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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와 과거를 잇는 문화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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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6.01.21 17:46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이 강 춘 대전서구문화원장

지난 연말 한 TV프로그램에서 몰고 온 90년대 대중가요 열풍을 시작으로 최근 인기리에 방영중인 88년도 배경의 드라마까지 지금 우리 사회는 80, 90년대 과거의 문화에 뜨겁게 반응하고 있다. 가장 트렌디하고 세련된 형태인 광고에서도 그 당시의 분위기를 느끼는 것은 어렵지 않다. 옛날 느낌의 촌스러운 광고가 오히려 그 당시를 겪어보지 못한 세대에게 사랑받고 소구된다.

과거에 익숙한 것들이 기성세대들에게는 추억을 불러일으키며 향수를 자극한다면 젊은 세대들에게는 생전 처음 보는 낯설고 새로운 관심거리가 될 수 있다. 촌스럽다고 느끼면서도 그 안의 독특함이 신선하고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물론 복고 열풍 현상을 각박한 현실에 대한 반작용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척박한 삶에 이리저리 치이며 찾은 돌파구가 과거로의 회귀라는 것이다. 불확실한 미래에 불안을 느낀 이들이 안락하다고 느껴졌던 과거로 돌아가 그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며 현재 삶의 긴장과 피로를 덜고자 한다.

과거를 통해 정서적 위로를 얻고자 하는 이들이 늘면서 과거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는 장소들을 찾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다. 서울에서는 동묘벼룩시장이 인기라고 한다. 구제의류부터 고서(古書), 골동품이 즐비한 시장은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그곳의 독특한 분위기와 옛것의 정취를 즐기고자 하는 이들이 즐겨 찾는단다. 군산이나 대구 역시 20세기 초 역사건물들을 중심으로 한 여행코스가 자리 잡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 도시 대전에서도 타임머신을 탄 듯 과거로 여행할 수 있는 곳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1950년대 호황기를 누렸던 인쇄거리라든지 대전역 주변의 철도관사촌 주변, 옛 충남도청 등 원도심을 중심으로 하여 근대 문화유산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 목재널판지로 지어진 철도청(현재 한국철도공사)의 창고는 1956년부터 그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소제동에 가면 일제시대에 지어진 일본식 건물들을 만나볼 수 있다.

사소한 것들에서도 역사는 찾아볼 수 있다. 육각기둥 모양의 상자가 독특한 고깔모양 과자는 80년대 초, ‘초코렡’이라는 낯선 표기가 눈에 띄는 초콜릿은 그 역사가 1975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어느 패스트푸드의 ‘1955버거’, ‘1988버거’는 이 브랜드의 역사를 이름 자체만으로 고스란히 전한다.

예전의 것을 보면서 단순히 이색적이고 독특한 것을 뛰어넘어 전세대가 함께 느끼게 되는 것은 그 안의 역사다. 이처럼 여기저기 숨어있는 역사는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그들만의 전통이 아직 살아있음을 환기시킨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제 역할을 해내기 위해 동분서주하다가도 내가 누구인지,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 앞으로 어디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잠시 멈추어 설 필요가 있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어주는 것이 바로 역사이며 우리 삶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답도 거기에 있다.

대전에는 역사와 옛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곳이 여럿 있다. 시립박물관 두 곳을 비롯해 무형문화재전수시설(전통나래관), 서구문화원의 향토자료실, 한밭교육박물관, 여러 향교 등이 속한 53개의 유형문화재 등 가까운 근대에서부터 먼 과거까지 어렵지 않게 오고갈 수 있다. 또한 국가기록원 대전기록관에서는 300여점이 넘는 기록물들로 대전의 변화와 발전상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전시가 진행 중이다.

역사는 멀리 있지 않다. 에드워드 카가 말하지 않았던가. ‘역사는 역사가와 사실 사이의 상호작용의 계속적인 과정이며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우리는 가까운 곳에서부터 역사를 찾고 거기에서 힘을 얻는 끊임없는 시도와 노력이 필요하다. 내가 누구인지를 알려주는 기록이자 동시에 앞으로 어디로 나아갈 것인지를 보여주는 나침반이기도 한 역사. 우리 지역 가까운 곳에서 추억을 찾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이 강 춘 대전서구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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