.
 
게다가 국토교통부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다시 받아야 한다고 고춧가루를 뿌려댄다. 자기부상열차와 별개 사업이고, 트램은 전용노선 없이 기존 도로에 건설하기 때문에 운행횟수와 이용객 수 등에 변화가 불가피해 사업타당성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논리다.
 
시민들 사이에 논란도 거세다. 논란은 필요하다. 도시철도 2호선을 이용할 사람도 시민이요, 건설비용을 댈 사람도 시민이다. 대전에 가장 적합한 방식은 뭔지, 추진하려면 뭐가 문제인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프랑스 파리 도심에 트램을 건설할 때도 교통흐름을 방해한다는 시민들의 반대가 거셌다. 이를 잠재운 건 베르트랑 들라노에 시장의 철학이었다. 그는 파리 시민은 쾌적하고 자연 친화적인 환경에서 생활해야 한다고 주장해 시민들의 지지를 끌어냈다.
 
권선택 시장도 자신의 철학을 들려줄 필요가 있다. 권 시장은 예타 문제가 불거지면 자신의 정치력으로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트램이 과연 대전 도심을 달릴 수 있을 것인가. 전적으로 권 시장의 정치력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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