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신문=대전] 정완영 기자 = 특허 관련 범죄가 늘어나면서 검찰이 중점 검찰청을 지정해 수사력을 집중키로 하는 등 고삐를 죄고 나섰다.
최근 특허 범죄는 최첨단 디지털산업과 굴뚝형 제조업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 추세다.
지난해 8월 검찰은 삼성전자에 납품을 계속하려고 경쟁사가 개발한 기술을 빼내 특허등록까지 한 제조업체 대표와 기술팀장을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이들은 경쟁사와 똑같은 신형 제품을 만들어 삼성전자에 25억여원어치를 납품까지 했다.
2013년 경남지방경찰청 외사과에 붙잡힌 중소기업 전직 대표도 국책과제로 수행하던 연구자료 3건을 빼낸 뒤 특허를 출원하고 경쟁회사까지 설립했다.
이 기술은 정부출연금 4억9000만원을 받은 A사가 덴마크 회사에 이어 두 번째로 개발에 성공한 기술이다.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도 같은 해 6월 신발 밑창 특허기술을 빼돌려 경쟁사에 납품한 연구원 등을 불구속 입건했다.
기술이 유출된 회사는 3년간 4억원을 투입해 특허기술을 개발했으나 기술유출로 인해 10억원의 피해를 봤고 5년간 100억원의 추가 피해가 예상된다.
이처럼 지능화·고도화된 특허 범죄가 날로 늘어가면서 검찰이 마침내 조직을 정비해 대처하기로 하는 등 칼을 빼들었다.
2009년 특허 관련 범죄 수사의 효율성을 높이려고 특허 전문가를 채용해 대응했던 검찰이 이번에는 대전지검을 지식재산권을 전문으로 다루는 ‘특허범죄 중점 검찰청’으로 지정하는 등 한층 대응을 강화한 것이다.
검찰은 그동안 유무죄를 가리기 어려운 난해한 특허사건에 대해서는 ‘특허심판원’ 결정을 지켜본 뒤 기소 여부를 결정해왔다.
특허사건은 일반 형사사건과 달리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한다.
이로 인해 상당수의 특허범죄는 수사개시부터 기소시점까지 2년 넘게 걸리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그동안 피해자는 신속한 구제를 받지 못해 파산하는 등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왔다.
16일 현판식을 한 ‘중점 검찰청’은 이번에 변리사 자격증을 가진 검사 2명을 지원받고, 특허청에서 근무하는 특허조사관 6~8명(상표·디자인·기계·화학·전기 등 전문)을 파견받아 팀을 꾸리게 된다.
대전지검은 또 내년 2월까지 해당 업무를 총괄할 ‘특허범죄조사부’도 신설할 방침이다.
특허범죄조사부는 전국 각 검찰청에서 보내온 사건 가운데 조사가 필요한 특허범죄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전문가 자문을 거쳐 사건을 처리하게 된다.
범죄 혐의가 중한 사건은 특허범죄조사부에서 근무하는 검사가 관할 법원에 대응하는 검찰청의 ‘검사 직무대리’ 형태로 기소하게 된다. 재판은 피고인 주소지 또는 범죄지 관할 법원에서 진행된다.
한국은 특허 등 산업재산권 출원 세계 4위 국가이지만, 지식재산 보호수준은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의 평가 결과(2010년 5월) 전체 58개 나라 가운데 32위에 그치는 등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특허심판원 심판 청구 건수는 2010년 1만3872건에서 2011년 1만4430건, 2012년 1만4747건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지난 2013년 1만3014건, 2014년 1만1981건으로 줄어드는 듯 하다가 올해 10월까지 1만1천801건으로 다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권오성 대전지검 차장검사는 “특허 등 지식재산권 침해 관련 형사사건에 대한 처분이 특허심판 또는 소송결과에 의존해 온 관행을 탈피해야 한다”고 한다.
이어 “특허범죄 중점 검찰청에서는 지식재산권 침해사건 가운데 법·기술적 쟁점이 복잡한 사건을 집중적으로 처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