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충청포럼] 예술작품은 일상에 새 활력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입력 : 2016.05.19 14:37
  • 기자명 By. 충청신문
▲ 민 승 림 칼럼니스트

미술관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면서 관람객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설명을 듣기 전에는 무슨 작품인지 알 수가 없었는데, 설명을 듣고 나서 이해가 되었다”라는 말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처럼 미술사에 대한 지식이나, 화가의 생애에 대해 알고 있으면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어떤 대상에 대해 많은 정보를 갖고 있으면, 그 대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만 미술작품을 감상하는데 있어서는 오히려 방해가 되기도 한다.

얼마 전 초등학교 아이들을 대상으로 ‘벽화느낌으로 그리기’ 수업을 한 적이 있었다. 선사시대에 주술적인 목적으로 그려진 라스코(Lascaux)나 알타미라(Altamira) 동굴의 들소 그림을 보여주고, 아이들에게 자신의 소원을 벽화느낌이 나도록 그려보는 수업이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참고 자료로 보여준 들소의 이미지를 약간씩 변형해서 그렸고, 몇 명의 아이들만이 하늘을 날고 싶다거나 돈을 벌어 부자가 되고 싶다는 등 다른 소원을 그렸다.

흥미로운 점은 들소를 그린 아이들은 고학년인 경우가 많았고, 그 외의 소원을 그린 아이들은 대부분 저학년 이었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4학년 이상의 아이라면 한두 번 정도 미술학원을 다닌 적이 있거나, 비슷한 방식의 미술수업을 받은 경험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은 새로운 무언가를 표현하려는 고민을 하기보다, 언젠가 책에서 본 소나 말의 이미지를 떠올렸을 것이고 주어진 시간 안에 그려야 하는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하여, 자료에서 본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한 그림을 그리게 되었을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미술관에 오는 아이들에게 질문을 했을 때에도 비슷하게 나타나는데, 결국 많은 것을 알게 될수록 생각이나 표현의 한계를 갖기 쉽다는 것이다.

요즈음 학교나 사회에서 아이들에게 체험학습이나 여가활동을 권장하는 것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다양한 생각과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하려는 의도이다.

미술관에도 아이들과 함께 오는 관람객 수가 전보다 훨씬 많아졌는데 특히 방학기간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가족단위의 관람객이 대부분이다.

미술관에 온 부모들은 한마디의 설명이라도 더 듣게 하려고 아이들을 앞으로 보내거나 열심히 메모를 하고, 휴대폰으로 녹음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미술관에서 정해진 시간에 하는 설명은 어른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는 도움보다는 방해가 되는 경우가 많다.

앞에서 말한 미술수업에서처럼 아이들은 알려주는 대로 생각하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요즘은 스마트폰의 사용이 보편화되어 원하는 정보를 언제 어디서나 검색할 수 있게 되었다. 작품설명을 하는 도중에도 어떤 관람객들은 휴대폰으로 검색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미술작품을 감상한다는 것은 작가의 이력이나 미술사적 위치를 아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그것은 보편적인 인간의 감정에 대한 것이거나,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공통된 삶의 이야기에 관한 것으로, 시간과 공간이 다른 곳에 살았던 어느 예술가의 작품이 지금 우리에게 주려는 메시지가 무엇인가를 찾아내는 일이다.

미술관에 가지 않는 이유로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미술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서”라는 것이다. 미술작품을 감상하는데 꼭 많은 지식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미리 알아야할 지식은 미술관 입구에 비치되어 있는 브로셔(brochure, 팸플릿)만으로도 충분하다.

요즘은 어디를 가도 싱그러운 초록의 나무들과 꽃을 볼 수 있는 때라 주말이면 많은 사람들이 산이나 들을 찾는다. 자연을 찾아 맑은 공기를 마시고 휴식을 얻는 것처럼,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한 번쯤 근처의 미술관을 찾아보자.

예술작품은 평소에 우리가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을 끄집어 내어주며 이러한 감정들은 단조로운 일상에 새로운 활력소가 된다.
많은 작품을 이해하려 하는 것보다 단 하나라도 내 마음에 들어오는 작품을 찾아 그 앞에 한참 동안 서서 이야기를 건네 보자.
만약 아이와 함께라면 한 가지라도 아이만의 느낌을 찾도록 이야기를 나눠보자. 이렇게 나눈 이야기들이 도슨트의 설명보다 아이들의 기억 속에 오랫동안 남을 것이다.

 

민 승 림 칼럼니스트

저작권자 © 충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충청신문기사 더보기

하단영역

매체정보

  • 대전광역시 중구 동서대로 1337(용두동, 서현빌딩 7층)
  • 대표전화 : 042) 252-0100
  • 팩스 : 042) 533-7473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천규
  • 법인명 : 충청신문
  • 제호 : 충청신문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6
  • 등록일 : 2005-08-23
  • 발행·편집인 : 이경주
  • 사장 : 김충헌
  • 「열린보도원칙」충청신문은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 노경래 (042-255-2580 / nogol69@dailycc.net)
  • Copyright © 2024 충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ilycc@dailycc.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