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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로하선] 5월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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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5.05.06 18:47
  • 기자명 By. 안순택 기자

수필가 피천득 선생은 5월을 “하얀 손가락에 끼여 있는 비취 가락지”라고 표현했다. 푸름이 더해가는 눈부신 신록을 두고 이른 말이다. 벚꽃이 진 들녘에 연초록이 짙어가고 산기슭엔 붉은 철쭉꽃이 화사한 자태를 드러내며 계절의 변화를 웅변한다. 여름이 시작되는 입하(立夏)와 만물이 생장하여 가득 찬다는 소만(小滿)을 품고 있는 달. 쌀밥을 뿌려놓은 듯 하얗게 핀 이팝나무 꽃을 보며 한 해 농사의 풍흉을 점치고, 울 밑에 곱게 핀 봉선화 꽃을 따서 손톱을 물들이며 설레는 계절. ‘계절의 여왕’5월이 벌써 7일째다.

▷시인들은 앞 다투어 싱그러운 5월을 노래한다. ‘들길은 마을에 들자 붉어지고/ 마을 골목은 들로 내려서자 푸르러졌다…황금빛 난 길이 어지럴 뿐/ 얇은 단장하고 아양 가득 차있는/ 산봉우리야. 오늘밤 너 어디로 가버리련?’ 김영랑 시인의 ‘오월’은 청량하다. 괴테는 ‘5월의 노래’에서 ‘오오 눈부시다/ 자연의 빛/ 해는 빛나고/ 들은 웃는다…’라고 벅찬 서정을 토로하고, 도종환 시인은 같은 제목의 시에서 ‘오월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가 많은 이 땅에선/ 찔레 하나가 피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고 아픔을 드러낸다.

▷격동과 혼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가장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아픔에야 비할 수 있을까만, 얄팍한 월급봉투로 살아가는 직장인들에게 5월은 보릿고개 시즌이다. 엊그제 어린이날이 지났지만 내일이 어버이날이요, 일주일 뒤면 스승의 날, 다시 엿새 뒤면 부부의 날이 줄줄이 이어진다. 가족과 가정의 소중함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결혼기념일이나 생일까지 합세하면 호주머니엔 찬바람이 쌩쌩 분다. 아이들 소풍에 탄식이 절로 나오고, ‘오월의 신부’가 되고 싶은 친지들의 청첩장을 받아들면 비명이 터질 판이다.

▷뿐이랴. 성년의 날도 있고 로즈데이도 있다. 공포의 한 달을 보냈다고 마지막 31일에 담배라도 한 대 피워 물었다간 핀잔을 듣게 될 거다. 금연의 날이니까. 그래도 5월은 일 년 중 가장 화사하고 싱그러운 달이요, 마음이 절로 푸르러지는 신록의 계절이다. 이어령 선생은 ‘5월을 사랑하는 사람은 절망하거나 체념하지 않는다’고 했다. 절망조차도 희망으로 승화시키는 계절이라는 거다. 누구에게나 생동과 활력이 넘치는 5월이 되기를 소망한다. 서정주 시인처럼 ‘눈이 부시게 푸르는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안순택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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