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둘째 주말 충청권은 축제, 축제다. 당진에서 열리는 기지시줄다리기 축제가 어서 오라고 쏘삭인다. 그리곤 온통 벚꽃축제다. 소문난 제천 청풍호와 보령 주산 축제가 막이 오른다. 예산선 벚꽃 마라톤 대회가 열리고 보은선 자전거로 벚꽃 길을 달리는 대행진이 펼쳐진다. 대전의 충남대, 대전대, 정림동 갑천변, 신탄진, 천안 단국대, 북일고, 충북 충주호, 옥천 구읍면, 영동 조강천 등등 벚꽃만큼 축제도 만발이다. 계룡산 동학사도 벚꽃축제로 봄을 연다. 혹시 빠뜨렸다고 섭섭해 마시길. 지면은 좁고 축제는 많다.
▷나라 밖에서도 들썩인다. 한·일 두 나라의 해묵은 ‘벚꽃 원조’ 논쟁에 중국이 끼어들었다. 허쭝루(何宗儒) 중국벚꽃산업협회 집행주석이 최근 신문에 한·일 모두 원산지가 아니고 중국이라는 글을 올리면서 가세했다. 그는 두 나라 싸움에 끼고 싶지 않지만 중국인들도 알아야 한다며, 벚꽃 원산지는 중국 히말라야 산맥이며 1100년 전 중국 당나라 때 일본엔 벚꽃이 전파되지 않았다고 썼다. 일본의 벚꽃은 원산지가 제주도임을 국립산림과학원 조경진 박사팀이 DNA를 분석해 밝혀낸 게 벌써 10년 전의 일이다.
▷그럼에도 일본 학자들은 부정한다. 왕벚나무의 한국기원설이 일제강점기 일본 학자의 논문을 모태로 하고 있음에도 그렇다. 모모세 다다시라는 일본인이 있다. 일본 기업 주재원으로 한국에 살면서 ‘한국이 죽어도 일본을 못 따라잡는 18가지 이유’라는 책을 내 화제를 모았던 사람이다. 그가 한국 친구들과 어울린 술자리에서 “당신은 백제가 멸망하면서 일본으로 간 사람의 후예일 것”이란 얘기를 듣고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백제의 수도 부여로 가봤다. 계백 장군의 동상에 새겨진 설명문을 읽고는 화들짝 놀랐다.
▷그는 계백장군과 5천 결사대 이야기에서 일본 사무라이의 ‘원조’를 떠올렸다고 했다. 목숨을 건 결사대의 마지막 전투에서 ‘확 피었다가 확 지는 벚꽃’으로 상징되는 사무라이 정신의 원류를 발견했던 거다. 그때부터 자신의 선조가 백제의 유민이고 또 계백 장군의 후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너무도 황송한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일본 벚꽃의 원산지가 한국이요, 벚꽃으로 상징되는 사무라이 정신의 원류도 한국일진대 더 이상의 원조 논쟁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꽃은 말이 없는데 사람들은 참 말이 많다.
안순택 <편집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