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신문=정치] 총선특별취재팀 = “방법 없어요. 다른 후보 측보다 일찍 나가 자리를 선점하는 게 '장땡'이죠." 20대 총선 선거운동 개시를 하루 앞둔 30일 금배지를 노리는 주자들의 선거 캠프가 갑자기 분주해졌다.
선거 때면 대입 입시 경쟁처럼 치열한 '현수막 명당' 선점과 게시 경쟁은 오히려 더 뜨거워졌다.
당내 경선에 매달린 탓에 정책·이슈가 실종된 이번 선거를 치르는 후보들로서는 당장 유권자들에게 이름 석자를 알리는 게 급선무가 됐다.
동서남북 어디에서나 한눈에 들어오는 요지에 후보 이름이 박힌 홍보 현수막을 내거는 것은 선거운동에 돌입하는 후보 진영의 최우선 '책무'다.
읍·면·동마다 1개의 현수막만 걸어야 하는 한계 때문에 한 표가 아쉬운 후보들은 유권자의 이목을 끌기에 가장 좋은 자리를 확보하는데 열을 올릴 수밖에 없다.
각 후보 진영이 선거운동 개시 하루 전인 30일 목숨을 걸다시피 '현수막 결전'에 대비하는 이유다.
청주 청원구에 출마한 새누리당 오성균 후보 캠프의 직원·자원봉사자들은 20여명은 30일 밤 8개 읍·면·동의 주요 교차로에 나가기 위해 출동 대비태세에 돌입했다.
읍·면·동마다 1개의 플래카드를 내걸 수 있는데, 명당을 차지하기 위해 2〜3명씩 짝을 지어 해당 교차로를 지키겠다는 것이다.
청원구는 충북에서 경쟁률이 가장 높은 곳이다. 무소속 후보까지 모두 5명이 출마한 터라 자칫 방심했다가는 '현수막 전쟁'에서부터 밀릴 수 있다. 선거 초반 심각한 내상을 입는 셈이 된다.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후보 측도 "어제(29일) 현수막을 내걸 장소를 둘러봤다"며 "전쟁을 치르듯 현수막을 걸어야 할 터라 벌써 긴장된다"고 털어놨다.
차량 통행량이 많은 도심 교차로 선점 경쟁은 더욱 심하다. 현수막 게시가 허용되는 시간이 31일 오전 0시인 터라 각 선거 캠프는 1〜2시간 전부터 자리 차지 모드로 돌입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청주 서원구에 출마한 새누리당 최현호 후보 측은 "현수막을 제작한 업체가 교차로에 도착하는 즉시 현수막을 걸 수 있도록 미리 현장에 나가 자리를 차지해 뻗치기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같은 선거구 더민주당 오제세 후보 측도 각오가 결연하기는 마찬가지다. 오 후보 측은 "캠프 사무원 1〜2명씩을 11개 면·동에 일찍 내보내 현수막을 걸 장소를 지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찜해놓은 장소가 겹치면 마찰이 생길 것이 우려되지만, 물리적 충돌로 번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선거 캠프 얘기다. 주먹다짐을 하는 불상사라도 생긴다면 공연히 구설에 올라 오히려 선거에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 캠프에서도 이 점을 단단히 일러두고 있다.
후보자 현수막은 교통 신호기나 안전표지를 가리거나 도로를 가로지르는 식으로 내걸면 안 된다. 애드벌룬·네온사인·형광 등의 방법을 동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투표소가 설치될 시설 담장이나 입구에 걸어서도 안 된다.
충북도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보행이나 차량 흐름에 방해를 주지 않도록 현수막을 잘 걸어 달라는 당부를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