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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한화이글스, 정말 바뀌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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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5.04.02 18:49
  • 기자명 By. 충청신문

한화이글스의 팬들은 ‘보살(菩薩)로 불린다. 맨날 지고 바닥으로 떨어진 팀 성적에도 아랑곳없이 끈끈한 애정을 보여줘서다. 이기든 지든 경기 후반 대전구장에는 늘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이글스라 행복합니다”라는 ‘행복송’이 울려 퍼진다. 보살팬들은 팀의 패배에 눈물을 흘리면서도 목 놓아 ‘행복송’을 따라 부르는 사람들이다.

보살팬들은 작년에 일을 냈다. 1인 시위를 불사하며 김성근 감독을 모셔오라고 구단을 졸랐고 구단은 팬들의 뜻을 받아들였다. 팬들이 김 감독을 원한 까닭은 분명하다. 팀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확 바꿔달라는 거다. 시즌 뚜껑이 열린 지금, 한화는 바뀌었을까.

바뀌었느냐고 묻는다면 답은 ‘그렇다’다. 이 글을 쓰는 시점까지 겨우 3경기를 치렀을 뿐이지만 확실히 달라졌다. 무엇보다 선수들이 ‘뛴다’는 거다. 1루에 나가면 2루를 노린다. 넥센과의 개막전에서 비록 끝내기 홈런을 맞고 지긴 했지만 도루를 4개나 기록했다. 심지어 발이 느린 김태균까지 내달렸다. 2차전 2회 선두타자로 나와 볼넷으로 출루한 김태균은 런 앤 히트 작전이 걸리자 2루까지 뛰었다. 파울로 돌아와야 했지만, 김태균도 뛴다는 걸 보여준 장면이었다.

주자가 2루에 있을 때 단타에 3루에 머무는 것과 홈까지 들어오는 건 엄청난 차이다. 공격적인 주루 플레이는 빈틈없는 수비에 틈을 만든다. 파고들 여지를 넓혀 놓는 거다.

수비도 좋아졌다. 지금까지 기록상 실책이 하나도 없다. 물론 아쉬운 수비가 눈에 보인다. 그래도 작년 시즌 총 113개의 실책을 저지르며 추락에 추락을 거듭한 걸 감안하면 괄목할만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스프링캠프 기간 쉼 없는 반복훈련을 통해 체질 개선을 시도한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또 끈끈해졌다. 한화가 얻은 12점 중 홈런 점수는 1점뿐이다. 주자가 나가면 한화 벤치는 분주히 움직였다. 어떻게든 득점권으로 보내려 하고, 홈으로 불러들이려 힘을 모은다. 단단해진 수비력, 한층 공격적이고 빨라진 주루 플레이, 상대의 빈틈을 놓치지 않으려는 선수들의 집중력과 빠른 투수교체. 분명 이전까지 한화에서 찾아볼 수 없던 모습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한화가 강해졌다고 볼 수는 없다. 아직 부족한 면이 많다.

투수력은 여전히 갸우뚱이다. 2일 두산전 계투진은 그야말로 지리멸렬이었다. 유창식은 15개 연속 볼을 던지며 안타 1개에 볼넷 3개를 내줬고, 게다가 폭투까지 나왔다. 이어 마운드에 오른 투수들도 마찬가지다. 임경완과 김민우도 볼넷 2개씩을 내줬다. 시즌 초반이라 투수들의 제구력이 올라오지 않았다고 해도 너무 심하다. 이날 ‘손해 본 장사’를 한 건 오히려 승리한 두산이었다. 볼넷을 10개나 얻고도 6점밖에 뽑지 못했으니 말이다.

외국인 투수 탈보트와 유먼을 영입하고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배영수와 송은범을 데려온 효과가 아직까진 보이지 않는다.

타선의 파괴력도 부족하다. 시범경기 때부터 이어진 장타력과 득점력 저하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축 처진 배트에 물이 오르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아쉬운 건 결정적일 때 한 방이 보이지 않는다는 거다.

비록 더디긴 해도 한화는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희망이 보인다. 역설적으로 지금보다 더 나빠질 것도 없지 않은가. 김성근 감독의 특기가 ‘상식 비틀기’다. 하위권을 맴돌 거라는 예상을 보기 좋게 깨버리는 그의 특기가 한화에서도 똑같이 발휘되리라 믿는다.

한화는 이제부터가 고비다. 두산 다음엔 작년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 NC, LG와의 맞대결이 이어진다. 또 14일부터는 삼성, NC, LG, SK를 차례로 상대한다. 줄줄이 지뢰밭이다. 객관적 전력이 떨어지는 10구단 kt와는 5월 5일에서야 처음 만나게 된다.

김성근 감독은 시즌 초반 무섭게 달리는 스타일이다. 과거 SK시절에도 압도적인 초반 승률을 기록하면서 다른 팀들을 따돌리고 유리하게 시즌을 풀어가곤 했다. 그런 초반 질주가 이번만큼은 가능해보이지 않는다. 어떤 다른 야구를 보여줘 강팀을 줄줄이 만나는 초반의 지뢰밭을 헤쳐 나갈지 정말 궁금하다.

144경기 중 이제 겨우 3경기 치렀을 뿐이다. 그 3경기로 한화의 미래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한화의 색깔이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화는 1999년 한국시리즈 5수 끝에 창단 첫 우승의 감격을 안았었다. 거기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이기는 모습은 많이 보고 싶다. 장구한 세월 참고 기다려준 ‘보살팬’들에게 승리로 보답해야 할 때가 되었다.

안순택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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