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이면 복숭아의 고장 조치원에서 세종조치원 복숭아축제가 열린다.
이와 때를 맞춰 100년 전통, 당도 최고 조치원복숭아는 본격적인 수확기에 접어들어 세종시를 가로지르는 1번 국도를 비롯해 세종시의 모든 도로 주변에 판매장이 늘어서 도로를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풍성하게 판매되고 있다.
또한 전국에서 조치원복숭아의 맛과 향에 취해 조치원을 일부러 찾아와 복숭아를 사가는 경우도 많다.
명품도시 세종시의 100년 전통의 조치원복숭아가 포장의 문제로 시의 위상뿐만 아니라 조치원복숭아의 품질마저도 위협 받는 수준에 이르렀다.
'조치원복숭아'라는 말만 믿고 도로변에서 복숭아 한 상자를 샀다. 나무 상자에 신문지로 덮혀 있는 복숭아가 수북이 쌓여 있다. 집에 돌아와 저녁식사를 마치고 가족과 함께 둘러 앉아 복숭아 상자를 열어보니 위쪽의 복숭아는 맛있고 탐스러웠는데 아래를 보니 물러터지고 상한 과일들이 많았다.
일부러 그랬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켜켜이 너무 많이 담다보니 눌려서 상처가 나고 그것이 상했을 수도 있다. 게다가 복숭아는 다른 과일에 비해 운송하기 쉽지 않고, 살짝 부딪혀도 상처가 나는 무른 과일이라 더욱 그랬을 것이다.
오래 전의 일이지만 모든 과일의 포장은 까실까실한 나무상자였다. 과일이 상하지 않도록 짚이나 왕겨를 깔고 그 위에 겹겹이 과일을 담았다.
그것이 하나씩 종이상자 포장으로 바뀌면서 과일의 상태, 품종, 개수, 생산자 이름에 전화번호까지 종이상자를 보면 과일의 이력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됐다. 어쩌면 우리에게는 너무도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아직도 조치원복숭아의 포장이 과일의 이력을 알아볼 수 없는 눈 먼 나무상자라는 것이 더욱 놀랍다. 종이상자는 일부 작목반이나 연합회 등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가격도 나무상자보다 종이상자가 비싸다고 한다. 이유야 어떻든 조치원에서 나는 모든 복숭아도 100년의 구태에서 벗어나 산뜻한 종이상자로 옷을 갈아입을 필요가 있다.
말끝마다 '명품 세종시'를 읊는 세종시도 관심을 갖고 대처할 필요가 있다. 수억원을 들여 복숭아축제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작 복숭아 농사를 짓는 농민들의 마음을 헤아려 지원하고, 소비자의 마음까지 살필 수 있다면 그것이 '명품 세종시'가 되는 길이고, 100년 조치원복숭아의 명맥을 길게 유지하는 방법이기도 할 것이다.
김덕용 세종주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