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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포럼] 우리에게 색은 절대적인 의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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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6.06.16 14:59
  • 기자명 By. 충청신문
▲ 민승림 칼럼니스트

[충청신문=민승림 칼럼니스트] 미술작품을 감상할 때 주제나 양식, 기법 등도 중요하지만, 색과 선의 구성이나 조화도 잘 살펴보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선보다 색이 먼저 눈에 들어오게 되는데,오랫동안 화가들은 색이 갖는 의미와 표현에 대해 탐구해왔다.

그에 비해 일반인들은 단순히 색을 받아들이는 입장으로,색과 별다른 관련을 갖지 않는 것으로 생각 하지만, 우리는 항상 색에 둘러싸여 살아간다.

자연은 물론 교통수단이나 도시의 간판, 옷, 음식 등 우리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들은 색을 가지고 있다.

산이나 바다를 보고 편안함이나 시원함을 느끼는 것은 신선한 공기 뿐 아니라 초록색과 푸른색이 주는 시각적 효과 때문이다.

특히 봄과 가을에 자연을 찾는 사람이 많은 것은 화사한 꽃의 색과 빨갛고 노란 단풍이 만들어내는 광경을 보고 싶은 이유일 것이다.

이처럼 색은 미술작품을 평가하거나 상품을 선택할 때 뿐 아니라 여가생활을 즐길 때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색에 대해 비슷한 느낌을 갖는데,일반적으로 밝은 색에서 활동적인 느낌을, 어두운 색에서는 차분한 느낌을 받는다.

많은 사람들이 빨강은 따듯하고 정열적이며, 파랑은 차갑고 이성적이라고 느끼는 것은 색에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생각하는 이미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 보편적 이미지 때문에우리는 세계 어느 곳을 여행하더라도 따듯한 물과 차가운 물을 혼돈하지 않고 쓸 수가 있다.

이렇듯 색이 갖는 공통된 이미지는 여러 세기를 거쳐 내려오면서 역사, 종교, 관습, 등에 의해 규정된 것으로문명의 발달과 함께 변화해 온 인간의 감정과 관념들이 표현되어 있다.

그러나 색이 갖는 이미지가 이렇게 보편적으로 형성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고대에 있어서 색은 신분을 구분하는 의미로 사용되었고, 중세시대에 이르러 색은 그리스도교적 윤리관에 따라 ‘성스러운 것’과 ‘사악한 것’으로 나뉘어 졌다.

예를 들어 빈센트 반 고흐가 즐겨 썼던 노란색은 중세 이후 유럽에서 부정적인 의미로 쓰였다.

가장 눈에 띄는 색이라는 이유로 노란색은, 배신자나 매춘부, 이단자등을 구별하는 차별의 의미를 나타내었다.

특히 오랫동안 유대인을 차별하기 위한 색으로 사용되었는데,그 절정을 이루었던 나치시대에, 여섯 살 이상의 모든 유대인은 공공장소에 갈 때 노란색별을 가슴에 달아야 했다.

피카소가 즐겨 입었던 역동성과 젊음을 상징하는 스트라이프, 즉 줄무늬 역시 노란색과 함께 차별을 나타내기 위해 이용되었다.

중세 유럽에서 줄무늬는 오랫동안 배척과 위반을 뜻하는 의미로 창녀, 망나니, 배신자, 이단자, 어릿광대, 하인 등 사회의 아웃사이더를 대표하는 무늬였다.

또한 검은 색은 17세기 무렵 까지 지옥이나 죽음을 상징하는 부정적인 의미로 쓰였다.

고야가 말년에 그린 검은 그림들(Black Painting’s)은 전쟁의 광기를 그린 것으로, 검은 색이 지배적일 뿐 아니라 검은 옷을 입은 마녀들이 자주 등장 한다.

이처럼 근대에 이르기까지 색은 정치체계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거나 성스러운 것과 사악한 것으로 나뉘어 지배자와 피지배자를 구분하는 역할을 하였다.

근대 초기에 일어난 종교개혁과, 19세기 들어 니체가 주장한 무신론에 가까운 세계관은 색의 의미와 상징에 결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현대의 색채는 사회, 정치적 규범이 아닌, 개인의 취향이나 감각에 의해 그 의미가 규정된다.

우리는 이제 검은색을 불길하다고 여기지 않으며 노란색을 차별의 의미로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시대에 따라 의미가 변화하는 것을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내는 색이 아마 붉은색이 아닐까 한다.

예로부터 붉은 색은 동지 팥죽이나 목조건물의 단청 등에 이용되는 등 좋지 못한 기운이 스며드는 것에 대한 방어적인 의미로 쓰였다.

또한 조선시대 임금의 옷이 붉은색이었던 것처럼 동양권 국가에 있어서 붉은색은 매우 길한 색으로 기쁨, 경사 등의 의미를 나타내었다.

근대 이후 붉은색이 혁명을 상징하는 색이 되면서, 우리나라에서는 한동안 공산주의를 상징하는 ‘금기의 색’이었다.

붉은 색의 의미에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되는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은 아마도 2002년 한일 월드컵일 것이다.

당시 광화문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는 붉은 옷을 입고, 우리나라 팀을 응원하는 사람들로 가득 찼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는 감히 상상도 못했을 일로, 온 나라가 온통 붉은 색으로 뒤 덮였었다.

한국응원단을 상징하는 ‘붉은악마’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은연중 존재했던 `레드콤플렉스`를 극복하게 하는 역할을 하였다.

이제 더 이상 붉은 색은 금기의 색이 아니다.

생명과 열정을 상징하며 식욕을 돋우는 대표적인 색으로 패스트푸드점 간판에 가장 많이 쓰이는 색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색은 절대적인 의미가 아닌 개인의 가치관이나 감정에 의해 의미를 갖는 지극히 개별적인 것이다.

요즘은 오히려 자신의 의도를 색채에 반영하는 시대로, 자신의 존재를 색이라는 메시지를 빌어 알리는 시대이다.

외출하기 위해 옷을 고르거나, 물건을 고를 때 오늘 나는 사람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지 생각해보자!

그리고 지금 우리는 적어도 색의 선택에 있어서는 자유로운 행복한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을 한번쯤 생각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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