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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포럼] 헬조선과 흙수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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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5.11.16 18:44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정여주 청운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언제부턴가 인터넷을 중심으로 대한민국을 대한민국이라고 부르지 않고 ‘헬조선’이라고 부르고, 한반도를 ‘불지옥 반도’라고 부른다. 왜일까? 우선 헬조선은 영어의 Hell(지옥)과 조선을 붙여서 부르는 말로 지옥조선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왜 대한민국이 아니고 조선이라는 전근대 사회를 붙였을까 하는 점이다. 이는 지금 살고 있는 사회가 민주주의 공화국이 아닌 철저한 신분제 사회라는 뜻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느새 헬조선이라는 용어는 일반적으로 ‘노력을 해도 노력한 만큼의 성과가 안 나오는 곳’, ‘능력이 부족해도 부모에게 사회적 지위와 재산이 있다면 성공할 수 있는 곳’, ‘삶을 포기하는 자살인구가 많은 곳’, ‘빈부격차가 심한 곳’, ‘사고를 당해도 국가가 책임지지 않고 구해주지 않는 곳’ 등의 여러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다. 
 
불지옥은 디아블로라는 인터넷 게임 난이도 중에서 상상 불가능할 정도로 어려운 단계라고 한다. 이 단계는 게이머들이 깨라고 만든 게 아니라 좌절하라고 만든 난이도로서, 악명 높은 디아블로의 ‘불지옥’에 한반도의 ‘반도’를 합친 용어가 불지옥 반도이다. 주로 ‘내가 대체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서 이 불지옥 반도에 태어난 것일까?’, ‘지옥에서 조차 죄를 자들 자들이 불지옥 반도에서 환생’했다는 설로서 인터넷상에서 젊은이들이 외치는 단어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인간 등급표’가 유행하고 있고, 부모의 재산 정도에 따라 금수저, 은수저, 동수저, 흙수저로 구분된다. 옛날 유럽 귀족층은 식사 때 은식기를 사용하고, 갓난아기에게 어머니 대신 유모가 젖을 먹일 때 은수저로 먹이던 풍습에서 따왔다고 하는데 ‘은수저 물고 태어나다(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다)’는 영어식 표현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온라인 취업포털 취업인에서 조사결과 기업 인사담당자 10명 중 3명은 채용과 관련한 청탁을 받은 경험이 있으며, 청탁을 받은 인사담당자의 절반 이상이 실제 취업 혜택을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채용 청탁은 ‘사내 임원’, ‘사내 직원’, ‘거래처’, ‘학교 선, 후배’, ‘친구’, ‘사회지도층 인사’, ‘가족 및 친지’, ‘고향 선, 후배’순이었다. 실제로 수저가 대물림 되고 있는 현상 중 하나이다. 
 
이렇게 대한민국은 청년들에게 3포 세대를 넘어 연애, 결혼, 출산, 내집마련, 인간관계, 꿈, 희망을 포기하는 7포 세대를 양상 하는 국가로 인지하고 있다. 청년들은 개인의 힘으론 도저히 극복이 불가능한 한국의 상황에서 노력하기를 포기하며, 자조 섞인 단어들로 스스로 비하하며 세상을 향한 비판과 절망이 담긴 이러한 단어를 쓰고 있다.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던 다수의 88만원 세대인 2030이 ‘노력해도 바뀌는 것이 없는 대한민국’에 ‘개천에서 용나는 게 불가능한’ 것에 대한 박탈감의 표현으로 보인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의 말로 젊은이들을 위로할 수 없을 것 같다.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면 다리가 찢어진다’는 상황에서 ‘극복해! 노력해!’라고 말하기에도 세상은 너무 암담하다. 이제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아무리 노력해도 극복하기 어려운 사회가 되어가는 것 같다. 얼마 전까지는 힘들어도 희망을 말하면서 웃는 시늉이라고 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희망을 입에 올리기조차 힘든 국가가 아닌가 싶다. 
 
청년들이 절망을 느끼고 있는 국가에서 정부는 지금 역사교과서 문제에 열을 올리며 보수의 결집을 촉구하며 내년 총선대비만을 위한 노력만 하고 있다. 아무리 사회문제에 문제제기를 해봐야 정치공세로 마무리만 되고 있다. 2016년 보육료를 현행보다 10% 인상키로 했다는데 보육예산은 0원이며, 사회를 들썩였던 아동학대에 대한 대비책도 별로 없다. 우리 사회의 또다른 희생자인 일본인 군 위안부 할머니들은 미묘한 정치적인 관계에서 여전히 배제 된 채 그나마 제공되던 생활비 지원을 끊는다고 지자체들이 단합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러한 대한민국에 살고 싶은가? 우리는 포기가 아닌 극복하는 방식으로 젊은이들의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또한 사회적 약자가 함께 가는 행복한 국가 소통하고 존중하는 사회를 조성하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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