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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역사교과서 국정화, 꼭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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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5.10.15 13:45
  • 기자명 By. 정완영 기자
정부가 지난 12일 중고교 역사교과서 국정화 공식화 하자 정치권을 비롯해 교육계와 많은 국민들까지 나라 곳곳이 이 문제로 들끓고 있다.

정치권은 여와 야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돼 있고, 교육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아 보이고, 급기야 학계에서는 대학 교수들의 한국사 국정 교과서 집필 거부 선언이 줄을 잇고 있다.

정부는 현행 검정체제 강화와 국정화 전환을 모두 검토해 왔지만 균형잡힌 교과서를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가 많이 나오는 상황이라 국정교과서로 전환해 단일 교과서를 발간하기로 했다는 얘기다.

이런 결정으로 교육부는 국정교과서를 2017학년도부터 중·고등학교에 적용하고 편찬을 국사편찬위원회에 위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검정교과서는 각 출판사에서 만들어낸 교과서를 교육부의 검정을 받아 발간하는 교과서이고, 국정교과서는 교육부에서 여러 교수를 모아 편찬위원회를 만들어 교과서를 편찬하는 것을 말한다.

이번에 문제가 된 한국사 교과서는 지난 2002년 국사에서 '근현대사'가 분리돼 검정으로 바뀌었고 2010년 기존 국정인 국사와 검정인 근현대사가 다시 합쳐져 검정체제로 일원화돼 발행됐다.

이후로 보수진영에서는 이념적으로 균형잡힌 한국사 교과서를 만들고 사회적 논쟁을 최소화하려면 국정 교과서가 바람직하다는 논리를 펴왔다.

반면 야당과 진보 학계 등에서는 국정화로 결정되면 정권의 입맛에 맞는 교과서가 만들어질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23년 전인 1992년 헌법재판소가 국정교과서와 관련해 내놓은 결정문을 놓고도 정부와 여당의 입장과 야당과 진보 역사학계의 무게는 극명하게 갈린다.

정부·여당은 헌재가 당시 중학교 국어 교과서를 국정으로 발행하는 것을 합헌으로 결정했다는 점을 강조하는 반면 진보 역사학계와 야당 등은 헌재가 국정화의 문제점을 지적한 부분, 특히 국사는 다양한 견해를 소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언급한 부분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결정문에는 국정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국정교과서 발행은 학년과 학과에 따라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

국정교과서 제도가 학생들의 사고력을 획일화·정형화하기 쉽고 다양한 사고방식 개발을 억제할 위험이 있고, 교과서를 국가가 독점하면 교과서에 수록된 것은 무조건 정당하다는 전제가 성립되고 그 외에는 모두 배척하는 풍토가 조성된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당시 헌법소원 판단 대상이 아니었던 국사 과목도 헌재는 언급했다. 교과서의 내용에도 학설의 대립이 있고, 어느 한쪽의 학설을 택하는 데 문제점이 있는 경우, 예컨대 국사의 경우 어떤 학설이 옳다고 확정할 수 없고 다양한 견해가 나름대로 설득력을 지니고 있는 경우에는 다양한 견해를 소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결국은 정부의 주장대로 사상의 균형이 잡힌 교과서냐 아니면 다른 주장대로 정권에 의해 획일화 되거나 입맛에 맞게 고쳐진 교과서냐 문제가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은 정부의 주장대로 사상의 균형이 잡힌 교과서냐 아니면 다른 주장대로 정권에 의해 획일화 되거나 입맛에 맞게 고쳐진 교과서냐 문제가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 주도로 교육부에서 만들어지는 교과서에는 정권에 위협이 되는 인물이나 역사적 사건을 축소하거나 은폐시킬 수 있고, 비정상적으로 부풀려질 수 있어 이렇듯 획일화된 역사교육은 왜곡된 역사관을 심어줄 확률이 높다는 우려에 더 공감이 간다.

필자 역시도 국정교과서로 공부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역사는 보는 관점에 따라 확연히 달라질 수 있고, 중요도를 가늠하기도 어려운 학문이다. 이런 학문을 국정교과서라는 것을 통해 정부에서 획일화하고 통제한다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다.

정부의 말대로 역사 교과서가 현재 역사 교과서가 균형이 잡히지 않았다면 검정 과정에서 균형 잡힌 교과서를 만들어야 한다,

왜 하필이면 이 시점에 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문제가 나왔는지 모르지만 조지오웰은 '1984'에서 "과거를 통제하는 자가 미래를 통제한다. 현재를 통제하는 자가 과거를 통제한다."고 말했던 것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 것은 필자만의 기우였으면 좋겠다.

정완영 / 세종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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