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신문=사회] 신민하 기자 = 2013년 3월 전남의 한 지방대학교를 졸업한 뒤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던 장모(28)씨. 그는 사회에서 알게 된 원모(33)씨로부터 솔깃한 제안을 들었다. 월 500만원의 고수입에 집과 생활비까지 지원해주는 안정적인 직장을 알선해 주겠다는 말이었다.
장씨가 취업한 곳은 다름 아닌 중국 칭다오에 있는 보이스피싱 조직. 처음에는 양심의 가책도 느꼈지만 손쉬운 방법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점차 범죄의 늪에 빠져들었다.
보이스피싱 생활에 적응한 장씨는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직장이 없던 대학후배 6명을 조직에 끌어들였다. 그러던 장씨는 지난 8월 먼저 경찰에 구속됐다. 당시 장씨는 마음을 다잡고 한국으로 들어와 직장생활을 하던 때였다.
경찰은 장씨와 같이 일확천금을 노리고 잘못된 선택을 한 20〜30대 보이스피싱 한국인 조직원들을 무더기로 붙잡았다.
충북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9일 보이스피싱 콜센터 관리자 김모(33)씨 등 조직원 33명을 사기 혐의로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들 가운데 22명을 구속하고 1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2012년 8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중국 칭다오의 한 아파트를 빌려 사무실을 차려 놓고, 대출을 해주겠다며 680여명의 피해자로부터 수수료 명목으로 22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검거된 피의자 대부분은 20〜30대 미취업자였다.
장씨를 비롯해 전남 2개 지역의 대학교나 고향 선·후배 사이였던 이들 대부분은 '공짜로 여행을 시켜준다','취업을 알선해 주겠다'는 말에 속아 범행에 가담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들은 모집, 홍보, 상담 등 각자 역할을 나눠 전문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불특정 다수에게 '대출 상담' 문자를 보낸 뒤 돈이 필요한 사람으로부터 연락이 오면 보증보험료, 인지세 등 각종 수수료가 필요하다며 선수금을 입금하라고 요구했다. 피해자들은 적게는 10만원에서 많게는 3000만원까지 이들에게 돈을 보냈다.
이들은 이런 수법을 중국 내 보이스피싱 전문 조직으로부터 배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대부분은 사기로 챙긴 돈을 유흥비로 탕진, 거의 빈털터리가 된 채로 국내에 돌아와야 했다.
오히려 가족에게 돈을 빌리지 못했으면 국제미아가 될 뻔한 비참한 신세가 되기도 했다.
경찰은 "보이스피싱 조직이 국내 청년들을 꾀어 범죄에 가담시키는 사례가 늘어나는 만큼 주의해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