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충청포럼] 퇴직선배 초청행사의 여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입력 : 2015.02.02 18:22
  • 기자명 By. 충청신문
▲ 홍 석 원 충청지방우정청 괴산우체국장
“전직 직장에 후배들이 일하는 모습과 발전해 나가는 광경도 볼 겸 스스럼없이 방문할 수 있는 사회와 직장문화가 정착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한 해를 마감하는 지난 연말, 1년 동안의 아쉬움도 달래보고 뒤돌아볼 수 있는 뜻 깊은 시간을 갖고자 직원들과 의논하여 과거 괴산우체국에 근무하다 퇴직한 선배 초청행사를 마련했다. 필자는 지나온 근무지마다 매년 연말에 한 번씩 퇴직선배 초청행사를 개최해오고 있는데 직원들의 노고와 번거로움도 있지만 여러 면에서 보람을 크게 느끼고 있다.
 
새로운 신규업무와 업무 취급 현황 등을 비롯한 우체국  업무 보고에 이어 마지막으로 초청행사의 백미인 퇴직 선배들 한 분 한 분 소개 겸 인사차례가 되면 애잔한 옛 추억에 가슴을 뭉클하게 하기도 하고 진한 감동을 준다.
 
대부분이 초청해준데 대한 감사인사와 함께 우체국의 새로워진 모습에 감개무량해하며 지난 시절 열악한 근무 환경과 경험담을 들려주면서 재직자하고는 물론 퇴직자 상호간의 만남의 기쁨과 세월의 덧없음에 흘러간 세월을 아쉬워하며 이야기꽃을 피워나간다.
 
그들 세대는 대부분 우리나라가 매우 어려웠던 보릿고개를 살던 시절로 새마을 운동 노래 부르며 허리띠 졸라매고 가정이나 직장에서 ‘하면 된다’는 신념으로 전진해 나가던 오늘날 국가 발전의 주역들이다.
 
정보통신산업의 급속한 발달로 요즘은 남녀노소 대부분 사람들이 전화기를 들고 다니며 생활에 편익을 만끽하지만 그 시절엔 우체국 교환대를 통해서 연결해주는 수동식이었고 전화가 고작 동네 한 대 꼴로 주로 이장댁에 설치되어 있었다. 그 시절 풍속 중 하나가 이장댁에 가설된 마을 방송에서 아무네 전화가 누구한테서 와 있으니 빨리 와서 전화  받으라는 안내 방송인데, 지금은 멀리 사라진 전설적 이야기로 기성세대들에겐 아련한 추억이다.
 
우편물 배달환경 역시 지금은 이륜차와 차량으로 기동력을 갖추고 배달하고 있지만 40여 년 전인 70년대에는 집배가방 메고 도보나 자전거로 배달하곤 하였다. 전화가 많지 않은 시절이라 편지는 유일한 통신수단이었는데 전달하여주는 우편집배원은 남녀노소 누구나 가장 반가워하며 기다리는 천사로서 전국 방방곡곡 사랑의 전령사였다.
 
우편집배원이 집배 가방을 싣고 빨간 자전거를 타고 마을 어귀에 나타나면 동네 사람들이 너도 나도 마중 나와 자기 집 편지를 찾아가고 없으면 크게 아쉬워하며 언제쯤 올까 애달프게 물으며 내일을 기다리곤 했다.
지난날 우편집배원의 가방 속에는 예쁘게 손으로 눌러쓴 손 편지가 주였는데 내용 또한 갖가지 사연을 담고 있어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끈끈한 정을 이어주는 편지만의 향기가 있었다. 군대 간 아들로부터의 군사안부편지, 객지로 돈벌러간 자식들의 생활전선편지, 시집간 딸이 친정을 간절히 그리며 전하는 애틋한 사연담은 사모편지와 연인 간의 사랑편지 등 모두가 보내는 사람의 정이 곱게 묻어 있다.
 
매년 퇴직선배 초청행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이러한 지난날 아름다운 화제들이 오가고 옛 추억을 더듬으며 요즘 사회생활과 비교해보면 격세지감을 느끼기도 한다.
 
지난 시절에는 물질문명이 발달하지 못하여 한마디로 춥고 배고팠지만 그래도 이웃 간에 정이 넘쳐 나고 직원간의 끈끈한 동료애만큼은 지금보다 훨씬 진했던 것이 사실이다.
 
퇴직선배 초청행사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데 무엇보다 선배들에게 과거 정들었던 직장과 지역에 방문 기회를 제공하여 그동안 변화 발전한 모습을 보면서 재직자와는 물론 퇴직자 상호간 만남의 장 제공과 사회적으로 웃어른 공경 풍토 조성에도 큰 의의가 있다.
 
해마다 퇴직 선배 초청행사를 하면서 그분들의 옛 경험담을 들으며 과거 어려웠던 시절 삶을 새롭게 점검해 보기도 하고 우체국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에 대해 조명해보는 중요한 시간을 갖곤 한다.
 
우리나라의 어려웠던 시절 국가 발전의 주역이었던 퇴직선배들이 시간 있을 때 아무 부담 없이 전직 직장에 후배들 일하는 모습과 발전해나가는 광경도 볼 겸 스스럼없이 방문할 수 있는 사회와 직장문화가 정착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홍 석 원 충청지방우정청 괴산우체국장
 
저작권자 © 충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충청신문기사 더보기

하단영역

매체정보

  • 대전광역시 중구 동서대로 1337(용두동, 서현빌딩 7층)
  • 대표전화 : 042) 252-0100
  • 팩스 : 042) 533-7473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천규
  • 법인명 : 충청신문
  • 제호 : 충청신문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6
  • 등록일 : 2005-08-23
  • 발행·편집인 : 이경주
  • 사장 : 김충헌
  • 「열린보도원칙」충청신문은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 노경래 (042-255-2580 / nogol69@dailycc.net)
  • Copyright © 2024 충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ilycc@dailycc.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