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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포럼] 다문화주의와 히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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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6.05.12 16:08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정 여 주 청운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우리나라는 1990년 5만여 명에 이르던 이주민이 2000년대 이후 급격히 늘어 현재 총 인구의 3.5%에 이르고 이주노동자는 90만 명이 넘어, 2016년 1월 현재 한국에 이주민 188만 명이다. 이처럼 한국은 중요한 이주민 유입 국가가 되었고, 이주민들은 중요한 노동력을 제공하고 있으며 없어서는 안 될 구성원 이지만 이들에 대해 우리나라는 어떠한 입장을 취하는가? 진정 다양한 문화를 가진 사람들과 더불어 갈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가?

다문화주의는 한 사회에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면서 차별과 편견이 없이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며,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정치·사회·시민적 권리와 정책들을 추구하는 이념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다문화 사회에 발맞추고자 2006년 ‘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과 ‘다문화가족지원법’ 같은 법률을 제정했다.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국적을 부여할 때 혈통주의를 유지하고 있고 이민을 극도로 제한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은 이민에 대해 가장 폐쇄적인 국가로 꼽힌다.

다문화주의는 1971년 캐나다 정부가 처음으로 다문화주의 정책을 선포한 이후 미국, 호주, 스웨덴, 영국 등으로 확대됐다. 다문화주의는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장기 호황기에 노동력이 필요했던 서구의 주요 나라들에서 다양한 문화권의 이민자가 늘어난 것과 함께 1960년대에 벌어진 인종차별 반대 운동을 배경으로 등장했다. 여러 정부들은 인종차별 반대 운동이 가한 압력에 대한 대응으로 다문화주의 정책을 추진했으나 다문화주의 정책들은 소수 인종에게 자신의 문화를 버리고 주류 사회에 동화되기를 강요하는 것이다.

다문화주의 정책들은 이중국적 허용, 방송 매체 등에서 소수 언어 지원, 학교·군대·사회 등에서 전통 복장이나 종교 활동 허용, 소수민의 축제나 음악·예술 등을 지원하고, 그 외에도 정치·교육 등에서 소수 인종의 대표성을 증대하는 방향을 추진하는 것 등이다.

그런데 프랑스의 1989년에 한 공립학교에서 무슬림 여학생들이 히잡을 벗지 않으려 한다는 이유로 퇴학당하는 일이 있었다. 2004년에는 아예 공립학교 교내에서 무슬림 여학생들의 히잡 착용을 금지하는 법이 제정됐다. 2011년에는 모든 공공장소에서 무슬림 여성의 히잡 착용을 금지하는 법이 제정됐다. 이러한 정책은 히잡이 여성 억압적이라는 것이고, 히잡 착용이 교육과 종교가 분리돼야 한다는 세속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유대 학생들이 큰 십자가를 드러내는 것은 그동안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렇게 보면 히잡 금지는 명백히 무슬림 차별인 것이다. 또한 히잡 착용을 단순히 여성차별의 상징으로만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 프랑스 지배자들이 알제리를 식민 지배했을 때 전통 복장을 금하자 알제리 여성들은 제국주의에 대한 항의의 의미로 히잡을 착용하기도 했다. 이처럼 서구 사회에서 무슬림은 가장 천대받는 집단이다. 히잡 착용 금지는 위선적이고 인종차별적인 서구사회의 조처일 수 있다.

최근 이란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의 히잡 착용에 대해 논란이 많았다. 특히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대통령이 왜 ‘여성 억압의 도구’인 히잡을 썼냐는 것에 대한 비판부터 타국의 문화를 존중하기 위한 차원이었다는 해석까지 다양하게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히잡이 여성억압이라는 정의는 서구사회의 눈을 통해서이다. 하지만 이번 박대통령의 히잡 착용에 대해서는 여러 측면에서 살펴보아야 한다. 만약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남성이었다면 히잡을 써야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할 필요도 없고 논란이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박 대통령의 히잡 착용은 이란에 대한 경제외교 전략으로 보면 충분할 터이다. 히잡 한번 썼다고 이슬람 여성들의 열악한 인권을 외면한 처사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문화주의는 모든 문화 공동체를 그 구성원들을 위하여 인정하고 보존해야 한다는 보편적 권리에 기초한다. 점점 더 가속화되고 있는 우리사회의 이민자들과 함께 갈 수 있도록 본격적으로 다양성에 대한 진정한 인정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정 여 주 청운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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