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새누리당 대전 유성을 김신호 후보의 현수막이 찢기고 한쪽이 땅에 떨어진 채로 발견됐다. 충남선관위는 같은 날 선거구민에게 음식물을 제공하고 선거운동을 하게 한 혐의로 후보의 측근 2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4·13 총선 선거운동이 중반을 넘기면서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더욱 치열해지면 과열과 혼탁이 극으로 치닫지 않을까 걱정된다.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 하는 건 다양한 의견, 인물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말과 얼굴이 서로 충돌하고 경쟁하고 비교되기는 하되 화합으로 수렴되어야 비로소 꽃이 된다. 후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포스터를 찢고 현수막을 훼손하는 행위는 민주 시민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선거구민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한 표를 부탁하는 시대착오적인 사람들이 아직도 있다니 기가 막힌다. 그런 이들에게 밥을 얻어먹는 사람은 또 누군가.
대전검찰에 따르면 4일까지 대전·세종에서 검찰에 입건된 선거사범은 모두 21명으로 나타났다. 19대 총선 때 같은 기간 7명과 비교하면 3배나 늘어났다. 흑색선전이 가장 많고 금품선거 사전선거운동 등의 순이다. 흑색선거 사범 등 16건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충남에서도 지난 4일을 기준으로 모두 64명이 입건됐다. 19대 총선 때 37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7명이나 늘어난 것이다.
이처럼 총선이 과열 양상을 빚고 있는 이유는 뚜렷이 부각되는 후보나 이슈가 없는 탓이다. 이명박 정부의 안정론과 견제론이 충돌했던 18대, 무상복지 포퓰리즘이 선거판을 달궜던 19대와 달리 이번 총선에는 시선을 끄는 이슈가 없다. 후보들의 공약 역시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서대전역 KTX 증설, 호남선 직선화 등 대전의 현안은 여야가 모두 내놓고 있다.
충남의 대산-당진 고속도로 건설, 서해선 및 장항선 복선전철 건설 등 SOC 사업과 백제역사유적지구 체계적 보존관리 등도 여야의 공약에 모두 담겨있다. 충북의 충청내륙화고속도로 건설, 충북선 철도 고속화, 청주공항 활성화도 마찬가지다. 이러니 공약(公約)이 아니라 ‘공통된 공약(共約)’이라는 비아냥이 나온다. 선거판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데 부각시킬만한 이슈나 공방이 없으니 상대를 깎아내리는 흑색선전이나 비방 같은 이전투구가 심화되고 불법선거운동이 고개를 드는 것이다.
여야 지도부들부터 입조심을 해야 한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4일 선거대책위 회의에서 김종인 더민주 대표에 대해 “세금 폭탄 전도사이자 국민연금 파괴자”라고 거칠게 비난했다. 야당의 테러방지법 반대 필리버스터에 대해서도 “아기들이 차는 기저귀를 차고 연설했다”고 깎아내린 김 대표다. 김종인 대표도 새누리당 강봉균 공동선대위원장을 겨냥해 “헌법도 안 읽어본 사람인 것 같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상대에 대한 비판을 넘어 모멸감을 줄 수 있는 인신공격성 발언이다. 지도부의 막말은, 그 정도는 해도 된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후보들에게 줄 수 있다.
막장 공천으로 정치 혐오증을 불러일으킨 정치권이 선거운동에서도 막장 행태를 되풀이 한다면 유권자의 실망은 더욱 커질 것이다. 후보들도 그렇다. 유권자들은 자질이나 인성이 모자라는 후보들이 누군지 두 눈 똑똑히 지켜보고 있다. 상대를 깎아내리는 비방이나 하는 후보는 능력이 떨어지는 후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오죽 능력이 없으면 빠듯한 선거일정 동안 상대 후보를 비방하고 있겠는가. 유권자들이 회초리를 들 날이 일주일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