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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장대해수욕장과 신나는 여름

울창한 숲, 깨끗한 바다, 드넓은 백사장-서해의 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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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5.07.22 18:55
  • 기자명 By. 안순택·이성엽 기자

[충청신문=대전] 안순택 기자 = 봄(春)이 긴(長) 곳 춘장대는 이름 그대로 봄이다. 완만한 경사가 봄이요, 밀가루 같은 고운 모래가 봄이다.

서해를 향해 둥글게 두 팔을 내 뻗은 활처럼 휘어져 끝이 없을 듯이 펼쳐진 갯모래 해안과 바다가 아름답다.

 

서천 해양휴양문화의 중심지, 전국10대 해수욕장 ‘춘장대’

서대전역에서 하루 한 번, 오전 7시 50분에 출발하는 장항선 열차에 올랐다. 익산-군산을 거쳐 장항-서천으로 간다. 1시간 45분을 달리니 서천역. 서천역에서 춘장대해수욕장 버스가 1시간 간격으로 다닌다.

오전 11시가 조금 지난 시각이지만 햇볕이 델만큼 뜨겁다. 눈이 시원하다. 춘장대해수욕장은 울창한 곰솔(해송) 숲과 아까시나무 숲을 뒤로 하고, 서해를 향해 둥글게 두 팔을 내 뻗은 모습이다. 활처럼 휘어져 끝이 없을 듯이 펼쳐진 갯모래 해안과 바다가 아름답다. 사각거리는 해변에 발을 들이자 놀란 갯모래 게들이 숭숭 뚫린 제 집 구멍으로 줄행랑을 친다.

봄(春)이 긴(長) 곳 춘장대는 서천 해양휴양문화의 중심지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뽑은 전국 10대 해수욕장,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자연학습장 8선’, 한국철도공사가 추천하는 ‘꼭 가봐야 할 우리나라 낭만 피서지 12선’, 서천군이 지정한 ‘청정구역 10선’ 등 스펙이 빵빵하다.

 

춘장대는 이름그대로 ‘봄’… 얕은 수심이, 잔잔한 파도가

봄 춘자 때문인지 내리쬐는 뜨거운 태양 아래서 엉뚱하게도 ‘봄’을 떠올렸다. 시인 이장희는 ‘봄은 고양이로다’하고 읊었다.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고운 봄의 향기(香氣)가 어리우도다’라고 노래했다.

이장희의 봄이 ‘부드러움’이라면 춘장대는 이름 그대로 봄이다. 완만한 경사가 봄이요, 밀가루 같은 고운 모래가 봄이다. 얕은 수심이 봄이요, 잔잔한 파도가 봄이다. 아이들이 놀기에 좋아 어린 자녀들을 동반한 가족단위의 피서객들이 많다. 수영에 능숙하지 않은 어른들 역시 마음 놓고 바다를 즐길 수 있어 춘장대를 찾는다.

곰솔과 아까시나무 숲은 봄의 ‘생기’다. 해변 전체를 덮을 듯이 넓게 펼쳐져 있다. 해가 뜨거우면 숲으로 들면 된다. 그늘에 숲에서 이는 바람이 시원하다. 곰솔과 아까시나무, 두 숲이 어우러진 향기가 절묘하다. 좋은 야영장이기도 하다.

물이 빠지면 드넓게 드러나는 백사장은 그야말로 운동장이다. 찰모래라 발이 빠지지 않기에 비치발리볼이나 족구를 즐기는 이들이 많다.

 

염분과 철분이 많아 각종 질병에 효험있는 송림의 모래

모래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서천 앞바다의 모래는 특별하다. 우리 민족의 전통적인 습속에 해수욕은 없다. 일광욕도 없다. 하지만 대신에 이 세상에서 희귀하게도 월광욕(月光浴)을 했다. 부인네들이 달밤에 해변에 나가 모래로 배꼽찜질을 했던 것이다.

이 모래를 ‘달모래’라 하고, 찜질을 ‘달모래찜’이라 했다. 달모래는 달의 정기를 흡수한 모래로 이 모래로 배꼽을 찜질함으로써 달의 정기를 몸 안으로 끌어들였던 것이다. 음양설에서 여자는 음이요, 달도 음이기에 월광욕으로 여자의 여자다운 힘인 생식력을 보강하는 철학적인 해수욕인 것이다. 남해안이나 제주도 여인들의 습속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 모래찜을 해마다 행사로 치르는 곳이 있으니, 서천군 장항의 송림마을이다. 고려시대 두영철이란 이가 이곳으로 유배를 왔다가 모래찜질을 한 뒤 건강을 되찾은 것에서 유래됐다. 송림의 모래에는 염분과 철분, 우라늄 성분이 많아 피로해소와 신경통, 관절통 등 각종 질병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래찜질을 하는 날이 음력으로 4월 20일이요, 이날을 ‘모래가 태어난 날’이라 했던 것이다. 시(詩)적이다. 우리 선조들은 엉뚱하게 철학적이고 시적인 데가 참 많다.

송림과 춘장대의 거리가 엎드리면 코 닿을 데인데, 그 모래가 어디 가겠나. 춘장대의 모래도 달모래다. 그러니 게와 조개를 잔뜩 품고 있다. 작은 게나 조개잡이에 열중인 가족들의 표정에 생기가 넘친다.

 

볼거리 가득한 ‘춘장대해수욕장 여름문화예술축제’

올해도 25일과 26일 이틀간 춘장대 해변에선 ‘2015 춘장대해수욕장 여름문화예술축제’가 열린다. 전국청소년가요제, 전국 직장인밴드 경연대회, 관광객 레크리에이션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돼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그런데 춘장대의 춘이 봄 춘(春)이 아니라 참죽나무 춘(椿)이란다. 이 이야기를 하려면 좀 서글퍼진다. 아마 50~60대 장년이라면, 서천하면 동백정해수욕장을 떠올릴 것이다. 서천을 대표하던 동백정해수욕장은 1980년대 초 서천화력발전소가 들어서면서 사라졌다. 어깨를 나란히 하던 비인해수욕장도 모래가 쓸려나가고 자갈이 드러나면서 해수욕장의 기능을 잃었다.

그러자 백이 평원 뒷개로 불리던 해변이 해수욕장으로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서천군은 이곳을 해수욕장으로 개발하려 했지만 이 땅은 지금은 고인이 된 민완기 씨의 땅이었고, 군이 민 씨와 개발 협의를 하면서 밀고 당기기를 여러 차례 했다. 민 씨의 호가 봄 춘자 춘장(春長)이다.

 

감청색으로 물들인 한폭의 그림같은 춘장대의 노을

춘장대는 그의 호에서 따온 이름이다. 협의가 잘 되면 봄 춘, 안 되면 참죽나무 춘을 쓴 게 지금까지 헷갈리게 된 이유란다. 서천군은 참죽나무 춘을 쓰는 모양인데 주민들은 봄 춘으로 알고 있다. 어느 쪽이든 의미는 있다. 봄 춘자 춘장이면 민 씨의 호이고, 참죽나무 춘은 나무숲이 길게 우거진 모습이니.

서해바다 해변이 다 그렇듯이 춘장대의 노을도 엄지를 치켜세울 만큼 아름답다. 붉다 못해 감청색으로 물들면 황홀한 광경에 가슴이 먹먹해 온다. 조개를 잡느라 옹기종기 모여 앉은 가족들 등 위로 노을 내리면 한 폭의 그림이 된다. 뿐이랴. 소나무 숲에 누워보라. 밤이면 숲 사이로 손바닥만하게 드러난 하늘을 보며 별을 헤는 맛이 그만이다. 소망을 빌면, 소망이 은하수를 건너 뻗어간다.

 

춘장대가는길

 

대전에서 춘장대해수욕장을 가려면 당진-영덕 고속도로를 타면 당진에서, 공주-서천 고속도로를 타면 동서천 IC에서 서해안고속도로로 갈아타고 춘장대 IC로 나오면 된다. 607번 지방도를 따라가면 춘장대에 닿는다. 서천군 서면 춘장대길 20(도둔리 1319). 춘장대해수욕장안내소 041-951-9110.

 

 

함께 하면 좋다

■부사방조제·흥원항 | 춘장대해수욕장의 북쪽엔 부사방조제가, 남쪽엔 흥원항이 있다. 흥원항에서 바다 쪽을 바라보면 등대 2개가 바다의 정취를 돋보이게 한다. 흥원항에서 제철 생선을 만날 수 있다. 춘장대와 흥원항에 음식촌이 있다. 요즘 춘장대 앞바다에선 백조기 낚시가 한창이다.

■동백나무로 유명한 마량 | 서천엔 둘러볼 곳이 많다. 어린 자녀와 함께라면 국립해양생물자원관에 가보자. 지구의 해양생물을 다 만나볼 수 있다. 동백나무로 유명한 마량은 우리나라 최초 성경 도래지다. 한산에 가서 이상재 선생 생가에 들러보는 것도 좋겠다. 한산엔 모시, 소곡주 그리고 ‘공동경비구역 JSA’를 찍은 신성리 갈대밭이 있다.

■월하성마을 갯벌체험 | 갯벌체험을 하고 싶으면 월하성 마을과 그 옆 선도리에 가면 된다. 국물이 시원한 바지락, 구워 먹어야 제 맛인 모시조개, 뽀얀 속살이 졸깃한 돌조개, 소금을 뿌리면 쏙 나오는 맛 등 다양한 조개를 직접 잡아볼 수 있다.

■마량포구 자연산 광어 | 서천은 ‘미식의 고장’이기도 하다. 사시사철 철따라 제철 생선을 맛볼 수 있다. 마량포구에 가면 자연산 광어를 맛볼 수 있다. 대합음식 그리고 ‘항만’ 박대, 겨울철의 별미 물메기도 서천이 자랑하는 먹거리다.

글/안순택·이성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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